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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다양성훈련나는 어디에서 어린이를 만날 수 있을까?


저는 대학교 학부 재학 시기에 3년 정도, 초등학교를 마주한 빌라의 원룸에서 살았습니다.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이면 종소리, 리코더 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곤 했습니다. 학교에는 나무가 있고, 모래가 있고, 흙이 있고, 놀이기구와 운동기구, 그리고 어린이와 어른들이 함께 있습니다. 너무 슬픈 새벽에, 조금만 더 시간을 보내면 "저 곳"에 어린이들이 우르르 채워지고 무언가를 배우고, 무언가에 의해 열심히 웃고 또 우르르 집으로 -혹은 집 같은 곳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기대를 하며 시간을 견디기도 했습니다.


또, 어느 시기에는 박물관의 특별전시실에서 전시 스태프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는데요. 비교적 잘 알려진 유물과 작품이 모이는 전시였고, 어플리케이션(APP)을 활용하는 넓은 체험형 공간이 있어 유난히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관람을 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체험 전시실에 어린이가 입장할 때 함께 있던 스태프들이 환하게 웃으며 어린이를 맞이했던 풍경을 저는 여전히 사랑합니다.

그 무렵에도 "노키즈존"이라는 형태로 어린이들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가게들이 있었기 때문에, 꼭 어린이 관람객만을 기다린 것처럼 기쁘게 환대하는 장면 속에 함께할 수 있었다는 게 아직까지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 시기에 저는 제가 여태 살아오며 만난 가장 많고 다양한 영유아, 어린이 시민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전시가 종료되고 걱정과 분노를 담아 생각했지요. "이제 나는 어디에서 어린이를 만날 수 있을까?"하고요.


제가 전시 스태프 아르바이트를 마친 이후 4년이 흘렀습니다. "노키즈존"은 줄어들기는 커녕 오히려 마구마구 만연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논의를 "너무 오래" 지속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노키즈존"이라는 단어는 "특정 연령 이하/미만의 어린이 입장 불가 구역"를 의미합니다. "zone(구역)"이라는 표현에서, "노키즈존 no-kids zone"이라는 단어는 공간성을 가집니다. 한편, "노키즈존"이 과연 공간, 구역, 장소에 국한되어 있는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노키즈존"이 명백히 어린이를 차별하고 억압하며, 배제하는 공간이라는 논의는 (충분히, 혹은 얼마간) 나누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에 덧붙여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어떤 '공간'에 대하여 누군가의 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물리적인 '공간'에서 타인을 차단하는 것일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공간의 제한을 두는 것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노키즈존"에 '기꺼이 가는 사람들'이 궁금하기도 합니다.

저는 연령에 따른 차별과 배제를 행하고 간접적으로 가담하는 그 모든 사람들을 "프로(pro)-노키즈존 인간"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왜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주변에 어린이가 있는 것을 불편해 할까요? 왜 누군가가 누군가를 불편해 하는 일을 불편해하지 않을까요? 왜 불편함의 이유를 들여다보지 않을까요?


어떤 '공간'의 출입을 막는 주체는 사람입니다. 그 주체는 대부분 어린이가 아닌, 특권 그룹에 속하는 연령대의 사람들일 것입니다. "노키즈존"이라는 단어는 '공간'을 핑계로 개인의 차별과 억압의 기제를 숨기고, "쾌적하고 안전한 '공간'을 위한 선택"인 것처럼 개개인의 혐오를 포장해 버립니다.


최근 동료 활동가와 함께 사는 어린이와 짧은 시간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조용한 어린이였는데, 이번에 제가 만나게 된 어린이는 힘이 넘치고, 씩씩하고, 즐거움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조용한, 힘이 넘치는, 씩씩한, 즐거움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특성은 사실상 연령과 무관합니다. 연령과 무관하게 어떤 사람들은 각각 조용하고, 내성적이고, 외향적이고, 사람을 만나는 일을 즐거워하고, 밥을 적게 먹고, 못 먹는 음식이 있고, 낯을 가리고, 춤을 추고, 독서를 좋아합니다.

그러니 어떠한 기질과 성정, 취향과 감정/상태를 "연령적 특성"으로 묶어 차별의 대상으로 여기는 태도를 모두 주의해야 합니다. 또한, 특정한 "기질과 성정"을 특정한 "연령"에 따른 핑계거리로 삼아, 어린이를 동료 시민에서 배제하고 분리해버리는 모든 "프로(pro)-노키즈존 인간"들이 부디 개개인 내면에 숨겨진 '혐오의 기제'를 깨닫고 우리 모두가 따로 또 함께 '견디지 않으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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