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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교회를 떠난 자리에서 배운 돌봄의 영성

교회를 떠난 자리에서 배운 돌봄의 영성


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


나는 신실한 개신교 가정에서 태어나 자랐다. 교회는 삶의 중심이었고, 신앙은 나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언어였다. 오랫동안 나는 ‘좋은 신자’가 되기 위해 나 자신을 통제했다. 욕망을 검열했고, 질문을 조심했고, 의심은 죄책감으로 눌렀다. 그 과정에서 나는 나를 돌보기보다 관리했고, 타인을 이해하기보다 판단했다. 특히 개신교가 ‘잘못된 존재’로 낙인찍은 사람들—성소수자, 무슬림 등 다른 종교를 가진 이들—에 대해서 나는 더 엄격했다. 그것이 신앙이고 진리를 지키는 일이라고 믿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두려움이었고, 돌봄이 아니라 통제였다. 

2015년 무렵 교회를 떠났다. 정치와 결탁하고, 자본을 축적하며, 점점 기업처럼 작동하는 교회의 모습 앞에서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 교회가 ‘개신교 신앙’이라 부르는 것은 하나님의 사랑과 예수의 삶이 아니었다. 신앙은 사람과 사회를 돌보지 않았다. 진영의 표식이 되었고, 하나님의 이름은 혐오와 배제를 정당화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었다. 2018년 『인권옹호자 예수』를 쓰며 나는 교회를 완전히 ‘졸업’하기로 했다. 신앙을 버린 것이 아니라, 종교라는 제도에서 나 자신을 분리해 낸 선택이었다.

지금도 나는 여전히 예수가 보여 준 삶의 태도—취약한 존재 곁에 머무는 선택, 권력과 제도에 맞서 존엄을 말하는 용기—를 소중하게 여긴다. 그것을 종교의 형식으로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교회에 나가지 않고 신앙의 언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예수의 삶을 닮아갈 수 있다. 나는 교회 안에 있었을 때보다 지금 더 많은 예수들을 거리에서 만나고 있다. 고아, 과부, 나그네, 배고픈 사람들 곁에 함께 사는 예수들 말이다.

교회를 떠난 이후, 나는 오히려 더 깊은 성찰을 시작할 수 있었다.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가? 나의 말과 선택은 타인과 세계에 어떤 영향을 남기는가? 나의 삶은 돌봄을 확장하고 있는가? 이 질문들은 나를 자기돌봄으로 이끌었다. 요가를 하고, 명상을 하고, 걷는다. 호흡을 따라 내 몸과 감정을 느끼고, 자연 속에서 나의 속도를 늦춘다. 이 시간은 나를 더 완벽한 사람으로 만들기보다, 취약한 존재로서의 나를 정직하게 마주하게 한다.

이러한 자기 돌봄은 결코 나 혼자만의 평안으로 끝나지 않는다. 내가 숨 쉬는 공기와 걷는 땅, 기대는 자연이 모두 타자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나는 더 이상 인간을 자연과 분리된 존재로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동물과 비인간동물을 나누지 않고, 이 세계를 하나의 생태계로 인식하려 노력한다. 나의 돌봄은 자연과 다른 생명으로 확장되고, 다른 존재들의 취약성은 곧 나의 취약성과 연결된다.

내가 실천하고 싶은 것은 종교가 아닌 돌봄의 영성이다. 초월이 아닌 관계다. 완벽함이 아닌 성찰과 반성이다. 죽음 후의 구원 대신 삶 속에서 더 나은 선택을 반복하길 바란다. 매일 밤 하루를 마무리하며 이렇게 묻는다. 오늘 난 자신을 존중했는가? 타인의 취약함을 이용하지 않았는가? 자연을 자원으로만 대하지 않았는가? 다른 이들을 내 몸과 같이 사랑했는가? 이런 질문들을 통해 윤리적인 성찰일 뿐 아니라, 다른 존재들과 연결과 공존을 위한 실천에 다가간다.

극우화되고 정치화된 종교, 자본주의적 성공을 축복으로 포장하는 신앙, 세습과 권력으로 얼룩진 교회는 더 이상 신앙 공동체라고 부르기 어렵다. 개신교의 신자 수가 줄어드는 것은 신앙의 위기가 아니라, 돌봄의 붕괴다.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 ‘안나가’를 거꾸로 ‘가나안’ 성도라고 부른다고 한다. 신을 부정해서가 아니라, 더 이상 그곳에서 사랑과 돌봄을 경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 이탈이 냉소가 아니라, 다른 영성을 향한 탐색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교회를 떠났지만, 내면의 성찰과 영적 탐구를 멈추지 않았다. 기도 대신 호흡을, 교리 대신 관계를, 확신 대신 질문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선택이 나를 더 나은 인간이자, 타자와 세계에 더 책임 있는 존재로 이끌고 있다고 느낀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종교적인 삶이 아니라 더 깊은 돌봄의 영성 그리고 그로부터 만들어 가는 환대의 공동체, 모두를 포함하는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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