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두를위한화장실

외모화장실과 오해 받지 "않는" 슬픔

지난 11월 19일은 세계 화장실의 날이었습니다. 이에 맞춰, 한국다양성연구소에서는 이전에 출간했던 모두를위한화장실 캠페인 인터뷰집 "나의 오줌권에 대하여"를 브런치북(바로가기)으로 웹 게재하기도 했습니다. "나의 오줌권에 대하여"에서는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인터뷰이들의 '화장실'에 대한 기억/경험과 새롭게 상상해 보는 '모두를 위한 화장실'의 모습이 담겨 있는데요. 이 인터뷰집의 웹 게재를 맡아 진행하며, 저도 저의 경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후기 청소년 시기 이후 지금까지 체중이 40kg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아끼던 옷이나 좋아하던 옷을 거의 입을 수 없게 되었고, 새로운 옷을 사야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가까스로 입을 수 있는 옷도 있었지만, 그것을 입으면 외부 활동이 불편해졌습니다. 체중 증가 이후 저는 여러 신체적, 정신적 변화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과거로 돌아가 보면, 저는 과거에 지금의 저보다 40kg 가까이 체중이 덜 나가는 사람이었습니다. 그게 전부인가,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저는 체중의 변화와 관계 없이 다양한 헤어스타일을 시도했습니다. 꽤 오랫동안 숏컷이었고, 투블럭을 하고 다닌 적도 있고, 붙임머리를 써서 아주 긴 장발이었던 적도 있습니다. 대체로 아주 짧은 단발부터 쇄골까지 오는 장단발 사이를 왔다 갔다 했으나 길면 자르고, 길면 잘랐으니 제가 원하는 머리는 아주 짧은 머리였던 것 같습니다. 검정부터 갈색, 초록색, 노란색, 주황, 빨강, 보라, 회색, 파랑. 다양한 색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저는 종종 푸른 짧은 머리, 긴 노랑 머리, 빨간 단발머리였던 것이지요.


그리고 저는 젠더퀴어입니다. 이건 제가 선택하는 모든 경험에 대해 아주 중요한 정체성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경험하게 되는 모든 상황에 대해 허탈함을 느끼게 했습니다.


머리카락의 길이와 입는-입을 수 있는 옷의 형태, 체중에 따른 체형으로 제가 '갈 수 있는 화장실'이 명확해진다는 것은 저에게 여전히 의아한 일입니다. 제가 아주 말랐고, 머리카락이 짧았고, 가슴둘레가 넉넉한 티셔츠와 바지를 입고 다니며 외부의 '여자 화장실'에 갔던 시기를 기억합니다. 흠칫 놀라는 사람부터 화장실 사인을 확인하는 사람, 되돌아 나가는 사람, 직접 물어보는 사람, 애써 무시하는 사람까지 아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아무래도요. 저는 여자이기도 하지만, 여자가 아니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쩌면 당시 저에게는 그게 '당연한' 경험이었는데요. 그런데 지금 저는 아무리 머리가 짧아도 도무지 '오해' 받지 않습니다. 너무 자연스럽게 '여성'으로 패싱되는 것입니다. 저는 급하다고, '상태'가 그렇기 때문에 종종 찾아갔던 '남자 화장실'을 이제는 갈 수 없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저는 자연스럽게 '여자 화장실'에 갑니다. 하지만 아무도 저를 오해하지 않고, 저는 그것이 나의 체중, 나의 체형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 제가 도무지 "남자처럼"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요.


그래서 저는 모두를위한화장실을 원합니다. 연령, 성별정체성, 장애와 신체, 외모와 무관하게, "무관하게 누구든 갈 수 있는 화장실"을 원합니다. '오해' 받던 시기가 좋았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애초에 누구도 서로에 대해 판단하거나 마음대로 정의 내리지 않을 수 있는, 가장 안전한 공간을 원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나의 성별정체성과 신체, 외모에 따라 골라 가야하고 선택해야 하고 선택 '받아야 하고', 오해하거나 오해 받거나, 오해 '당하는' 일 없이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필요합니다.



한국다양성연구소 모두를위한화장실 캠페인 페이지 바로 가기: https://diversity.or.kr/toil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