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두를위한화장실

장애화장실 출장으로 일본 갔다 돌아왔는데 고장난 외장하드를 갖게 된 건에 대하여

화장실 때문에 일본까지 간거냐고요? 넵! 오로지 화장실 가려고 일본 다녀왔어요.

모두를위한화장실 활동을 하는 한국다양성연구소, 화장실에 무척 까다롭지요. 이런 저희를 만족시키는 화장실이 도쿄-시부야에 있다고 해서, 김지학 소장이 자비로 출장 다녀왔답니다. 


한국다양성연구소를 일본까지 불러들인 화장실은, 더 도쿄 토일렛입니다.

더 도쿄 토일렛 프로젝트 (사진출처 : THE NIPPON FOUNDAITION 홈페이지)


"더 도쿄 토일렛” 프로젝트

일본은 ‘사회 구성원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대안을 제시하는, 가치 기반 디자인’ 유니버설 디자인을 사회 곳곳에서 잘 실천해내고 있습니다. 그런 일본이, 2020년을 기점으로 “공공화장실”의 모습을 한 번 더 탈바꿈 시키는데요. 

바로, 일본재단(The Nippon Foundation)의 공중화장실 개선사업-'더 도쿄 토일렛' 프로젝트입니다.
일본이 '2020년 도쿄올림픽'을 유치하고 손님맞을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자국의 공중화장실 모습을 살펴 보니 손님맞이에 불충분하다고 생각되었다고 해요. 그 이유가, 많은 공공 화장실이 성별, 나이, 장애 유무에 따라 일부 사용자들의 접근을 막는 모습이었기 때문이었고, 그 성찰과 보완의 결과로 ‘공중화장실이 정말 공공을 위한 것인지’ 짚어보고 모두를 위한 화장실의 모습으로 바꾸는 ‘더 도쿄 토일렛’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더 도쿄 토일렛 프로젝트를 진행한 일본재단 THE NIPPON FOUNDAITION (촬영 : 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 소장)


"모두를 위한 공중화장실"

도쿄 토일렛 프로젝트를 위해 ‘일본재단’은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에게 각 공중화장실에 있는 한 칸만큼은 '모든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며 '모든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의 의미를 아래와 같이 전달했습니다.

"화장실의 구성요소는 휠체어가 지나다닐 수 있는 충분한 공간, 인공 배설관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위한 장루 위생시설, 아기 의자와 기저귀 테이블 등이 있어야 합니다. [모두를 위한 화장실]이라는 것은 또한 소수자 중 레즈비언・게이・트랜스젠더・바이섹슈얼・퀴어(LGTBQ+)를 고려한 화장실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겠습니다" 

도쿄 토일렛 프로젝트를 통해 공공화장실의 모습은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 “나이와 장애의 유무 무관” “영유아, 어린이, 장애인도 고려”하며 이렇듯 화장실에 대한 기준을 다시 정하는 과정이 되었다고 해요.


도쿄토일렛 화장실 입구의 안내문 (촬영 : 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 소장)

누구든지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장루(질병으로 인해 장기의 일부를 복부밖으로 꺼내 변이 배출되게 만든 출구)주머니를 착용하는 사람들이 이를 편하게 세척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전용변기, 다목적 침대, 기저귀교환대, 다목적 발판 등이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 화장실의 모습에서, 배제되는 사람(화장실을 이용하기 어려운 사람)을 찾으실 수 있을까요? 바로 "모두를 위한 화장실"의 모습입니다

 

왼쪽부터, 기저귀교환대, 장루주머니세척용변기, 낮은 변기, 사용자의 앉은 위치에서 알맞게 손이 닿는 손잡이와 낮은 휴지걸이 (촬영 : 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 소장)

장루주머니를 세척할 수 있는 전용변기가 설치된 화장실의 모습을 좀더 자세히 보여드릴게요. 가운데 깊은 세면대? 처럼 보이는 설치물이 바로 그것인데요 한국 화장실에는 일부 큰 병원과 센터 등에 설치하고 있을 뿐 그 외에는 설치된 곳을 찾기 힘듭니다. 이는 장루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거의 없다는 얘기가 되지요. 화장실엘 갈 수 없는데 외출, 취업, 학업 등 어떤 일상생활을 할 수 가 있을까요?


화장실 - 성별 구분 해야만 할까?

성별 구분이 있는 화장실과 모두를위한화장실이 함께 위치하고 있는 모습 (촬영 : 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 소장)

지정성별로 구분되어 사용하는 화장실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모두를위한화장실이 나란히 위치하고 있는 모습니다. 일본에서는 도쿄토일렛 뿐 아니라 지하철역사, 공원, 박물관 등 공공기관은 물론 영리기업이 운영,유지하는 건물에서도 이런 모습을 흔히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도 비슷한 모습이 있는거 같기는 해요.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아마 성별구분된 화장실 + 성별구분된 다목적 화장실의 모습이 대부분일텐데요. 그럼 지정성별이 다른 양육자와 피양육자, 지정성별이 다른 활동지원사와 함께 이동하는 경우는 그 "구분된" 화장실 앞에서 또 고민을 하시게 되겠지요. 쩝.


성별 구분이 따로 없이 모두를위한화장실 두 칸이 나란히 위치한 모습 (촬영 : 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 소장)

성별구분 화장실과 함께 반드시 모두를위한화장실을 설치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입니다. 그리고 그보다 더 나은 대안은, 모두를위한화장실이 여러개 있는 것입니다. 위의 사진에서 확인하실 수 있는 것 처럼요. 이렇게 성별 구분을 따로 하지 않으면, 어딘가는 줄이 길고 어느쪽은 줄이 아예 없어서, 긴 줄에 선 사람이 '저쪽 화장실을 이용해도 되나? 안되나? 아 진짜 급한데..." 라고 생각하는 일 자체가 없어지겠지요.


더 도쿄 토일렛 17개소의 위치 지도 (이미지 출처 : The Tokyo Toilet BOOK, TOTO出版, 2023)


도쿄, 시부야구 - 17개의 더 도쿄 토일렛

더 도쿄 토일렛은 "공공" 화장실입니다. 호텔이나 전시장, 박물관 등 멋지게 잘 꾸며놓은 으리번쩍한 화장실이아니라 우리나라로 치면 오가다 길가에서 바로 들를 수 있는, 도립,시립,구립 그런 화장실이라는 건데요. 이 도쿄 토일렛에 참여한 디자이너들 중에는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가 네명이나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능적인 측면 뿐 아니라 디자인 또한 아름답게 설계해서 더 도쿄 토일렛을 더욱 돋보이고자 했던 것이지요. 모두를 위한 화장실에 진심인 더 도쿄 토일렛 프로젝트에서 한국 사회도, 한국의 '모화' 활동도 분명, 배우고 가져와야 할 점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아직 더위가 한참 남아있던 23년 9월, 오로지 화장실을 취재하러 일본을 찾은 한국다양성연구소의 김지학 소장은 하루 2만보 이상을 걸으며 '더 도쿄 토일렛' 17개소를 모두 돌아보고, 일본재단의 담당자와도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도쿄 토일렛에 대한 여러 인터뷰나, 관공서의 방문은 대표적인 화장실 한두개를 둘러보는 것이 다 였는데, 이처럼 17개소 전체를 둘러본 사람은 처음 본다"는 일본재단 담당자의 WOW가 있었습니다. ^^ 그.런.데...


모든 방법을 시도했으나, 손상이 심해 복구가 불가능함을 알려드리게 되어 안타깝습니다.

외장하드가 망가졌습니다.

화장실 얘기하다가, 뜬금없이 갑자기 웬 외장하드 망가진 소리냐고요? 

네. ㅠㅠ 연구소 외장하드가, 영상활동의 코어 오브 핵심인 외장하드가,  뜬금없이 갑자기 안 되더니 

수리비가 100만원 쯤 드는 용량이라는데, 그보다 더 많이 억만금을 줘서라도 살려내고 싶었지만. 결국 복구불가 판정을 받았거든요


도쿄 토일렛을 잘 보여드리고, 더 많은 이야기들을 지속적으로 나누고 싶어, 영상을 제작해 보여드리기로 계획했고, 

그에 따라 해피빈 모금함도 열고 저희도 두근두근 온갖 궁리하면서 준비하고 있었는데,

김지학소장이 땀 뻘뻘, 하루 2만보 이상씩 걸으며 밤마다 패치 붙여가며 영상찍고, 인터뷰해온 모든 자료도 함께 복구불가 ㅠㅠ



김지학소장의 휴대폰에 남아있던 영상으로 만든 "하네다공항 화장실 소개" 

장비로 촬영해온 중요한 영상, 긴 영상은 모두 없,어,지,고, 휴대폰에 남아있던 영상과 몇장의 사진들로 여기까지 소개해드릴 수가 있었는데요.

더 궁금하시죠? 연구소의 관점으로 소개해드리는 도쿄토일렛 영상 꼭 보고싶으시죠?
(휴대폰 영상으로 이 정도 퀄리티, 제대로 찍어오면 

저희도 꼭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된 이상! 끝까지 간다! 어떻게든 기회 만들어서 곧 , 꼭 다시 도쿄토일렛 촬영해오려고요.

다만, 여유와 버퍼를 두고 관리하기가 어려운 여건이라는 핑계가  후원해주신 분들과의 약속을 제때 못 지키고 중요한 자료를 복구할수도 없는 큰 위험을 만든었다는 점을 이번에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이점 사과드리며, 재발되지 않도록 내부 보완책을 마련하였습니다. 


부득이 더 도쿄 토일렛 취재 1편은 여기까지, 미완으로 마치고, 이후 제대로 2편은 영상으로 찾아뵙겠습니다.
다시 한 번, 모금함으로 응원해주신 분들과의 약속, 늦어지더라도 꼭 지키겠습니다. 

그때까지 지속적으로 응원해주시고, 기다려주시기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