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학의 세상다양] “장애인의 인권은 중요하지만 시위 방법이 잘못됐다” (22.07.31)
"장애인의 인권은 중요하지만 시위 방법이 잘못됐다"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다.
다양성훈련은 활동과 대화로 이루어지는 체험형 인권교육이다.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 중에서도 무빙 닷츠(Moving Dots, 내 안의 고정관념 찾기)라고 불리는 활동은 다양성훈련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께 가장 먼저 소개해 드리는 프로그램들 중 하나다. 6~12장 정도의 전지를 벽에 붙여놓고 각 전지마다 낙인과 편견을 안고 살아가는 사회적 소수자 그룹의 이름(이주민, 장애인, 여성, 성소수자, 청소년, 노인, 빈곤층 등)을 적어둔다. 다양성훈련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모든 전지를 방문해서 전지에 쓰여 있는 사회적 소수자에 대해서 들어본 말을 적어 주세요'라고 요청받는다. 참여자들은 가족, 친구, 미디어 등에서 들어본 말들을 적기 시작한다. 전지에 빼곡히 사회적 소수자들이 들으면서 살아가야 하는 말들이 적힌다. 그 다음 단계론 '이 말들이 고정관념이고 편견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여전히 내 마음 속에 "이 말은 근거가 있기 때문에 생긴 말일 것이다"라고 생각되는 문장에 스티커로 표시해 주세요'라고 요청받는다. 그러면 참여자들은 모든 전지를 재방문해서 스티커로 투표에 참여한다. 그렇게 참여자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깊이 들여다 볼 기회를 준 후에 전지마다 가장 많은 표를 받은 문장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활동이다.
다양성훈련에서 무빙 닷츠를 하고 있는 참가자들 ⓒ필자 제공
참여자들의 특성(성별, 나이, 직업, 종교 등)에 따라서 각 전지 마다 가장 스티커를 많이 받는 문장들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 이 활동의 묘미다. 진행할 때마다 다르기 때문에 진행하는 사람도 재미있다. 이 활동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주는 또 하나의 요소가 있는데, 미디어와 언론이다. 이 활동이 진행되는 시기에 어떤 영화나 드라마가 유행하고 있느냐 혹은 어떤 뉴스가 많이 나오고 있느냐에 따라서 각 전지 마다 가장 스티커를 많이 받는 문장에 큰 차이가 생긴다. 예를 들어, 2017년 연말 '범죄도시'라는 영화가 유행하던 시기에는 '조선족은 위험하다'와 같은 문장이 이주민의 전지에서 가장 많은 스티커를 받았다. 2018년도에 제주도에 예멘에서 온 난민 500명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가 넘쳐나던 시기에는 '난민은 위험하다'와 같은 문장이 이주민의 전지에서 가장 많은 스티커를 받았다. 올해 2월에 넷플릭스에서 방영되며 큰 인기를 끌었던 '소년심판'이라는 드라마가 화제일 때는 청소년의 전지에 '촉법소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와 같은 문장이 가장 많은 스티커를 받았다. 이전에는 '촉법소년'이라는 단어가 언급된 적조차 없었다.
장애인단체의 주장은 보편적 상식과 다르지 않지만
시위 방식만 조명하는 미디어
비판적이고 능동적인 미디어 소비자가 돼야
지난주에 있었던 활동에선 장애인의 전지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두 문장이 "발달장애인도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다" 그리고 "장애인의 인권은 중요하지만 시위 방법이 잘못됐다" 였다.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로 인식된 발달장애인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그리고 '잘못된 방식의 시위'를 하고 있는 단체는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두고 한 표현이었다. 26일 전장연이 SNS를 통해 낸 '다른 반응'이라는 만평과 정확히 일치하는 상황이었다.
"발달장애인도 함께 살아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라고 질문을 드리고 이야기를 나눴다. "함께 산다"는 것은 시설이나 병원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함께 산다는 뜻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탈시설'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장애인이 탈시설해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장애인의 돌봄이 온전히 가족에게만 맡겨져서는 안 된다.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또한 학교도 가고 직업훈련도 하고 직장도 가고 취미생활도 하려면 어디든 이동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동권 보장'은 필수다.
이렇게 무엇이 필요할 것 같은지 이야기를 나눈 후에, 이어서 "그럼 말씀하신 조건들이 충족돼서 장애인이 탈시설해서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 수 있는 사회가 됐다면, 나의 삶에게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라고 질문을 드리고 이야기를 나눈다. '저는 치매를 가지고 있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데 저와 같은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저처럼 유아차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도 훨씬 더 쉽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는 모두 노인이 되기 때문에 노화의 과정은 장애인이 되는 것과 같지 않을까요? 우리 모두에게 이로울 것 같습니다'와 같은 의견들이 나왔다.
그 때, "전장연의 주장이 우리가 방금 나눈 내용과 동일하다는 것을 알고 계시나요?"라고 질문을 드렸다. 잘 알고 계신 분들도 있었지만,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시위방법에만 집중한 채 어떤 요구를 누구에게 하는지 귀 기울여 들어본 적이 없는 분들도 많았다. 전장연은 장애인의 이동권과 교육권 보장하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장애인이 탈시설해서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 수 있게 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누구에게? 기획재정부(기재부)에게 관련한 예산 계획을 세우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장연 만평 '다른 반응' ⓒ전장연 페이스북, 그림 피델체
"그러면 기재부 앞에 가서 시위를 하면 되지 시민들의 출근길을 방해하는 건 잘못된 방식 아니냐"라고 질문하신 분이 있었다. 아무에게도 불편을 끼치지 않는 시위가 가능할까? 아무도 불편해지지 않으면 누가 시위를 하는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줄까? 장애인 인권활동가들은 이동권과 탈시설과 관련한 주장을 20여년 전부터 해왔다. 성명서, 기자회견, 면담 등 수많은 방법으로 이야기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게 조용하게 이야기 할 때 들어주지 않으면 시위는 누군가에게 불편을 끼칠 수 있는 방식으로 계획된다. 최대한 사람들을 불편하게 할수록 효과적이다. 그래서 출근길에 하는 거다. 그래야 요구를 받는 대상이 압박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때 시민들이 해야 하는 역할은 기재부를 향해 '너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서 우리가 지금 불편함을 겪고 있다. 빨리 해결해라'고 함께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미디어와 언론이 시민들의 생각에 미치는 영향은 어마어마하다. 미디어와 언론이 어떤 관점을 가지고 사회적 소수자들을 묘사하고 보도하는지에 따라서 사회적 소수자들을 향한 시민들의 태도가 크게 변하는 것을 목격한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미디어와 언론이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견제, 비판, 격려를 통해 도우면서 동시에 시민들은 미디어와 언론에 대해 비판적이고 능동적인 소비자가 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민중의 소리에서 컬럼보기
[김지학의 세상다양] “장애인의 인권은 중요하지만 시위 방법이 잘못됐다” (22.07.31)
"장애인의 인권은 중요하지만 시위 방법이 잘못됐다"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다.
다양성훈련은 활동과 대화로 이루어지는 체험형 인권교육이다.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 중에서도 무빙 닷츠(Moving Dots, 내 안의 고정관념 찾기)라고 불리는 활동은 다양성훈련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께 가장 먼저 소개해 드리는 프로그램들 중 하나다. 6~12장 정도의 전지를 벽에 붙여놓고 각 전지마다 낙인과 편견을 안고 살아가는 사회적 소수자 그룹의 이름(이주민, 장애인, 여성, 성소수자, 청소년, 노인, 빈곤층 등)을 적어둔다. 다양성훈련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모든 전지를 방문해서 전지에 쓰여 있는 사회적 소수자에 대해서 들어본 말을 적어 주세요'라고 요청받는다. 참여자들은 가족, 친구, 미디어 등에서 들어본 말들을 적기 시작한다. 전지에 빼곡히 사회적 소수자들이 들으면서 살아가야 하는 말들이 적힌다. 그 다음 단계론 '이 말들이 고정관념이고 편견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여전히 내 마음 속에 "이 말은 근거가 있기 때문에 생긴 말일 것이다"라고 생각되는 문장에 스티커로 표시해 주세요'라고 요청받는다. 그러면 참여자들은 모든 전지를 재방문해서 스티커로 투표에 참여한다. 그렇게 참여자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깊이 들여다 볼 기회를 준 후에 전지마다 가장 많은 표를 받은 문장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활동이다.
참여자들의 특성(성별, 나이, 직업, 종교 등)에 따라서 각 전지 마다 가장 스티커를 많이 받는 문장들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 이 활동의 묘미다. 진행할 때마다 다르기 때문에 진행하는 사람도 재미있다. 이 활동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주는 또 하나의 요소가 있는데, 미디어와 언론이다. 이 활동이 진행되는 시기에 어떤 영화나 드라마가 유행하고 있느냐 혹은 어떤 뉴스가 많이 나오고 있느냐에 따라서 각 전지 마다 가장 스티커를 많이 받는 문장에 큰 차이가 생긴다. 예를 들어, 2017년 연말 '범죄도시'라는 영화가 유행하던 시기에는 '조선족은 위험하다'와 같은 문장이 이주민의 전지에서 가장 많은 스티커를 받았다. 2018년도에 제주도에 예멘에서 온 난민 500명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가 넘쳐나던 시기에는 '난민은 위험하다'와 같은 문장이 이주민의 전지에서 가장 많은 스티커를 받았다. 올해 2월에 넷플릭스에서 방영되며 큰 인기를 끌었던 '소년심판'이라는 드라마가 화제일 때는 청소년의 전지에 '촉법소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와 같은 문장이 가장 많은 스티커를 받았다. 이전에는 '촉법소년'이라는 단어가 언급된 적조차 없었다.
장애인단체의 주장은 보편적 상식과 다르지 않지만
시위 방식만 조명하는 미디어
비판적이고 능동적인 미디어 소비자가 돼야
지난주에 있었던 활동에선 장애인의 전지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두 문장이 "발달장애인도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다" 그리고 "장애인의 인권은 중요하지만 시위 방법이 잘못됐다" 였다.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로 인식된 발달장애인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그리고 '잘못된 방식의 시위'를 하고 있는 단체는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두고 한 표현이었다. 26일 전장연이 SNS를 통해 낸 '다른 반응'이라는 만평과 정확히 일치하는 상황이었다.
"발달장애인도 함께 살아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라고 질문을 드리고 이야기를 나눴다. "함께 산다"는 것은 시설이나 병원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함께 산다는 뜻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탈시설'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장애인이 탈시설해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장애인의 돌봄이 온전히 가족에게만 맡겨져서는 안 된다.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또한 학교도 가고 직업훈련도 하고 직장도 가고 취미생활도 하려면 어디든 이동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동권 보장'은 필수다.
이렇게 무엇이 필요할 것 같은지 이야기를 나눈 후에, 이어서 "그럼 말씀하신 조건들이 충족돼서 장애인이 탈시설해서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 수 있는 사회가 됐다면, 나의 삶에게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라고 질문을 드리고 이야기를 나눈다. '저는 치매를 가지고 있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데 저와 같은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저처럼 유아차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도 훨씬 더 쉽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는 모두 노인이 되기 때문에 노화의 과정은 장애인이 되는 것과 같지 않을까요? 우리 모두에게 이로울 것 같습니다'와 같은 의견들이 나왔다.
그 때, "전장연의 주장이 우리가 방금 나눈 내용과 동일하다는 것을 알고 계시나요?"라고 질문을 드렸다. 잘 알고 계신 분들도 있었지만,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시위방법에만 집중한 채 어떤 요구를 누구에게 하는지 귀 기울여 들어본 적이 없는 분들도 많았다. 전장연은 장애인의 이동권과 교육권 보장하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장애인이 탈시설해서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 수 있게 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누구에게? 기획재정부(기재부)에게 관련한 예산 계획을 세우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 기재부 앞에 가서 시위를 하면 되지 시민들의 출근길을 방해하는 건 잘못된 방식 아니냐"라고 질문하신 분이 있었다. 아무에게도 불편을 끼치지 않는 시위가 가능할까? 아무도 불편해지지 않으면 누가 시위를 하는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줄까? 장애인 인권활동가들은 이동권과 탈시설과 관련한 주장을 20여년 전부터 해왔다. 성명서, 기자회견, 면담 등 수많은 방법으로 이야기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게 조용하게 이야기 할 때 들어주지 않으면 시위는 누군가에게 불편을 끼칠 수 있는 방식으로 계획된다. 최대한 사람들을 불편하게 할수록 효과적이다. 그래서 출근길에 하는 거다. 그래야 요구를 받는 대상이 압박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때 시민들이 해야 하는 역할은 기재부를 향해 '너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서 우리가 지금 불편함을 겪고 있다. 빨리 해결해라'고 함께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미디어와 언론이 시민들의 생각에 미치는 영향은 어마어마하다. 미디어와 언론이 어떤 관점을 가지고 사회적 소수자들을 묘사하고 보도하는지에 따라서 사회적 소수자들을 향한 시민들의 태도가 크게 변하는 것을 목격한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미디어와 언론이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견제, 비판, 격려를 통해 도우면서 동시에 시민들은 미디어와 언론에 대해 비판적이고 능동적인 소비자가 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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