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성평등 활동가 찾기: 우리가 서로를 발견할 수 있도록
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
얼마 전, 오랫동안 다양한 영역에서 페미니즘 운동을 해오신 선배 활동가 한 분으로부터 제안을 받았습니다.
"성평등 활동을 하는 남성 활동가들을 좀 더 쉽게 찾을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 볼 수 없을까요?"
여러 단위에서 성평등과 인권을 이야기하는 자리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토론회, 캠페인, 인터뷰, 연구, 교육 등 다양한 기회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정작 그러한 자리에서 함께할 남성 활동가들을 찾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저 역시 활동을 하면서 비슷한 경험을 여러 번 했습니다. 좋은 활동가들이 분명히 존재하는데, 서로를 잘 모르거나 연결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작은 실천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한국다양성연구소가「남성 성평등 활동가 색인」 시트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통해 그 명단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 작업이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 리스트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시스젠더 헤테로 남성 성평등 활동가도 있고, 트랜스젠더, 논바이너리, 퀴어 등 다양한 성별정체성과 성적지향을 가진 성소수자 활동가들도 있습니다.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에 맞서 활동하는 사람들도 있고,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에 저항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또 어떤 이들은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사회가 만들어낸 남성성이 남성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고, 교육하고,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병역거부 운동, 평화운동, 노동운동, 권력감시 운동, 인권운동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며 기존의 남성성과 다른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아닙니다. 활동 방식도 다르고,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의제도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공유하고 있습니다. 가부장제 자본주의 사회가 남성들에게 주입하고 강요하는 해로운 남성성이 만들어 내는 자기 자신에 대한, 다른 남성에 대한, 여성과 성소수자에 대한 폭력과 지배의 문화를 넘어 더 평등하고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는 점입니다.
저는 이러한 삶과 실천이 더 많이 보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서로에게서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젊은 남성들의 어려움과 혼란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 이후 여성들에게는 페미니즘이라는 언어가 주어졌지만, 남성들에게는 자신의 삶을 해석할 언어가 없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 말에 일정 부분 공감하면서도,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남성들이 경험하는 고통과 불안, 착취와 억압을 설명하려는 시도는 사실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습니다. 민주화운동, 노동운동, 인권운동, 시민사회운동, 평화운동 등 수많은 해방의 운동들이 바로 그러한 언어와 관점을 만들어 왔습니다. 저는 진짜 문제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삶에 일어나고 있는 억압과 착취를 해석할 수 있는 언어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왜 그 언어들이 들리지 않았는가’라고 생각합니다.
왜 그것이 자신의 삶과 연결된 이야기로 느껴지지 않았는지, 왜 실제 삶을 바꿀 수 있는 관점으로 다가오지 못했는지, 혹은 알고는 있었으나 경쟁, 능력주의, 공정 담론이 점점 더 강력해지는 사회 속에서 다른 삶을 상상하기 어려웠던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새로운 관점을 발명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존재하는 인권, 다양성, 포함, 평등, 돌봄의 언어를 어떻게 하면 남성 청소년과 청년들의 삶에 닿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그들의 귀에 들리고, 마음을 움직이고, 삶을 변화시키는 힘이 될 수 있을까.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는 지금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민에 대한 혐오와 조롱이 놀이처럼 소비되고, 역사 왜곡과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마저 '재미있는 콘텐츠'로 소비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리스트를 만들며 제가 가장 전하고 싶었던 것은, 성평등은 결코 여성이 해결해야 할 과업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남성들이 가부장제 자본주의 사회가 만들고 유지하고자 하는 남성성, 남성문화, 남성권력에 저항하고 자신의 삶과 사회를 바꾸는 것이 성평등의 중요한 과제입니다.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성평등 활동가들을 소개합니다. 가부장제와 자본주의가 요구하는 남성성을 쫓지 않고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고, 서로를 돌보고, 자신이 원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좋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남성들도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습니다. 우리 이제 서로가 그 모습을 더 많이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배우고, 연결되고, 행동하면 좋겠습니다.
이 리스트가 단순한 연락처 모음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언젠가는 이 명단에 있는 분들과 함께 화이트리본 캠페인, 핑크셔츠데이와 같은 성평등 캠페인을 기획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함께 연구를 하고, 교육을 만들고, 토론회를 열고, 서로를 연결하는 네트워크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떤 일들이 가능해질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만 저는 꿈을 꾸어봅니다. 희망을 가져 봅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발견하고, 서로에게 배우고, 함께 행동하기 시작할 때 사회는 조금씩 달라집니다. 이 리스트가 그 작은 시작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가 이 명단을 펼쳐보며 ‘저런 삶도 충분히 가능하구나’, ‘나도 저런 삶을 살아볼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 [한국다양성연구소] 남성 성평등 활동가 색인 [스프레드 시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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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성평등 활동가 찾기: 우리가 서로를 발견할 수 있도록
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
얼마 전, 오랫동안 다양한 영역에서 페미니즘 운동을 해오신 선배 활동가 한 분으로부터 제안을 받았습니다.
"성평등 활동을 하는 남성 활동가들을 좀 더 쉽게 찾을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 볼 수 없을까요?"
여러 단위에서 성평등과 인권을 이야기하는 자리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토론회, 캠페인, 인터뷰, 연구, 교육 등 다양한 기회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정작 그러한 자리에서 함께할 남성 활동가들을 찾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저 역시 활동을 하면서 비슷한 경험을 여러 번 했습니다. 좋은 활동가들이 분명히 존재하는데, 서로를 잘 모르거나 연결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작은 실천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한국다양성연구소가「남성 성평등 활동가 색인」 시트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통해 그 명단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 작업이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 리스트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시스젠더 헤테로 남성 성평등 활동가도 있고, 트랜스젠더, 논바이너리, 퀴어 등 다양한 성별정체성과 성적지향을 가진 성소수자 활동가들도 있습니다.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에 맞서 활동하는 사람들도 있고,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에 저항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또 어떤 이들은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사회가 만들어낸 남성성이 남성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고, 교육하고,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병역거부 운동, 평화운동, 노동운동, 권력감시 운동, 인권운동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며 기존의 남성성과 다른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아닙니다. 활동 방식도 다르고,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의제도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공유하고 있습니다. 가부장제 자본주의 사회가 남성들에게 주입하고 강요하는 해로운 남성성이 만들어 내는 자기 자신에 대한, 다른 남성에 대한, 여성과 성소수자에 대한 폭력과 지배의 문화를 넘어 더 평등하고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는 점입니다.
저는 이러한 삶과 실천이 더 많이 보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서로에게서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젊은 남성들의 어려움과 혼란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 이후 여성들에게는 페미니즘이라는 언어가 주어졌지만, 남성들에게는 자신의 삶을 해석할 언어가 없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 말에 일정 부분 공감하면서도,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남성들이 경험하는 고통과 불안, 착취와 억압을 설명하려는 시도는 사실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습니다. 민주화운동, 노동운동, 인권운동, 시민사회운동, 평화운동 등 수많은 해방의 운동들이 바로 그러한 언어와 관점을 만들어 왔습니다. 저는 진짜 문제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삶에 일어나고 있는 억압과 착취를 해석할 수 있는 언어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왜 그 언어들이 들리지 않았는가’라고 생각합니다.
왜 그것이 자신의 삶과 연결된 이야기로 느껴지지 않았는지, 왜 실제 삶을 바꿀 수 있는 관점으로 다가오지 못했는지, 혹은 알고는 있었으나 경쟁, 능력주의, 공정 담론이 점점 더 강력해지는 사회 속에서 다른 삶을 상상하기 어려웠던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새로운 관점을 발명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존재하는 인권, 다양성, 포함, 평등, 돌봄의 언어를 어떻게 하면 남성 청소년과 청년들의 삶에 닿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그들의 귀에 들리고, 마음을 움직이고, 삶을 변화시키는 힘이 될 수 있을까.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는 지금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민에 대한 혐오와 조롱이 놀이처럼 소비되고, 역사 왜곡과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마저 '재미있는 콘텐츠'로 소비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리스트를 만들며 제가 가장 전하고 싶었던 것은, 성평등은 결코 여성이 해결해야 할 과업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남성들이 가부장제 자본주의 사회가 만들고 유지하고자 하는 남성성, 남성문화, 남성권력에 저항하고 자신의 삶과 사회를 바꾸는 것이 성평등의 중요한 과제입니다.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성평등 활동가들을 소개합니다. 가부장제와 자본주의가 요구하는 남성성을 쫓지 않고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고, 서로를 돌보고, 자신이 원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좋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남성들도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습니다. 우리 이제 서로가 그 모습을 더 많이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배우고, 연결되고, 행동하면 좋겠습니다.
이 리스트가 단순한 연락처 모음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언젠가는 이 명단에 있는 분들과 함께 화이트리본 캠페인, 핑크셔츠데이와 같은 성평등 캠페인을 기획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함께 연구를 하고, 교육을 만들고, 토론회를 열고, 서로를 연결하는 네트워크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떤 일들이 가능해질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만 저는 꿈을 꾸어봅니다. 희망을 가져 봅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발견하고, 서로에게 배우고, 함께 행동하기 시작할 때 사회는 조금씩 달라집니다. 이 리스트가 그 작은 시작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가 이 명단을 펼쳐보며 ‘저런 삶도 충분히 가능하구나’, ‘나도 저런 삶을 살아볼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 [한국다양성연구소] 남성 성평등 활동가 색인 [스프레드 시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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