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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레터할 수 있는 것을 하는 일

한국다양성연구소 활동가들이 차별금지법 즉각 제정 동조 단식에 함께 했던 지난해 초여름을 기억합니다. 뜨거운 볕 아래, 국회의사당역 앞 대로변 길가에 배너와 의자를 띄엄띄엄 세워두고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시간을 말입니다. 저는 그곳에서 제가 좋아하는 선생님께서 추천해주셨던 에드위지 당티카의 "열기구"라는 단편 소설을 읽었습니다. "열기구"의 첫 문단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나의 룸메이트 니아가 대학교 1학년 첫 학기에 자퇴를 했다. 여성단체 르베에서 상근직으로 일하기 위해서였다. 르베는 포르토프랭스의 빈민촌에 있는 성폭력 재활센터를 포함해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 곳이었다. 르베와 아이티로 일주일간 추수감사절 단체 여행을 다녀온 니아는 부모님과 나, 그리고 교수님 몇몇에게 단체 이메일을 보냈다. 마이애미로 돌아왔지만 학교로 돌아가진 않을 거라는 내용이었다.


존경받는 언어인류학자인 아버지, 애셔 박사의 권유에 따라 마이애미의 대학에 진학해서 여행을 떠나기 일주일 전까지도 "프랑스문학 박사학위를 받고 랭보를 비롯한 상징주의자들을 주제로 논문을 쓸 계획"이었던 니아는 화자인 '나'를 통해 여성단체 르베(와 르베의 활동)를 알게 되고 변화합니다.

'나'는 직업/봉사활동과에서 근로장학생으로 일하다가 "영양 상태가 좋지 못한 아이티 여자들의 컬러사진 여러 컷"을 보고 "엄마"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렇게 르베의 추수감사절 여행 광고를 들여다보다 "보는 사람이 없는 때를 기다렸다가 게시판에서 그 전단지를 뜯어"냅니다. "사람들이 그 여자애의 멍든 얼굴과 나를 연결짓는 게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나'는 그날 밤, "그 전단지와 나의 울분"을 니아에게 자세히 토로하고, 니아는 르베 단체 여행을 결심하게 되었던 것이지요.


에드위지 당티카는 "아이티계 미국인"으로 소개되는 작가입니다. 단편 소설 "열기구" 속의 화자와 같이 이주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에게 이 소설을 알려주신 선생님께서는, "열기구"를 읽으며 저를 떠올렸다고 덧붙여주시기도 하셨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저는 청소년 시기 내내 소설을 썼고, 대학교에서도 문학을 전공하며 소설 쓰는 데에 골몰하며 보낸 시간이 길었기 때문입니다.


소설을 쓰지 않은 지 오래 되었지만, 저는 여전히 제가 소설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 했는지 기억합니다. 저는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여성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또, 성소수자로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채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죽지 않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신기하게도, 지금 제가 한국다양성연구소 활동가로서 여러 글과 훈련을 통해 하는 이야기들과 크게 다르지 않지요!


가족의 형태, 학력과 학벌, 경제력, 인종과 민족, 성별 등 다양한 사회적정체성에 대해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고 보여주는 단편 소설인 "열기구"의 거의 마지막에는 이런 서술이 나옵니다.


타이노족은 자신들이 원래 동굴 사람들이어서 햇빛에 닿으면 돌로 변한다고 믿었다. 그들은 빛으로 발을 내디뎠을 때의 위험을 알고 있었지만,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어찌됐건 그렇게 했다. 그 세상은 계속 이어졌다. 우리가 여기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아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도,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어찌됐건 그렇게" 하고 있는 분들이시리라 예상해 봅니다. '우리'를 힘빠지게, 슬프게, 또 무기력하게 만드는 많은 일이 여전히 일어나고 있지만, 그럼에도 "세상은 계속 이어"지고 있고 그건 "우리가 여기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지요.

"나는 지금 무엇을 동력으로 삼아 활동을 하고 있는가", 생각하다 보면 "내가 가장 원하는 것"까지 생각하게 됩니다.

이 글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어 참 기쁩니다. 이 말을 전하기 위해 참 긴 글을 쓰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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