
애써 찾을 땐 없다가도, 염두에 두지 않고 살다 보면 마주치게 된다. 성적 긴장감이라고 해야 할지, 로맨틱한 기류라고 해야 할지. 그런 느낌을 나와 서로 주고받는 상대를. 그 사람을 발견하고 나면 머잖아 이런 순간이 온다. 고백하거나, 받아 내거나 둘 중 하나인 순간. 이때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까?
나는 그 달달한 순간에 커밍아웃이라는 찬물을 끼얹는다. 나와 연인관계가 되거나 최소한 FWB(Friends With Benefits)라도 된 남자들은 내가 트랜스젠더 여성인 것을 단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인지했다. 작년에 본 정신과 의사의 말을 빌리자면 ‘강박적인’ 커밍아웃을 반복하는 것은, 친밀한 사람으로부터 절대로 겪고 싶지 않은 일이 한 가지 있기 때문이다.
살해당하는 것.
2009년. 충격적인 기사를 읽었다. 어느 남자가 몇 년 동안 만난 여자친구를 살해했다는 소식이었다. 살해 동기는, 여자친구가 알고 보니 트랜스젠더여서.
여자친구가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숨겼다가 들켰거나 나중에 밝혔다면, 남자친구가 배신감을 느끼거나 속상할 수는 있겠다. 그렇다고 죽인다? 목숨을 빼앗는다? 연인이 트랜스젠더라는 점이 사랑하던 그 사람을 죽여 버릴 동기가 된다는 게 등골이 오싹하도록 두려웠다. 언젠가 나에게도 그런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이 사건에 대한 기억은 시간이 지나며 차츰 잊혀갔다. 호르몬을 맞고, 수술을 받고, 법적 성별을 정정하고... 삶을 바로잡으며 느끼는 환희에 두려운 기억이 묻혔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런 순간이 내게도 왔다. 로맨틱한 감정을 주고받는 상대에게 내가 먼저 고백을 하거나, 그로부터 고백을 받아 내거나, 둘 중 하나인 순간. 뱃속이 간질간질하고 뺨이 따뜻해지는데, 돌연 벼락처럼 옛 기억이 번쩍였다. 남자친구한테 살해당한 트랜스젠더 여성 이야기.
나는 좋아해요, 사랑해요, 오늘부터 1일 합시다, 이런 말들 대신 커밍아웃을 했다. 사실 저 트랜스젠더예요, 라고.
그동안 사랑한 사람 중 그 누구도, 내가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나를 배척하거나 나에게 해를 입히지 않았으리라고 믿는다. 굳게 믿을 수 있다. 좋은 남자들이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의심의 여지를 남기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고백에 앞선 커밍아웃에 어떤 사람은 믿음을 줘서, 속이지 않아서 고맙다며 다소 감동받은 것 같았다.
그럴 때면 내가 어떤 심정으로 이 타이밍에 커밍아웃하는 건지 마저 말할까 하다가 말았다. 이 관계 안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함께 괴로워하는 것보다는, 이 남자가 속 편한 바보인 채로 날 평범하게 사랑해주는 게 나으니까.
결국 나를 사랑한 남자들은 다 바보들 뿐이었다.
애써 찾을 땐 없다가도, 염두에 두지 않고 살다 보면 마주치게 된다. 성적 긴장감이라고 해야 할지, 로맨틱한 기류라고 해야 할지. 그런 느낌을 나와 서로 주고받는 상대를. 그 사람을 발견하고 나면 머잖아 이런 순간이 온다. 고백하거나, 받아 내거나 둘 중 하나인 순간. 이때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까?
나는 그 달달한 순간에 커밍아웃이라는 찬물을 끼얹는다. 나와 연인관계가 되거나 최소한 FWB(Friends With Benefits)라도 된 남자들은 내가 트랜스젠더 여성인 것을 단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인지했다. 작년에 본 정신과 의사의 말을 빌리자면 ‘강박적인’ 커밍아웃을 반복하는 것은, 친밀한 사람으로부터 절대로 겪고 싶지 않은 일이 한 가지 있기 때문이다.
살해당하는 것.
2009년. 충격적인 기사를 읽었다. 어느 남자가 몇 년 동안 만난 여자친구를 살해했다는 소식이었다. 살해 동기는, 여자친구가 알고 보니 트랜스젠더여서.
여자친구가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숨겼다가 들켰거나 나중에 밝혔다면, 남자친구가 배신감을 느끼거나 속상할 수는 있겠다. 그렇다고 죽인다? 목숨을 빼앗는다? 연인이 트랜스젠더라는 점이 사랑하던 그 사람을 죽여 버릴 동기가 된다는 게 등골이 오싹하도록 두려웠다. 언젠가 나에게도 그런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이 사건에 대한 기억은 시간이 지나며 차츰 잊혀갔다. 호르몬을 맞고, 수술을 받고, 법적 성별을 정정하고... 삶을 바로잡으며 느끼는 환희에 두려운 기억이 묻혔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런 순간이 내게도 왔다. 로맨틱한 감정을 주고받는 상대에게 내가 먼저 고백을 하거나, 그로부터 고백을 받아 내거나, 둘 중 하나인 순간. 뱃속이 간질간질하고 뺨이 따뜻해지는데, 돌연 벼락처럼 옛 기억이 번쩍였다. 남자친구한테 살해당한 트랜스젠더 여성 이야기.
나는 좋아해요, 사랑해요, 오늘부터 1일 합시다, 이런 말들 대신 커밍아웃을 했다. 사실 저 트랜스젠더예요, 라고.
그동안 사랑한 사람 중 그 누구도, 내가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나를 배척하거나 나에게 해를 입히지 않았으리라고 믿는다. 굳게 믿을 수 있다. 좋은 남자들이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의심의 여지를 남기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고백에 앞선 커밍아웃에 어떤 사람은 믿음을 줘서, 속이지 않아서 고맙다며 다소 감동받은 것 같았다.
그럴 때면 내가 어떤 심정으로 이 타이밍에 커밍아웃하는 건지 마저 말할까 하다가 말았다. 이 관계 안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함께 괴로워하는 것보다는, 이 남자가 속 편한 바보인 채로 날 평범하게 사랑해주는 게 나으니까.
결국 나를 사랑한 남자들은 다 바보들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