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는 엉망, 내용은 심각
한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시가 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다섯 곳(아하, 동작, 드림, 은평, 광진)을 하나에 법인에 위탁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긴장감이 파다한 와중 최근 서울시는 청소년성문화센터 운영 매뉴얼 제작 TF 회의를 통해 유네스코 가이드라인에 전면적으로 역행하는 결론을 냈고, 이와 같은 부적절한 결과를 당당히 온라인에 전체 공개했습니다. 단 세 차례의 회의만 진행했을 뿐 전문 연구 용역도 없고 공청회도 없었습니다. 절차는 엉망이고 내용은 심각합니다.
서울시의 공지에 따르면 운영법인은 청소년성문화센터를 운영할 때 다음과 같은 용어 사용 지침을 따라야 합니다. 먼저 사용하지 말아야 할 용어로 '포괄적성교육'과 '섹슈얼리티'를 뽑았습니다. 포괄적성교육이란 유엔 유네스코에서 만든 성교육 가이드라인으로, 연령별 단계별로 마련된 최소한의 성교육 지침입니다. 국제적으로 제시되는 지침이다 보니 보수적인 측면도 많지만, 한국 사회의 성교육에 대한 인식이 극단적일 정도로 보호주의에 머물고 있어, 포괄적성교육과 같은 국제 수준의 지침이 저항에 부딪히고 있는 현실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약자동행 매력서울 창의 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06.25. ⓒ뉴시스
최소한의 성교육 국제지침에 정면 역행
포괄적성교육은 생식(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이야기)이나 사춘기 정도에 한정되지 않고, 자기 자신의 몸과 마음 등 정체성에 대한 탐구, 다른 사람과의 평등한 관계 맺기, 젠더, 섹슈얼리티, 가족의 형태, 안전과 폭력 등 성을 매개로 사람, 사랑, 삶 그리고 사회에 대한 다양한 주제를 통합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제시하고 있습니다.
N번방, 박사방 사건, 딥페이크 사건,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과 살인, 여성 대상 살해, 심각하게 부정적이고 왜곡된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과 폭력적인 언행 등 젠더에 기반한 폭력이 만연한 한국 현실에서 최소한으로 적용되어야 할 성교육 커리큘럼입니다. 그런데도 '포괄적성교육은 반대한다'는 사람들은 포괄적성교육 가이드라인이 '어린이·청소년들에게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여 조기 성애화 시킨다', '프리섹스를 조장한다', '성소수자를 만드는 교육이다'와 같은 주장을 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소위 "혐오세력"이라고 불리는데, 소수자를 향한 혐오 표현을 일삼으며 시스젠더 이성애자 비장애인 선주민 성인 남성 중심의 사회를 유지, 강화하고자 합니다. 놀라운 것은 이번 시울시의 지침이 "혐오세력"의 주장과 동일하다는 것입니다. 서울시가 혐오세력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했거나, 서울시가 혐오세력인 셈입니다.
거절 권리만 가르치라는 서울시
다음으로 서울시는 성적자기결정권은 '용어의 의미를 교육과정 내용에 한정 사용해야 할 용어'라고 결론지으며 '중고등 대상 교육시 용어 의미를 한정하여 사용하'라고 했습니다. 이는 "성경적 성교육"을 한다는 사람들과 소위 "혐오세력"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하는 주장으로 '성적 행동에 대해 거절할 수 있는 권리만 가르치라'는 주장입니다. 또 '유아 초등 교육시는 동의, 경계, 존중 등 발달 단계에 맞는 용어로 사용'하라고 했습니다. 성적 자기결정권을 단순히 성적 행동에 대한 동의나 거절 정도에만 한정해서 사용하라는 뜻입니다. 성교육에서 청소년이 자기 자신을 충분히 탐구하고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고자 하는 의도입니다.
대놓고 차별을 요구하는 서울시
'현재 주로 사용하는 용어들 중 바꿔야 하는 용어'로 '연애→이성교제', '포궁→자궁', '체험관→센터교육장', '성소수자→사회적 소수자 및 약자'를 제시했습니다. 연애라는 표현을 쓰지 말고 '이성교제'라고 표현하라는 것은 '이성교제가 아닌 다른 연애(동성애 등)'는 언급해서는 안 되고 존재를 지우겠다는 의미입니다. 성소수자 표현을 사용하지 말고 '사회적 소수자 및 약자'로 부르라는 것은 대놓고 성소수자 지우기입니다. 포궁 표현을 사용하지 말라는 것은 지극히 여성의 신체를 도구화한 관점의 남성 중심적 판단입니다. 자궁의 '자'자가 '아들 자'의 의미를 갖습니다. 또한 포궁은 여성의 삶을 통틀어 어떤 '자'가 있는 곳으로 기능할 때보다 대부분의 인생에서 여성 몸의 일부로서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궁'이라 명명함으로써 출산을 담당하는 도구로서만 표현이 됩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세포 포' 자를 쓰자는 대안적인 표현이 등장했지만, 서울시는 이를 사용하면 안 되고 남성 중심적인 표현만 써야 한다는 지침을 낸 것입니다.
'체험관을 체험관이라고 부르지 말고 센터교육장이라고 부르라'는 지침은 새롭습니다. 체험관을 체험관이라고 부르지 않아야 할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으나, 소위 "혐오세력"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세계관을 장착하고 최대한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면, '무언가 성적인 체험'을 상상한 것 같습니다. '성교육을 하는 센터에서 교육장을 "체험관"이라고 부르면 어린이·청소년들이 무언가 음란한 성적인 체험을 상상(기대)하게 될 것'이라는 상상을 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입니다.
리박스쿨과 성교육, 조직적 움직임
이와 같은 지침은 서울시가 서울시의 청소년성교육에서 청소년의 주체성, 여성의 주체성, 성소수자의 존재를 완전히 지우고, 서울시의 청소년성문화센터를 대놓고 차별을 교육하는 기관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대전시가 청소년성문화센터를 소위 "혐오세력"이라고 불리는 넥스트클럽에 넘긴 사례가 이미 존재하며 대전 지역사회에서는 큰 문제가 된 상황입니다. 최근 이슈가 된 리박스쿨이 전국에서 대전에 가장 많이 활동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는 청소년성문화센터를 넥스트클럽에 위탁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리박스쿨은 늘봄학교에서 어린이·청소년들에게 '자유를 지키고 싶다면 이승만과 박정희를 배우라'며 뉴라이트 역사관 역사교육을 하며, 동시에 여성, 성소수자 그리고 소위 "정상가족"이라고 불리는 형태가 아닌 가족의 형태를 가진 사람들을 모욕하고 비하하는 내용의 성교육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에도 이와 같은 일을 만들고자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고, 서울시는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있습니다. 대전의 사례가 서울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가족보건협회와 에이랩아카데미의 대표를 하고 있는 김 모씨는 "성경적 성교육" 그리고 "절제교육"을 강조하며 동성애 반대와 혼전순결과 같은 내용을 강조합니다. 김 모씨와 그의 동료들 및 지지자들은 그간 '서울시립 청소년성문화센터를 먹겠다'는 노골적인 표현을 해가며 공공연하게 서울시립 청소년성문화센터들을 위탁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습니다.
서울시는 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운영매뉴얼 제작 TF회의에 누가 참여했는지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여러 기자와의 통화를 통해서 조 모씨가 참여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조 모씨는 김 모씨가 대표를 하고 있는 한국가족보건협회에서 경기지부장을 하고 있으며 글로벌바른가치연구소의 대표를 하고 있습니다. 글로벌바른가치연구소는 "생명성품성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성교육을 진행하는 곳으로 구리시에서 청소년성문화센터를 위탁운영하고 있는 곳입니다. 구리시가 청소년성문화센터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 소위 "혐오세력"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이를 반대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만들어지고 위탁운영에 대한 공고가 나자 자신들이 지원하고 선정되었습니다.
종교와 정치 그리고 돈으로 연결돼 막강한 힘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는 이들은 청소년성문화센터 위탁운영, 늘봄교육을 통해 공교육 속으로 침투하여 어린이·청소년들의 사고에 깊숙이 개입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막아야 합니다. 성평등, 다양성, 인권을 원하는 시민들이 무엇을 해야 할까요?
85개 여성단체가 12일 오후 2시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강남역 여성 살해사건 9주기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5.05.17 ⓒ필자 제공
지워져야 할 것은 성소수자 아닌 혐오
유엔 유네스코가 전세계 모든 국가들의 공교육에 권장하는 '포괄적 성교육'을 서울시는 금지해야 할 용어로 지정한 것은 '포괄적 성교육'을 하고 있는 곳을 배제하고 "혐오세력"에 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를 운영하게 하기 위한 준비 작업으로 보입니다. 지난 몇 년간 서울시는 학교 도서관에 비치돼 있는 성평등 성교육 도서를 검열하고 제거하는 등 성평등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이젠 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다섯 개를 통째로 넘겨 성평등에 역행하는 흐름을 "주류"로 만들고자 강력한 시도를 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 시도가 성공한다면, 여전히 가부장적이고 자본 중심적인 판단으로 여성의 몸이 도구화되는 젠더폭력의 악순환을 끊기는커녕 강화할 것입니다. 자신들만의 종교적인 신념에 의한 차별행동을 '헌법적 권리'라 주장하는 잘못된 믿음이 강화되고, 여전히 우리사회에 깊은 상처를 만들고 있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모든 사람은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며, 충분히 자신을 탐구하고 다른 사람들과 평등한 관계를 맺으며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자신이 가진 사회적 정체성만으로 차별받아서는 안되며, 생명의 위협을 느껴서는 안 됩니다. 누구나 일상에서 안전함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 지워져야 할 것은 성소수자가 아니라, 부정확한 정보에 근거한 불안이며 이를 조장하는 혐오세력입니다. 서울시는 혐오세력의 대행을 자처하기를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혐오세력에 휘둘려 해야 할 일을 잊은 서울시는 즉각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며, 모두가 포함되는 매뉴얼 마련을 위한 전문적인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필자주 : 참고
시립청소년신규민간위탁 TF 회의결과
https://naver.me/5W98ypF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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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는 엉망, 내용은 심각
한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시가 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다섯 곳(아하, 동작, 드림, 은평, 광진)을 하나에 법인에 위탁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긴장감이 파다한 와중 최근 서울시는 청소년성문화센터 운영 매뉴얼 제작 TF 회의를 통해 유네스코 가이드라인에 전면적으로 역행하는 결론을 냈고, 이와 같은 부적절한 결과를 당당히 온라인에 전체 공개했습니다. 단 세 차례의 회의만 진행했을 뿐 전문 연구 용역도 없고 공청회도 없었습니다. 절차는 엉망이고 내용은 심각합니다.
서울시의 공지에 따르면 운영법인은 청소년성문화센터를 운영할 때 다음과 같은 용어 사용 지침을 따라야 합니다. 먼저 사용하지 말아야 할 용어로 '포괄적성교육'과 '섹슈얼리티'를 뽑았습니다. 포괄적성교육이란 유엔 유네스코에서 만든 성교육 가이드라인으로, 연령별 단계별로 마련된 최소한의 성교육 지침입니다. 국제적으로 제시되는 지침이다 보니 보수적인 측면도 많지만, 한국 사회의 성교육에 대한 인식이 극단적일 정도로 보호주의에 머물고 있어, 포괄적성교육과 같은 국제 수준의 지침이 저항에 부딪히고 있는 현실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약자동행 매력서울 창의 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06.25. ⓒ뉴시스
최소한의 성교육 국제지침에 정면 역행
포괄적성교육은 생식(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이야기)이나 사춘기 정도에 한정되지 않고, 자기 자신의 몸과 마음 등 정체성에 대한 탐구, 다른 사람과의 평등한 관계 맺기, 젠더, 섹슈얼리티, 가족의 형태, 안전과 폭력 등 성을 매개로 사람, 사랑, 삶 그리고 사회에 대한 다양한 주제를 통합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제시하고 있습니다.
N번방, 박사방 사건, 딥페이크 사건,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과 살인, 여성 대상 살해, 심각하게 부정적이고 왜곡된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과 폭력적인 언행 등 젠더에 기반한 폭력이 만연한 한국 현실에서 최소한으로 적용되어야 할 성교육 커리큘럼입니다. 그런데도 '포괄적성교육은 반대한다'는 사람들은 포괄적성교육 가이드라인이 '어린이·청소년들에게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여 조기 성애화 시킨다', '프리섹스를 조장한다', '성소수자를 만드는 교육이다'와 같은 주장을 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소위 "혐오세력"이라고 불리는데, 소수자를 향한 혐오 표현을 일삼으며 시스젠더 이성애자 비장애인 선주민 성인 남성 중심의 사회를 유지, 강화하고자 합니다. 놀라운 것은 이번 시울시의 지침이 "혐오세력"의 주장과 동일하다는 것입니다. 서울시가 혐오세력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했거나, 서울시가 혐오세력인 셈입니다.
거절 권리만 가르치라는 서울시
다음으로 서울시는 성적자기결정권은 '용어의 의미를 교육과정 내용에 한정 사용해야 할 용어'라고 결론지으며 '중고등 대상 교육시 용어 의미를 한정하여 사용하'라고 했습니다. 이는 "성경적 성교육"을 한다는 사람들과 소위 "혐오세력"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하는 주장으로 '성적 행동에 대해 거절할 수 있는 권리만 가르치라'는 주장입니다. 또 '유아 초등 교육시는 동의, 경계, 존중 등 발달 단계에 맞는 용어로 사용'하라고 했습니다. 성적 자기결정권을 단순히 성적 행동에 대한 동의나 거절 정도에만 한정해서 사용하라는 뜻입니다. 성교육에서 청소년이 자기 자신을 충분히 탐구하고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고자 하는 의도입니다.
대놓고 차별을 요구하는 서울시
'현재 주로 사용하는 용어들 중 바꿔야 하는 용어'로 '연애→이성교제', '포궁→자궁', '체험관→센터교육장', '성소수자→사회적 소수자 및 약자'를 제시했습니다. 연애라는 표현을 쓰지 말고 '이성교제'라고 표현하라는 것은 '이성교제가 아닌 다른 연애(동성애 등)'는 언급해서는 안 되고 존재를 지우겠다는 의미입니다. 성소수자 표현을 사용하지 말고 '사회적 소수자 및 약자'로 부르라는 것은 대놓고 성소수자 지우기입니다. 포궁 표현을 사용하지 말라는 것은 지극히 여성의 신체를 도구화한 관점의 남성 중심적 판단입니다. 자궁의 '자'자가 '아들 자'의 의미를 갖습니다. 또한 포궁은 여성의 삶을 통틀어 어떤 '자'가 있는 곳으로 기능할 때보다 대부분의 인생에서 여성 몸의 일부로서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궁'이라 명명함으로써 출산을 담당하는 도구로서만 표현이 됩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세포 포' 자를 쓰자는 대안적인 표현이 등장했지만, 서울시는 이를 사용하면 안 되고 남성 중심적인 표현만 써야 한다는 지침을 낸 것입니다.
'체험관을 체험관이라고 부르지 말고 센터교육장이라고 부르라'는 지침은 새롭습니다. 체험관을 체험관이라고 부르지 않아야 할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으나, 소위 "혐오세력"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세계관을 장착하고 최대한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면, '무언가 성적인 체험'을 상상한 것 같습니다. '성교육을 하는 센터에서 교육장을 "체험관"이라고 부르면 어린이·청소년들이 무언가 음란한 성적인 체험을 상상(기대)하게 될 것'이라는 상상을 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입니다.
리박스쿨과 성교육, 조직적 움직임
이와 같은 지침은 서울시가 서울시의 청소년성교육에서 청소년의 주체성, 여성의 주체성, 성소수자의 존재를 완전히 지우고, 서울시의 청소년성문화센터를 대놓고 차별을 교육하는 기관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대전시가 청소년성문화센터를 소위 "혐오세력"이라고 불리는 넥스트클럽에 넘긴 사례가 이미 존재하며 대전 지역사회에서는 큰 문제가 된 상황입니다. 최근 이슈가 된 리박스쿨이 전국에서 대전에 가장 많이 활동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는 청소년성문화센터를 넥스트클럽에 위탁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리박스쿨은 늘봄학교에서 어린이·청소년들에게 '자유를 지키고 싶다면 이승만과 박정희를 배우라'며 뉴라이트 역사관 역사교육을 하며, 동시에 여성, 성소수자 그리고 소위 "정상가족"이라고 불리는 형태가 아닌 가족의 형태를 가진 사람들을 모욕하고 비하하는 내용의 성교육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에도 이와 같은 일을 만들고자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고, 서울시는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있습니다. 대전의 사례가 서울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가족보건협회와 에이랩아카데미의 대표를 하고 있는 김 모씨는 "성경적 성교육" 그리고 "절제교육"을 강조하며 동성애 반대와 혼전순결과 같은 내용을 강조합니다. 김 모씨와 그의 동료들 및 지지자들은 그간 '서울시립 청소년성문화센터를 먹겠다'는 노골적인 표현을 해가며 공공연하게 서울시립 청소년성문화센터들을 위탁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습니다.
서울시는 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운영매뉴얼 제작 TF회의에 누가 참여했는지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여러 기자와의 통화를 통해서 조 모씨가 참여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조 모씨는 김 모씨가 대표를 하고 있는 한국가족보건협회에서 경기지부장을 하고 있으며 글로벌바른가치연구소의 대표를 하고 있습니다. 글로벌바른가치연구소는 "생명성품성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성교육을 진행하는 곳으로 구리시에서 청소년성문화센터를 위탁운영하고 있는 곳입니다. 구리시가 청소년성문화센터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 소위 "혐오세력"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이를 반대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만들어지고 위탁운영에 대한 공고가 나자 자신들이 지원하고 선정되었습니다.
종교와 정치 그리고 돈으로 연결돼 막강한 힘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는 이들은 청소년성문화센터 위탁운영, 늘봄교육을 통해 공교육 속으로 침투하여 어린이·청소년들의 사고에 깊숙이 개입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막아야 합니다. 성평등, 다양성, 인권을 원하는 시민들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지워져야 할 것은 성소수자 아닌 혐오
유엔 유네스코가 전세계 모든 국가들의 공교육에 권장하는 '포괄적 성교육'을 서울시는 금지해야 할 용어로 지정한 것은 '포괄적 성교육'을 하고 있는 곳을 배제하고 "혐오세력"에 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를 운영하게 하기 위한 준비 작업으로 보입니다. 지난 몇 년간 서울시는 학교 도서관에 비치돼 있는 성평등 성교육 도서를 검열하고 제거하는 등 성평등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이젠 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다섯 개를 통째로 넘겨 성평등에 역행하는 흐름을 "주류"로 만들고자 강력한 시도를 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 시도가 성공한다면, 여전히 가부장적이고 자본 중심적인 판단으로 여성의 몸이 도구화되는 젠더폭력의 악순환을 끊기는커녕 강화할 것입니다. 자신들만의 종교적인 신념에 의한 차별행동을 '헌법적 권리'라 주장하는 잘못된 믿음이 강화되고, 여전히 우리사회에 깊은 상처를 만들고 있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모든 사람은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며, 충분히 자신을 탐구하고 다른 사람들과 평등한 관계를 맺으며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자신이 가진 사회적 정체성만으로 차별받아서는 안되며, 생명의 위협을 느껴서는 안 됩니다. 누구나 일상에서 안전함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 지워져야 할 것은 성소수자가 아니라, 부정확한 정보에 근거한 불안이며 이를 조장하는 혐오세력입니다. 서울시는 혐오세력의 대행을 자처하기를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혐오세력에 휘둘려 해야 할 일을 잊은 서울시는 즉각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며, 모두가 포함되는 매뉴얼 마련을 위한 전문적인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필자주 : 참고
시립청소년신규민간위탁 TF 회의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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