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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레터언어와 경험 - 다양성다이브 청소년다양성훈련 울산 1기 후기

지난 3월에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열매 지원을 통해 진행 중인 2023 다양성다이브 청소년다양성훈련 프로그램 진행을 위하여 울산에 다녀왔습니다. 지난 2022년에는 주로 서울 지역에서 살아가고 있는 청소년들과 다양성훈련을 진행했기 때문에, 다양성다이브 사업을 통해 비서울 지역의 청소년들을 만날 수 있게 되어 몹시 기쁘고 설레는 마음이 컸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저는 청소년 시기를 대구에서 보냈기 때문입니다.


울산에서 다양성훈련을 진행하며 청소년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낀 감정은 익숙함과 반가움이었습니다. 대구와 울산의 언어와 표현은 분명 다르지만, 서울과 대구, 서울과 울산을 놓고 보면 대구와 울산은 꽤 닮아 있기 때문이에요. 저는 자라면서 "서울말을 쓰는 청소년"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저나 제 가족, 친구들과 선생님을 비롯한 대부분의 어른들 역시 자연스럽게 '대구말'을 썼기 때문이에요. 그렇기에 제가 인식하고 있는 "서울말을 쓰는 사람"은 대부분 비청소년 성인이었어요. 대부분의 방송과 미디어에서는 서울말이 '표준'이고 '기준'인 것처럼 노출되었으니 말입니다. 서울말이 아닌 지역의 언어를 구사하는 방송인 또는 출연자, 인물에게 닿는 '표준'의 시선(이를테면, '애교'를 시키거나, 특정 단어나 문장(블루베리스무디, 오백 원 짜리 등)을 따라 말하게 하는 등)이 청소년이었던 저에게도 이상하고 우습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스물한 살 이후 서울에서 살게 되었고, 삼 년 정도 지나서야 비교적 편안하게 '서울말'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종종 저에게 사투리를 어떻게 '고쳤는지' 궁금해 하며 물어 보거나, '티가 나지 않는다'는 식으로 나름대로의 칭찬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사투리를 '고쳤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에게 '서울말'은 또 다른 언어와 양식, 태도의 느낌으로 다가왔고 그래서 저는 그것을 배우고 또 학습하고, 새롭게 적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도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대구말을 씁니다. 원하고 필요할 때, 하고 싶을 때 얼마든지 말입니다.


한국다양성연구소가 진행하는 다양성훈련 프로그램 중에는 '라파라파'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물론 다양성다이브 청소년다양성훈련 울산 1기 교육에서도 '라파라파'를 함께 했어요. '라파라파'는 각각 다른 문화와 생활 양식을 공유하는 두 개의 마을에서 적응하여 살아가는 내용을 다룹니다. 서로의 마을로 관찰자와 여행자가 떠나기도 하며 원래 살던 마을로 돌아와서는 자신이 '보고 온 것'과 '경험'한 것, 그리고 '느낀 것'을 같은 마을 사람들에게 전해줍니다. 두 마을은 사용하는 언어도, 행동도, 함께 공유하는 가치관과 목표도 다릅니다. '라파라파'는 문화와 다양성, 다름에서 느끼고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개인에게 어떤 고정관념와 편견이 생기는지, 그러한 고정관념과 편견은 어떻게 차별과 사회적·구조적 억압으로 이어지는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참여자는 전학과 이사, 여행와 이주의 경험 또는 생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지요.


생각해 보면, 청소년 시기에 저는 "서울말을 쓰는 사람"을 보며 낯설고 어색하게 느끼기도 했습니다. 서울에 살게 된 이후로는, "대구(또는 경상도)말을 쓰는 사람"을 보면 반갑고 가깝게 느끼기도 했지요. 신기한 일이지요. 어떤 단어를 사용하는지, 문장을 말하는 억양과 속도가 어떤가를 인식하는 것만으로 마음과 기분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은 말입니다. 어떤 한 개인이 사용하고 구사하는 언어는 그 사람이 자라거나 살아온 환경과 관계하고 있는 (혹은 했던) 사람들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어떤 곳에서 어떤 사람들과 함께 살았고, 무엇을 배웠고 어떻게 표현하는지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게 하지요. 하지만 그것이 그 사람의 '모든 것'은 아닙니다. (서울에 사는 사람이 비서울지역의 억양을 사용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반드시 비서울지역에 거주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혹은 서울 지역에 산 지 얼마 안 되었을 것이다('사투리를 고치지 못했다'), 같은 판단은 단순히 추측에 불과하다는 뜻입니다.)


'라파라파'를 시작할 때는 두 마을을 나눈 뒤, 각각의 마을의 규칙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똑같이 설명을 들었는데도, 참여자마다 게임의 규칙에 대해 이해하고 받아 들이는 정도가 다릅니다. 서로 이해한 것, 알고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의문을 가지고 충돌하기도 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지요. 개인에게는 아주 많은 정체성과 개개인의 생각, 가치관이 있으며 환경과 타인을 이해하는 것에도 차이가 있으니 말이에요.


한국다양성연구소의 다양성훈련은 이처럼 개인과 타인의 사회적정체성에 대해 이해하며, 자신과 공동체, 문화와 사회의 구조에서 작용하고 있는 고정관념, 차별, 억압에 대해 깨닫게 합니다. 저는 다양성훈련을 통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경험과 생각, 느낌을 나누는 일이 즐겁습니다. 더 많은 지역과 환경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요. 앞으로 한국다양성연구소는 다양성다이브 사업을 통해 울산의 청소년과 비청소년을 더 만날 예정입니다. 앞으로는 또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지 진심으로 기대됩니다.



* 청소년다양성캠프(울산, 7월 말), 비청소년다양성캠프(울산, 6월 초), 청소년다양성훈련 3기(서울, 6월 중순), 청소년다양성캠프(서울, 8월 중순), 비청소년다양성캠프(서울, 10월 초)에 관한 소식도 한국다양성연구소의 여러 채널을 통해 전달 드릴 테니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