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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레터이주노동자의 얼굴 - 다양성다이브 비청소년 다양성훈련(울산) 후기

며칠 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열매 지원으로 진행되는 다양성 다이브 사업으로 한국다양성연구소의 첫 (숙박 형태) 비청소년 다양성훈련이 진행되었습니다. 2박 3일 동안 함께 보낸 시간 동안 인상 깊은 순간과 대화, 감정이 참 많았습니다.


다회차, 장시간의 다양성훈련을 진행할 때 한국다양성연구소는 공동체 규칙을 공유하고 함께 지킵니다. 처음에는 총 12가지의 규칙을 나누고, 상황에 따라 의견을 받아 새로운 공동체 규칙을 추가하기도 합니다. 저는 이 중 "불편함을 편하게 여긴다"는 규칙을 참 좋아합니다. 불편함을 직면하는 용기가 새로운 순환을 만들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마침 이번 울산 비청소년 다양성훈련에서도 '불편함'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거나, 무관심하거나 외면하고 있던 '다양성'을 처음 마주할 때는 불편함과 어색함, 부끄러움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제가 무의식적으로 또는 의식적으로 누군가를 차별하고 배제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마다 당혹과 죄책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이주노동자의 얼굴을 떠올린 것은 어쩌면 이번 비청소년 다양성훈련을 진행하는 동안 저에게 필요한 발견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바로 문화다양성 게임 '라파라파'를 진행하면서였습니다. (청소년다양성훈련 속 '라파라파' 설명 읽기) '라파라파' 활동이 끝나면, 게임을 하며 발견하거나 느낀 것과 이 경험이 사회의 어떤 부분과 닮았는지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번 활동에서는 '라파라파' 경험과 이주민, 난민을 함께 생각해 보았습니다. 총 세 가지 질문을 갖고 그룹 대화를 진행 했는데요. 그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이주민, 난민이 일상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경험하는 차별과 억압의 사례 나누기
2) 이러한 억압을 해소하기 어려운 이유 / 무지하거나 무관심했기 때문이라면 왜 그런지에 대한 이유 나누기
3) 이주민, 난민이 경험하는 차별과 억압을 없앨 수 있는 개인적/사회적 실천과 방법 나누기


저는 1번 사례로, '언어 배우기 강요'를 나누었어요. 이주노동자, 이주결혼여성에게 일방적으로 "한국에서 살기 위해서는 한국어를 배워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차별이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우리 사회에서 '이주노동자'를 떠올릴 때 연상되는 인종이나 민족, 출신 국가나 경제력, 학력과 학벌이 고정적이고 일반화되어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이는 '이주민'이 가지는 편견에 '노동자'라는 단어가 주는 고정관념이 합해져 만들어진 결과값이겠지요.


'라파라파'가 끝나고, 이후 훈련 기간 동안 또 집에 돌아와서도 '이주노동자의 얼굴'을 잠깐씩 떠올려 보았습니다. 여태 제가 만나고 대화를 나누었거나, 알고 있는 이주노동자를 생각해 보았지요. 제가 처음으로 만난 이주노동자는 중학생 때의 영어 원어민교사였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원어민교사와 함께하는 수업이 있었는데, 이 수업 중에는 한국어를 사용하면 안 된다는 규칙이 있었어요. 스스로 영어를 잘한다고 느끼지 않으니 자신감이 없었고, 수업 시간이 불편하고 어려웠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용기 내서 친구들과 원어민교사실에 가 선생님과 함께 영어 퍼즐 게임을 하고 영어로 말하기를 조금 편하게 느끼게 되었어요.) 이후에는 고등학생 때의 일본어 원어민교사가 있었고요. 이후에는 구로구에 거주하는 동안 식당, 카페, 편의점, 마트에서 이주민을 만났습니다. (대림 ㅎ 식당 사장님 잘 지내고 계신가요!) 또한 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국가의 아이돌, 가수를 보고 있고요. 제가 알고 있고 만나고 응원하는 모두가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지요.


그런데 왜 누군가는 자신의 제 1언어를 사용하는 것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오히려 드러낼수록 좋은) 일인데, 왜 누군가는 제 1언어를 숨기고 꼭 '한국어'를 사용해야 할까요? 똑같이 이중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왜 어떤 언어는 자랑이고 또 어떤 것은 낯설게 느껴질까요?


저는 다양성훈련에서 이런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어 좋습니다. 의식하지도 못한 채 곳곳에서 유지되고 강화되는 차별을 발견하고,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그 이유와 구조를 이해하고, 차별을 인식했을 때 생기는 불쾌하고 화나는 마음을 나눌 수 있어서 좋습니다. 다양성의 관점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저는 저의 여러 고정관념, 편견과 싸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몸 크기에 대해 자주 생각합니다. 성 표현에 대해서도 그렇습니다. 세상에 어떻게 무결하고 결백한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요? 저는 다양성의 관점을 갖고 생각하고 실천하는 일이 무결하고 완벽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인간 동물과 비인간 동물이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더 좋은 방법을 찾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 이런 대화와 활동의 시간에 궁금증이 생긴 분이 계시다면 아래의 링크를 확인해 보세요. '우리'가 함께라면 또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을 거예요!


🔥 서울 비청소년 다양성훈련(숙박) 더 알아 보기: bit.ly/DD_activist
🔥 울산, 서울 청소년 다양성캠프 더 알아 보기: bit.ly/DD_you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