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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김지학의 세상다양] 이번 대선, 누구를 찍어야 할지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면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찍어야 할지 아직 고민 중이신가요? 당신이 찍어야 할 사람은 정해져 있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생각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는 후보를 찍어야 합니다. 당신은 당신의 삶을 정책으로 가장 잘 반영하고 있는 후보를 찍어야 합니다. 당신은 당신의 원하는 사회를 말하고 있는 후보를 찍어야 합니다. 사표는 없습니다. 당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2%를 받느냐 5%를 받느냐 8%를 받느냐 10%를 받느냐에 따라 당신이 지지하는 정책이 그만큼의 힘을 받습니다. 대의민주주의는 시민들이 자신의 생각과 가치를 대변하는 정치인을 찍어야만 작동합니다. ‘최악을 피하기 위해 차악을 선택한다’거나 ‘압도적 승리를 위해 차선을 선택한다’는 시민들이 많아지면 대의민주주의는 작동할 수 없습니다. 이러저러한 이유들로 우리가 의사표현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민의가 왜곡되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지지하던 정치인이나 정당이 원래 그가 가지고 있었던 가치나 정책에 맞지 않는 후보를 지지해 달라고 하나요? 그런 말은 들어줄 필요 없습니다. 원래 당신이 그 정치인이나 정당을 지지했던 그 이유와 가장 잘 부합하는 후보를 찍으면 됩니다. 당신이 어떤 정치인이나 정당을 지지했던 것은 아무런 이유 없이 지지하는 게 아니라, 그 정치인이나 정당이 당신의 가치와 삶을 가장 잘 반영하기 때문에 지지한 것입니다. 더 이상 그렇지 않다면 지지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 정치인이나 정당의 지도부가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항의도 하고 변화를 만들고자 노력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러나 너무 오래 또는 많이 고통받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지지하는 가치와 정책에 맞지 않는다면 더 이상 지지하지 않으시면 됩니다. 정치인과 정당은 당신에게 무조건적인 지지를 받을 수 없습니다. 당신을 대변한다는 조건하에 당신의 비판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을 뿐입니다.


제21대 대선 마지막 TV 토론 ⓒ뉴시스


당신이 가입되어 있는 노조가 공동으로 지지할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고 하나요? 당신은 원래 자기 자신과 자신이 속한 노조에서 늘 말해오던 가치와 정책을 가장 잘 담아내고 있는 후보를 찍으면 됩니다. 당신은 노조 조합원으로서 존재하기도 하지만 독립적인 사고와 판단을 하는 한 개인으로서 존재하기도 합니다. 노조 집행위원회가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아주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모든 노동자와 노동인권을 위한 결정이 아닌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러한 결정에 항의도 하고 변화를 만들고자 노력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합니다. 선거 전이든 후든 집행위에 이번 결정에 대한 책임을 묻고 책임을 지게 해야 합니다. 그러나 당신의 투표에 영향을 받을 일은 아닙니다. 선거날에는 당신과 노조가 늘 말해오던 가치와 정책을 가장 잘 담아내고 있는 후보를 찍으면 됩니다.

점점 더 치열해지는 입시경쟁 중심의 교육이 문제라고 생각하신 적 있으신가요? 청소년들의 삶의 만족도, 우울증 지수, 자살률 등을 걱정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청소년에게는 투표권이 주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 부당하다고 느끼신 적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청소년의 투표권을 보장하겠다는, 그리고 대학을 가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어 입시경쟁을 완화하겠다는 공약을 가진 후보를 찍으세요. 학생들이 경쟁하지 않고 행복하게 서로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학생, 교사, 교직원, 양육자 모두가 안전하고 평등하게 지낼 수 있는 학교를 만들겠다고 약속하는 후보를 찍으세요.

어느 누구도 일하다 죽는 사람 없이 출근하는 모두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퇴근할 수 있는 사회를 원하시나요? 위험의 외주화를 멈추겠다는 후보, 누구도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작업중지권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보장하고 강화하겠다는 후보를 찍으세요.

OECD 국가들 중 30년 가까이 1위를 기록 중인 성별임금격차를 해결하고 싶으신가요? 성별임금공시제 도입을 약속하는 후보를 찍으세요. 어느 누구도 자신의 사회적 정체성으로 인한 부당한 차별을 경험하지 않아도 되는 평등한 사회를 원하시나요? 차별금지법을 약속하는 후보를 찍으세요.

여성, 성소수자,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구성하고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성적자기결정권과 안전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있는 나라를 원하시나요? 성평등부 신설, 포괄적 성교육 도입, 비동의 강간죄 도입, 임신중단권 보장, 디지털 성폭력 대응 강화, 시민동반자법, 혼인평등법, 비혼출산지원법, 다양한 가족구성권에 대한 정책을 가지고 있는 후보를 찍으세요.

금수저 흙수저 사회, 부익부 빈익빈 사회를 멈추고 소득과 경제력의 격차를 줄이고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인권과 복지를 위한 제도와 정책 그리고 그에 대한 예산이 촘촘하게 짜여있는 사회를 원하시나요? 부자(재벌) 증세, 최저임금 인상, 전국민 4대보험 가입 보장을 약속하는 후보를 찍으세요.

나 역시도 나이가 들면 노화로 인해 신체와 인지 등에 여러 가지 기능이 떨어지게 되면서 장애인이 될 텐데 장애인의 이동권과 탈시설권리가 보장되어 있지 않은 사회에서 살아가야 할 나의 미래가 걱정되는 분들 계신가요? 노인이 된 미래의 나에게도 해당될 이야기인 발달·중증장애인 24시간 활동지원 보장, 장애인 탈시설 사회를 공약하는 후보를 찍으세요. 태어난 누구나 태어난 때부터 죽을 때까지 모두가 돌봄을 주고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고 제안하고 있는 후보를 찍으세요. 노인기초연금을 인상하고 노인최저소득을 도입해 세계 최고 수준의 노인빈곤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하는 후보를 찍으세요.

한국은 지금도 이미 인구의 약 5%가 이주민인 사회입니다. 앞으로는 인구, 노동, 경제 등 여러 이유로 이주민의 인구는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주민과 함께 살아갈 준비가 안 되어 있는, 이주민에 대한 낙인과 차별이 만연한 한국사회가 걱정되시나요? 출산, 인구, 노동 등의 이유로 필요할 때만 이용되고 폭력과 혐오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이주민들의 인권을 걱정하고 계신가요? 비자에 따라 전부 분절되어 있는 이주민 관련 정책을 모두 모아서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관을 마련하고 이민사회기본법을 만들겠다는 후보를 찍으세요.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석탄발전소와 핵발전소를 멈추면서도 발전소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삶도 지키고 싶으신가요? 탈핵, 탈석탄, 에너지 민영화 중단,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정의로운 전환을 약속하는 후보를 찍으세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본투표날인 10일 오전 광주 서구 상무고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2024.4.10 ⓒ뉴스1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선거제도는 근본적인 한계가 존재합니다. 빠른 시일내, 비례성과 대표성이 강화될 수 있도록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합니다. 국회의원선거는 시민들은 지지하는 정당을 투표하고 정당이 받은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해야 합니다. 그럴 수 있을 때 거대양당 독주체제는 무너지고 여러 정당이 의회에서 함께 협의하며 일할 수 있는 의회가 실현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제도는 약 30%씩의 지지를 받는 거대 양당이 거의 50%씩의 의석을 배분받는, 비례성을 보장하지 않는 제도입니다. 평등, 평화, 돌봄, 생명의 세상을 바라는 사람들의 소수정당, 진보정당이 생존할 수 없는 제도입니다. 국회의원 선거뿐만 아니라 대통령 선거 역시, 1표라도 더 득표하면 승리하는 승자독식의 게임이 아니라, 민의를 충분히 담아낼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만 합니다. 다수결은 다수의 횡포가 될 가능성이 높은 매우 우려스러운 하나의 수단이지, 다수결 그 자체가 결코 민주주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소외된 모두의 목소리가 담길 수 있는 정치구조의 마련이 절실합니다.


이번 대선은 전 대통령이 불법·위헌 비상계엄을 선포하여 탄핵을 당했기 때문에 만들어진 조기 대선입니다. 그런데 오늘 3차까지 진행된 대통령선거 후보자 텔레비전 토론회를 보면 이에 대한 성찰이 보이지 않습니다. 어떠한 변화도 만들어 낼 수 없는, 오히려 계엄과 내란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후보가 꼿꼿하게 자신의 청렴을 주장하기도 하고 자의식이 지나치게 과잉된 후보는 늘 하던 대로 차별을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폭력을 자신을 위한 수단으로 삼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이 슬프고 부끄럽게 느껴질 정도로 대선이 자격 없는 자들의 권력욕구 전시의 장이 되고 있습니다. 성찰과 반성이 없는 정치에 당신의 표를 던지지 마세요. 미래를 말하지만 과거로 회귀하는 정치에 당신의 표를 주지 마세요. 모두의 삶을 지켜낼 수 있는 공약을 제시하는 정치에 투표하세요. 차별, 억압, 폭력의 세상을 끝내고 평등과 평화의 시대를 열어 가자고 제안하는 정치에 투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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