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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레터점진적 불편함의 원리 - 다양성다이브 청소년다양성훈련 울산 2기 후기

지난 5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 열매의 지원으로 진행되고 있는 다양성다이브 청소년다양성훈련을 위해 울산의 한 고등학교에 다녀왔습니다. 울산에서 진행한 다양성다이브 활동 중 유일하게 학교에서 진행한 기수이기도 해서 무척 떨리고 반가운 마음을 가지고 간 기억입니다.


저는 최근 '기후위기와 장애인권' 토론회에 다녀오기도 했는데요. 발제를 들으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플라스틱 빨대 제한이 뇌병변, 근육위축, 다발성 경화증 등 매우 넓은 범위의 장애인들을 배제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실제로 2011년 11월 환경부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친환경 정책으로 식당, 카페 등에서의 '플라스틱(일회용 합성수지)' 사용을 금지했습니다. 이미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는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빨대로 대체하고 있는 것을 보신 적이 있을 거예요. 이러한 정책은 물과 음료를 마시기 위해 플라스틱 빨대(변형이 쉽고, 높은 온도에서도 안전하다)를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습니다. 저 또한 카페에 놓여있는 종이 빨대를 보고 '플라스틱 빨대보다는 괜찮겠지' 라고 생각한 적이 있기에 부끄러움이 느껴졌습니다.

기후위기 대응과 적응이 누군가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려면, 그리고 모든 사람이 기후위기 대응의 주체로 행동할 수 있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플라스틱 빨대를 없애는 것과 같은 간편한 방식이 아닌 더 많은 존재들을 포함하는 방식을 고민하는 과정은 많은 사람들에게 적지 않은 불편함을 느끼게 합니다.


다양성훈련을 진행하다보면 이와 비슷한 방식의 불편함을 마주하게 될 때가 많습니다. 다양성다이브 울산 청소년다양성훈련 2기에서도 진행한 무빙닷츠(내 안의 고정관념 찾기) 프로그램은 의도적으로 불편함의 순간을 만들어가는 활동이기도 합니다.



무빙닷츠는 크게 세 단계의 활동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 먼저 14가지 그룹의 사회적 소수자 정체성(인종/민족/출신국가, 여성, 성소수자, 장애, 질병, 외모, 지역, 종교, 빈곤, 학력/학벌, 가족의 형태, 어린이/청소년, 노인 등)이 적힌 전지를 돌며 각각의 정체성에 대해 자신이 들어보거나 배웠던 고정관념과 편견을 적습니다. 전체 대화를 나눈 후, 다시 전지 앞에 섭니다. 2) 이번에는 각각의 전지를 돌며 앞에 놓인 소수자 정체성에 대입해 이러한 차별의 말들을 매일 듣는다면 자신의 삶이 어떻게 변화할지 생각합니다. 3) 마지막으로 자신의 마음 속 깊은 곳에 남아있는 편견과 고정관념을 살펴보며 다시 전지를 돌아 봅니다.

무빙닷츠는 단계를 진행할 수록 불편함이 더해지는 과정입니다. 한가지의 정체성도 생각하기 벅찰 때가 많은데 무려 14가지의 정체성을 살피며 내 안에 숨어있는 고정관념까지 찾아야 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무빙닷츠를 할 때 근력 운동에서 흔히 쓰이는 “점진적 과부하의 원리”를 “점진적 불편함 과부하의 원리”로 바꿔 혼자 생각해 보고는 합니다. 다양성 관점의 성장/증진을 위해 불편함의 강도를 점점 늘여간다고 생각해 보는 것이죠. 마치 근섬유가 손상과 회복을 반복하며 근육의 몸집을 키워나가는 것처럼요. (*점진적 과부하: 근골격계와 신경계에 가해지는 스트레스의 점진적 증가를 주로 하는 근력 트레이닝 방식)



활동 이후 참여자들은 불편함을 반복하는 동안 느끼고 발견한 것을 나눕니다. 여러가지 것들이 한꺼번에 머릿속에 들어와 힘이 든다는 이야기, 새로운 차별과 억압을 발견했다는 이야기가 들리기도 하죠. 그리고 저는 때때로 그 어색하거나 불편한 이야기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연결되어 있음을 발견하고는 합니다. 겉보기엔 아무런 관계가 없을 것만 같은, 각각의 전지에 적혀있는 차별의 언어들이 어딘가 닮아 있음을 알아채는 것이죠.

문화다양성에 대해, 이주민과 난민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인종/민족/출신국가' 뿐만이 아닌 '여성', '종교', '지역', '외모' 등의 소수자정체성을 다룰 수 밖에 없습니다. 차별받는 정체성의 이름은 다르지만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고 누군가를 배제함으로써 사회적 자원을 빼앗는 억압의 기재는 동일하기에 “정상”으로부터 누군가를 밀어내는 차별의 언어는 같은 방식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까닭입니다. 또한 한 사람이 살아가며 가지는 정체성은 단일하지 않기에 다양한 사회적정체성을 이해하는 것은 내 존재의 일부가 가까운 곳에, 혹은 아주 먼 곳에 연결되어 있음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한국다양성연구소의 다양성훈련은 활동과 대화를 통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사회 구조와 문화에 의문을 제기하고 연결과 연대의 근거를 찾는 과정을 가집니다. 그렇기에 이러한 이야기는 누군가에는 익숙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어색하거나 불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또한 여전히 다양성훈련을 하며 불편하고 어려운 순간이 생깁니다. 불편함을 편하게 받아들이는 법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점진적 불편함 과부하의 원리를 떠올리며 더 많은 존재들이 있는 모습 그대로 포함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다정함(다양성 관점)을 키운다고 생각해 보려 합니다.

그 과정에 함께 하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통해 다양성다이브 프로그램을 확인해 보세요! 


✨ 울산, 서울 청소년 다양성캠프 더 알아 보기: bit.ly/DD_youth

✨ 서울 비청소년 다양성훈련(숙박) 더 알아 보기: bit.ly/DD_activist

📺 울산 청소년 다양성훈련 후기 영상 보기: https://youtu.be/K0Dm7OBPbw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