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두를위한화장실

성별정체성시기상조 좋아하네


 누가 그러더라. 시기상조라고. 성중립 화장실 만드는 것도, 모두를 위한 화장실 만드는 것도. 대체 어느 천년에 공을 들여서 그걸 다 만드냐는 말도 더러 있었어.


 내가 경험해 본 적 없는 남의 입장에 공감하고 이입하는 건 어려운 일일 거야. 그렇다면 '마려움'을 떠올려 보자. 지금 나는 마려워. 아주 마려워. 싸야 해. 임계점에 달했어. 더 참으면 터져. 솔직히, 다들 살다가 변기 찾아 삼만리 해봤잖아.


 주변인에게 어느 성별로 인지되든, 패션이 어떻든, 이동이 불편하든 않든, 마려워서 고통 받는 순간에 안심하고 들어가서 힘 줄 화장실은 있어야 한다는 게 우리 요구의 전부야.


 이거, 시기상조야?


 모두를 위한 화장실이 필요한 사람들은 보이지 않아도 이미 여러분과 함께 살고 있어. 예를 들면, 트랜스젠더 여성도 일상생활 하고 사회생활 해. 언젠가 그대들과 함께 자정까지 야근하며 행사 준비한 K주임이 바로 나였어. 또 다른 그대의 파일을 보고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K대리도 나였고. 회사 생활 할 땐 그냥 여자 화장실 썼어. 트랜지션을 일찌감치 한 덕분에 여성으로 패싱이 무난하게 됐거든.


 하지만 호르몬 주사만 맞던 시기에는 나도 대체 어느 화장실을 써야 할지 모르겠더라. 남자 화장실에 들어가면 나보다 남자들이 더 놀라. 여자 화장실에는 차마 못 들어가겠고. 이런 상황이 반년 넘게 이어졌고, 그동안 나 정말 발에 땀 나게 뛰어다녔어. 볼일 보러. 하루에 몇 번이나. 돌이켜보면 그게 대체 무슨 고생이었나 싶어.


 그나마 나는 운이 좋은 편이야. 트랜지션을 취업준비생이 되기 전에 할 수 있었거든. 그렇지 못했다면, 아마 재직 중 퇴직을 하고 트랜지션을 시작했을 거야. 직장 동료들의 인식도 인식이지만, 다른 게 아니라 바로 화장실 문제 때문에. 마려울 때마다 사옥에서 뛰쳐나갈 순 없잖아.


 그래, 모두를 위한 화장실을 만드는 건 쉽지 않아. 늘려가는 것도. 오히려 그래서 더욱 서둘러야 한다고 나는 말하고 싶어. 등록금 내고 다니는 학교에서 화장실을 못 간다? 건강 챙기러 간 병원에서 화장실을 못 간다? 안 그래도 영혼까지 쥐어 짜이러 가는 직장에서 화장실을 못 간다? 이건 아니잖아.


 우리는 쉽게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야. 그러나 분명히 우리는 평범한 시민으로서 여러분과 함께 살아가고 있어. 아슬아슬 위태롭게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걸 이제는 그만하고 싶어. 학교, 병원, 직장, 관공서, 공공장소에 갈 때 불안하지 않았음 좋겠어. 이게 우리가 바라는 전부라면, 지지해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