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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레터평어 쓰는 기쁨

안녕, 나는 한나야. 이번 활동가레터는 평어를 사용해서 작성해 보려고 해. 이 글을 읽는 경험이 너에게 즐거웠으면 좋겠어. 만약, 내가 이 글 안에서 평어를 쓰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진심으로 사과할게. 그리고 아래의 글을 조금 더 읽어 보면 내가 왜 평어로 글쓰기를 시도해 보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 괜찮다면 끝까지 읽어주기를 바라!


우선, 아주 최근에 있었던 일로 글을 시작해 볼게. 얼마 전 다양성훈련 퍼실리테이터양성과정 애니타운 1단계 1기 마지막 날에 1기 구성원은 서로에게 롤링페이퍼를 작성하는 시간을 가졌어. 지하크가 먼저 제안해서, 각자 자신에게 필요하거나 원하는 주제를 나누었어. 내용과 형태, 구성을 스스로 정해서 알려주는 시간이었지. 그때 나는 내 롤링페이퍼에 어떤 내용을 쓰든 좋으니, '평어'를 사용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어. 그러고 집에 돌아와서야 내 롤링페이퍼를 꺼내 읽었는데, 거의 모두가 평어를 사용해서 내게 이야기를 전해주었더라고. 그걸 읽는 건 내가 최근에 경험한 일 중 손에 꼽게 기쁜 경험이었어. 왜냐하면 나는 평어 쓰기를 정말 좋아하거든!


최근 몇 년 사이 일터가 아닌 곳에서 만난 사람들 대부분과 나는 (반말에 조금 더 가까운) 평어를 쓰는 관계를 맺고 있어. (만남의 목적이 일이 아닌 경우) 보통 첫 만남 혹은 두 번째 만남에 내가 먼저 평어를 사용할 것을 물어보아서 그런 관계를 만들 수 있었어. 나의 평어 쓰기에는 몇 가지 규칙이 있어. 첫 번째는 이 사람이 나의 제안을 거절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만약 그 사람이 나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면 제안 자체를 하지 않으려고 (혹은 미루는) 하는 것. 그러니 나는 경어 쓰기가 보다 익숙하거나 그것이 조금 더 편하고 좋은 사람과는 함께 경어를 쓰는 관계를 맺는 것이 훨씬 좋아. 또, 두 번째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과 조금 더 친밀하게 지내고 싶을 때에도 용기를 내서 평어 쓰기를 제안해 보는 거야.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혹시 우리가 함께 평어를 쓸 수 있을까요?" 혹은 "저에게 말을 편하게 해주실 수 있나요? 저도 그러고 싶고요."라고 말하는 건 여전히 긴장되는 일이야. 하지만 나는 평어를 쓰는 관계에서 쉽게 안정감을 느끼고, 더욱 친밀함을 느끼기 때문에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용기를 내려고 노력해 보는 거지. 마지막으로는 나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 평어 제안을 할 때는 이 제안을 거절해도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알려주고 만약 당신이 나에게 경어를 쓰고 싶다면 나도 당연히 당신에게 평어를 쓰지 않을 것임을 알려주는 거야. 혹시 지금 바로 평어로 문장을 전환하는 것이 어려워서 경어를 쓰더라도, 당신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내게 평어를 써도 된다는 것 역시 강조하고 있고.


어떤 관계에서 한 사람은 경어를 쓰고 한 사람은 평어 혹은 반말을 쓸 때, 나는 그 관계 안에서 어떤 단어, 표현, 문장들이 쉽게 삭제되거나 혹은 더 쉽게 표출될 수 있다고 생각해. 예를 들어, (일방적으로) 경어를 쓰는 타인에게 반말을 쓰는 사람에게는 당연히 위계-특권이 생기고 (혹은 이미 특권이 있기 때문에 그러한 관계가 형성되었을 가능성도 높고) 그에 따라 부탁이나 요청에도 아주 작게라도 강제성이 포함되기가 쉽지. 누군가 "이것 좀 도와줄 수 있니?"라고 물었을 때, 경어를 쓰는 편의 사람은 거절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거야. 그리고 경어를 쓰는 사람은 자신에게 반말을 쓰는 타인에게 질문이나 제안을 하기가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아. 앞선 강제성과도 이어진다고 생각해.


평등한 관계를 맺는 데 지속적인 합의가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 알 거야. 이런 불균형은 당연히 상호 경어를 씀으로써 해결할 수도 있을 거고! 그럼에도 내가 상호 평어를 조금 더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히 내가 평어의 어미와 짧은 문장을 선호하고 더 편하게 느끼기 때문이야. 상호 평어를 쓰고, 상호 경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국 사회에서, 연령 차이가 나는 관계의 경우 한 개인이 느끼는 일방적인 친밀도에 따라 상호 경어를 쓰다가도 한 쪽이 쉽게 반말/평어를 섞어서 혹은 완전히 전환해서 쓰게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생각해서 '유지'라는 표현을 사용했어) 관계 안에서 충분한 대화와 합의, 노력이 필요해. 이건 꼭 상대방을 어떤 이름, 명칭으로 부를까와도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느껴. 상대방이 내가 원하는 이름으로 나를 불러주고, 나도 상대방을 그 사람이 원하는 이름으로 부를 때 관계가 단단해지는 것처럼 말이야.


내가 원하는 이름을 나 스스로 알고, 내가 편안하게 여기는 언어를 알고 타인과 그것을 '합의'할 때 좋은 관계의 기반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해. 만약 내가 경어를 익숙하게 여기고 더 좋아하는 사람이었다면, 나에게 일방적으로 평어/반말을 쓰는 사람에게 조금 더 용기 내서 "저에게 경어(혹은 존댓말, 존칭)를 써주실 수 있나요?"하고 물어 봤을 거야. 나는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상호 평어를 써 보면 좋겠다는 추천이나 조언의 마음 같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친밀하다고 여기는 관계 속의 타인과 자신이 동일한 언어 형태를 사용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써 보았어. 평등한 관계를 어떻게 이어나갈지, 평등하지 못한 점이 있다면 어떤 부분을 합의해야 할지 함께 고민해 보면 좋겠다!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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