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이 편지를 열어볼 미래의 나에게.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아마 꾸역꾸역이든 기꺼이든 살아낸 거겠지. 차고 맑은 바람을 맞는 중일까? 참 좋아하는 계절을 만난 오늘까지 고생이 많았다.
나는 삶에 특별한 무언가가 저절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서른 넘길 즈음부터 알겠더라고. 내 삶은 기대의 하한선보다 더 바닥에 가까울 수 있겠다는 걸. 원해서 시작된 게 아니잖아, 이 '삶' 이라는 거 말야. 하늘이 정해준 분량은 다 채우고 가라는 말을, 어떤 사람은 가볍게도 말하더라.
그래, 나도 살고 싶어. 나는 살고 싶어. 아무렇게나 사는 건 짐승도 할 수 있어. 나는 그딴 걸 바라지 않아. 존엄하게. 행복하게. 평화롭게. 그렇게 살고 싶은 거야. 이 바람을 이룰 수 없다고 확신했던 날들을 기억해. 차라리 다 그만 두는 게 남은 존엄성이라도 지킬 수 있는, 덜 불행할 수 있는, 끝이라도 평화로울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혔지. '살기 위해 죽으려는' 마음을 먹기도 했어.
다행인 점은, 사람은 의미를 발견하기도 하지만 스스로 만들기도 한다는 거야. 비관적이고 하찮은 나도 희망을 만들고 전할 수 있지.
10수 년 전의 나에게. 오랜 인내와 기도가 오늘에 닿았어. 미래 이야기를 할 테니 잘 기억해야 해. 넌 스스로 보상심리를 가지거나 기대한 만큼 행복하지는 않을 거야. 점점 더 독한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며 정신을 차려야 하고, 너를 이렇게 만든 사람 중 그 누구도 사죄하지 않아.
그럼에도 너는 네가 상처 입혔을지 모르는 사람에게 사과해. 완벽하지 못할 걸 알아도 포기하지 않아. 쌀 한 톨 만큼, 딱 1인분 만이라도 세상을 바꾸려 해. 그 소원을 끈질기게 품은 자신을 떳떳하게 여기길 바라. 혹시 너를 닮은 친구를 만난다면, 말해 줘. 그래도 살아진다고. 살아져서라도 살다 보면 반짝 행복하기도 하다고. '미래'가 말하기를, '실패해 봤으니 이번에는 잘 할 수 있다'라고.
세상의 편협함과 부조리함에 끈덕지게 태클 거는 일, 직업적으로든 사명감으로든 계속 해. 그렇게 타인에게 공정하고 평탄한 나날들을 만들어주자. 어린 시절 내가 어른들에게 바랐던 것 처럼.
잘 했어, 오늘도.
*2023년 여름, 「다양성훈련 퍼실리테이터 양성과정 1단계(3기)」에 참여하여 작성한 편지입니다. 2년이 넘도록 시간이 훌쩍 지나서야 열어보았습니다. 가장 막막하고 힘든 지금, 과거의 나로부터 응원을 받아 조금은 기운을 차렸습니다. 사는 것은 늘 그랬듯 어떤 사람들에게는 특히 쉽지가 않습니다. '다 똑같이 힘들다'라는 말은 전혀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거기에 또 힘든 무언가가 더 얹힌 삶을 살아가니까요. 사람은 사람을 만나야 합니다. 만나서 서로 기대려면 서로를 알아야 합니다. 판단하기 전에 겪고, 겪기 전에 준비가 되어있어야 합니다. 누구도 배제되고 고립되지 않는 사회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한국다양성연구소의 활동이 소중하고 또 중요한 까닭입니다.
*2023년 여름, 「다양성훈련 퍼실리테이터 양성과정 1단계(3기)」에 참여하여 작성한 편지입니다. 2년이 넘도록 시간이 훌쩍 지나서야 열어보았습니다. 가장 막막하고 힘든 지금, 과거의 나로부터 응원을 받아 조금은 기운을 차렸습니다. 사는 것은 늘 그랬듯 어떤 사람들에게는 특히 쉽지가 않습니다. '다 똑같이 힘들다'라는 말은 전혀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거기에 또 힘든 무언가가 더 얹힌 삶을 살아가니까요. 사람은 사람을 만나야 합니다. 만나서 서로 기대려면 서로를 알아야 합니다. 판단하기 전에 겪고, 겪기 전에 준비가 되어있어야 합니다. 누구도 배제되고 고립되지 않는 사회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한국다양성연구소의 활동이 소중하고 또 중요한 까닭입니다.
저자 라트리(블로그 바로 가기)
외부 필진 '라트리'
- 前 한국다양성연구소 활동가 '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