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또 놀자! 꼭이야!》X《나답게 사는게 어때서》 북토크
2024. 2. 19., @계절의목소리. 지하크(이하 지), 덴마(이하 덴), 윤슬(이하 윤)
모두를 위한 북토크를 시작하며!
지 오늘 북토크를 하고 정기 총회를 하는 좋은 날인데요. 먼저 북토크로 시작하겠습니다. 소개해드릴 책이 두 권인데요. 《같이 또 놀자! 꼭이야!》라고 하는 책이랑 그 다음에, 《나답게 사는게 어때서》라는 책입니다. 두 권은 장애 그리고 인종, 민족, 언어, 종교에 대한 이야기도 할 수 있고, 성평등, 성역할 고정관념에 대해서도 이야기 할 수 있는 책입니다. 한국다양성연구소가 작년과 재작년에 활동하면서 출간한 책이고요. 청소년들과 활동가가 함께 만든 책이어서, 직접 만드신 분들의 소감과 과정을 결과물과 함께 소개해드리는 시간을 가지고자 이런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지 한국다양성연구소 활동가인 황혜정 활동가, 과거에 덴마라는 활동명을 쓰다가 최근에 ‘옥희’로 활동명을 바꿨습니다. 더 자세히 소개해주실 거고요. 윤슬은 작년에 청소년 다양성캠프에 참여하고 후속 작업으로 책을 만드는 작업을 했습니다. 글을 쓰며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또 그것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세상을 바꾸는 것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인데요. 그 과정이 어땠는지, 두 분에게 질문을 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셨습니다. 제가 소개해드린 것 외에 지금 이 자리에, 이곳에 왜 있게 되었는지, 또 이곳이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와 함께 소개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윤 작가로서 함께 있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지하크 : 더 길게 해주세요.) (웃음) 사실 이 책을 만들 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학업 중간 수업 쉬는 시간이나 여가 시간에, 덴마와 집필을 하면서 결국 동화책으로 나오게 됐어요. 이 작품이 너무 마음에 들고, 잘 나온 것 같아서 감사드립니다.
덴 저는 한국다양성연구소 활동가이고요. 그동안 덴마로 열심히 활동해오다가, 고인이 되신 교육감님의 (삶의 태도를) 아주 조금이라도 닮고 싶은 의지를 담아 ‘옥희'라고 정했는데요. 이 책을 보면 휠체어 이용인 청소년이란 히잡을 쓰는 청소년이 등장해요. 저희가 구체적으로 히잡을 쓰는 여성 청소년에 대해 다룬 것 처음이거든요. 울산, 울산 동구에 정착한 아프간 난민분들이 계시고 거기서 굉장히 많은 청소년들이 거주를 하고 계셔서, 그분들과 만나는 과정을 통해 윤슬과 함께 하는 작업에 담아볼 수 있었어요.
“내가 나로서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권리”
지 우리가 하는 활동들이나 캠페인들이 늘 연결되고 더해지고, 덧붙여지는 것 같은데요. 작년 같은 경우, 특히 울산에서 아프간 난민으로 와 있는 청소년들을 많이 만났거든요. 두 분에게 다음으로 드리고 싶은 질문은, 이 책을 함께 기획하고 다듬어가는 전 과정을 함께 하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어떤 것일까요?
윤 저의 고정관념이 많이 깨지고 새로이 배워가는 과정이 되었던 것 같아요. 자료 수집을 하고 인터뷰를 하면서, 나도 모르고 있었던 (내 안의) 고정관념들을 하나둘 씩 깨닫게 되었어요. 이번에 (이주 배경 청소년)를 하면서 이야기해주시는 사건이나 사고를 통해 다양한 차별에 대해 들으며, 내가 갖고 있었던 고정관념에 대해 알 수 있었고요. 휠체어 이용인 분도 인터뷰를 했는데, 당연시 여기고 (화재 상황) 대피 활동을 했던 것에서 다양한 문제나 상황이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과정이었어요.
지 이 책을 상상력에 기반해서만 쓴 게 아니라, 휠체어 이용인 여성 청소년과 인터뷰를 하고, 또 이주 배경 청소년과도 인터뷰를 하면서 실제 삶과 여러 차별 경험을 듣고 써주신 거거든요. 그래서 체육 시간에 체육을 안 시켜준다든지, 그걸 체육 선생님들이 배려라는 이유를 들며 이야기했다든지. 또, 이주 배경 청소년 같은 경우에는 중국 배경이었는데, 눈으로 보기에 ‘외모로는 차이가 없구나, 그런데 나와 정말 다른 경험을 하는구나', 또는 ‘휠체어 이용인 같은 경우에는 보기에 나와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여성 청소년으로서 같은 경험을 공유하는구나', 이런 경험을 하셔서 (실제로 동화를) 쓰기 전까지도 많은 배움이 프로젝트로 연결되었던 것 같아요. 덴마(옥희)도 나누고 싶은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덴 저희가 인터뷰를 몇 번 진행했는데, 인터뷰를 하면서 윤슬도, 저도 심지어 인터뷰이도 다 같이 엄청 분노를 해서. 줌으로 인터뷰를 했는데, 줌이 막 폭발할 것 같은…(웃음) 그래서 이 사건이 해결이 됐는지 모르겠어요. 학교에서 일어난 구체적인 사건들이 있었거든요. 자신의 권리를 이야기하는데도, 선생님은 그걸 권리로 인지하기보다는 어떤 권리의 충돌처럼 인지하셨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저희가 애초에 휠체어 이용인과 히잡 쓰는 청소년으로 (인물을 설정하고 인터뷰)한 게, 연결된 차별을 발견하려고 였어요. 내가 청소년이지만, 내가 나로서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학교에도 많이 이야기해왔는데, 그렇죠? 권력 분석을 같이 하면서,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발견하면 서로 원하는 답을 찾을 수 있을 텐데 권력 분석이나 진짜 문제를 외면하고 계속해서 자신의 권리를 빼앗는 것으로 이해하며 갈등으로만 단순하게 표현하는 일들이 계속 있었던 것 같아요.
지 네, 그렇죠. ‘교권 침해’로는 표현할 수 없겠죠. 모든 학생이 모든 수업에 참여하고 싶다, ‘체육을 하고 싶다', ‘미술과 음악을 하고 싶다'고 하면 모든 학생이 모든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 수 있도록 학생도, 교사도 학교도 모두 생각해야 하는 거죠. 교육청이나 교육부도 그 방법을 생각해서 방안을 마련해야 하고요. 어떤 정체성을 가졌든 ‘그 학교의 학생'이니까.
“표정이나 상황만으로도”
지 윤슬에게. 글쓰기에 관심이 있고 좋아하신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요. 여러 가지 자기표현이 방법이 있을 텐데, 왜 글 쓰는 걸 제일 좋아하시는지. 그리고 그 중에서도 이번에 그림책, 동화, 어린이책을 만들게 된 이유도 궁금합니다.
윤 글 쓰는 걸 좋아하는 이유는 (글이) ‘기록 수단'이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말하는 것이 영상물로써 기록될 수도 있고, 녹음이 될 수도 있는데 글을 쓰는 것은 제 손에서 탄생하는 기록물이다 보니 이런 형태의 창작물을 즐겨 만들게 된 것 같아요.
지 내 손으로 쓰는 형태의 기록 활동이 좋은 거군요.
윤 네, 왜냐하면 눈을 딱 보이고 나중에도 다시 읽을 수 있으니까요.
지 이번에 이 작품을 동화로, 특히 그림책으로 만든 건 어떤 논의 과정 중에 나왔을까요?
윤 제가 글을 쓸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기도 했고. 이런 (다양성에 관한) 책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동화책에는 그림과 글이 함께 들어가는데, 글을 읽지 못해도 그림으로써 어느 정도 해석을 할 수 있는 것도 좋고요.
지 표정이나 상황만으로도 이해할 수 있는 것 같아서 좋더라고요. 아기 한 명과 함께 살고 있는데, 함께 읽어봤거든요? 표정을 보면서, 어떤 기분일 것 같은지. 이름을 불러가면서, ‘친구들이 놀고 있는데 안 끼워주고 나만 혼자 앉아 있어야 하면 어떨 것 같아?’ 물어 보며 읽었더니, ‘속상할 것 같아’라고 하면서, ‘너도 같이 놀 수 있는 놀이터를 발견하면 어떨 것 같아?’ 했더니, 엄청 좋아하더라고요. 같이 놀 수 있는 친구를 만나는 걸 되게 좋아하거든요. 그런 식으로, 글을 읽지 못해도 그림을 통해 이해하게 되는 부분도 있어서 표정을 보며 대화하는 것도 좋았어요. 두 분의 의도가 잘 살아난 것 같습니다.
“좋은 글은 읽고 나서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글”
지 그럼 두 분이 인상깊게 읽었거나 좋아하는 그림책, 동화는 어떤 게 있나요?
덴 저는 질문지를 받고, 많은 동화책, 그림책이 생각났어요. 예전에 한동안 전공서적만 읽고, 그 관련된 것만 읽던 시기에 그게 너무 지겨워서 서점 그림책 코너에 가서 그림책만 읽었는데요. 그 중에서도 권정생 선생님 책이 많았거든요. 그때부터 그림책 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그런데 권정생 선생님 작품이 아주 밝고 따뜻하고 그러지는 않잖아요. 읽으면 불편하거나 울거나, 이렇게 되는 것이 있고. 그런데 그게 좋은 것 같아요. 권정생 선생님도 직접 말씀하셨던 게, 우리 삶이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은데, (아름답기만 한 것) 그게 진실이 아닌데 ‘그것'만 보여주는 게 어떻게 좋기만 하겠냐는 맥락의 이야기였어요. 그래서 오히려 좋은 글은 읽고 나서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글이라고 하셨거든요. 그런 면에서 저는 권정생 선생님의 그림책들이 제일 먼저 생각이 났어요. 교과서에 실린 《강아지똥》 같은 것.
지 저는 옥희가 권정생 선생님 생각을 하거나 떠올리며 작업한 줄 몰랐는데, 사실 옥희의 가장 큰 꿈 중 하나가 그림책, 동화책 작가예요. 그래서 이 두 권의 책은 그 꿈을 실현할 수 있게 해준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윤슬은) 혹시 소개하고 싶은 책이나 작가가 있을까요?
윤 이 책을 만들면서, 《여우와 두루미》가 떠오르더라고요. 접시에 상을 차린다든가, 호리병에 식사를 준비한다든가 하는데 나중에는 서로 다른 점을 이해하게 돼서 서로 각자에게 맞는 (편한) 그릇에 밥을 먹는 걸로 마무리하는데요. 그것처럼 사람들도 서로서로 다름을 알게 되고, 틀림이 아니라 다름으로 인정하고 그로 인해 바뀌어가는 모습을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지 맞아요. 각자 다른 그릇에 밥을 먹어도 같이 밥을 먹을 수 있다는 너무 좋은 이야기죠.
덴 저 최근에 《여우와 두루미》 각색 버전을 봤거든요? (두루미가) 의도치 않게 호리병으로 여우를 대접하게 됐어요. 그런데, 여우가 문제 없이 ‘잘 먹을게!’하고 드링킹! (웃음) ‘애초에 문제가 아니다’였죠.
“좀 더 놀아야 할 것 같습니다!”
지 이 책(《같이 또 놀자! 꼭이야!》)을 보면, 중간에서 만나는, 그래서 “마지막 페이지”가 없는 작품입니다. 어느 표지 면에서 시작해도 중간에서 만나게 돼요. 그리고 두 권(《같이 또 놀자! 꼭이야!》와 《나답게 사는 게 어때서》)의 공통점이, ‘네가 가진 정체성, 내가 가진 정체성이 무슨 상관이야? 사람이고, 같이 즐기고 싶고, 같이 재밌게 놀 수 있으면 된 거 아니야?!’라는 공동의 가치가 발견돼요. 그래서 이 두 작품을 쓰는 동안, ‘그게 무슨 상관이야?!’ 같은 주제나 문제 의식이 옥희에게 어떻게 나오게 된 건지 궁금합니다.
덴 네, 동일하게 등장하는 표현이더라고요. ‘뭔 상관이야!’ (웃음) 이런 자세가 제 삶 내내 지속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질문지를 보면서 알게 됐어요. 내가 나로 살겠다는 것에 대해 ‘감히!’ 참견하고, 저지하고, 저주하는… 그런 사람들에 대해서 ‘무슨 상관이냐'라는 말을 끊임없이 하고 싶었던 것 같고요. 《나답게 사는 게 어때서》가 첫 번째 책이고, 《같이 또 놀자! 꼭이야!》가 두 번째 책인데, 《나답게 사는 게 어때서》는 투쟁하는 걸로 끝났거든요? 그런데 《같이 또 놀자! 꼭이야!》는 같이 노는 걸로 끝나요. 그래서 똑같이 ‘뭔 상관이야!’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사실 이 책 사이에는 변화가 있었어요. 이 싸움으로 충만한… (웃음) 싸움꾼으로 타고난 것 같은 저의 모습에서, ‘우리 함께 놀자, 우리 함께 연결되자, 연결돼 있다는 걸 감각해 보자’, ‘놀자!’ 이렇게 바뀐 것도 알 수 있었어요.
지 놀고 싶은 마음이 생겼군요!
덴 놀고 싶어요.
지 좀 더 놀아야 할 것 같습니다!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지 윤슬은 (《같이 또 놀자! 꼭이야!》) 주인공 재희 캐릭터 꼼꼼히 구상하셨다고 들었는데요. 혹시 재희의 성격이나 성향, 가치관에서 윤슬을 닮았거나 나를 투영했던 부분이 있을까요?
윤 (저보다는) 제 주위에 휠체어 이용인 친구도 있고요. 인터뷰를 하면서 ‘이런 이미지나 느낌을 담아보고 싶다'고 생각해서, 밝으면서 깔끔한 느낌으로 이야기를 했어요.
지 원하는 이미지를 그림 작가님에게 잘 말씀하시고 전달한 걸로 알고 있는데, 잘 반영이 됐나요?
윤 네, 완전! 그래서 책을 받고 일러스트 보면서 완전 마음에 쏙 들었어요.
지 ‘어떻게 이렇게 내가 말한 대로 그려줄 수 있지?’ 하면서.
윤 네.
지 (윤슬의) 본명과 주인공 이름이 비슷하잖아요. (웃음)
지 우리 활동가 중에 ‘그린' 활동가가 있는데, (《나답게 사는 게 어때서》 그린의 이름을 뒤집어서 쓴 ‘링구’라는) 그런 캐릭터가 등장해요.
덴 이 주인공의 콘셉트가 애초에 그린이었거든요!
지 공통 질문인데요. 앞으로 다루고 싶은 주제나 작품이 있는지 궁금해요. 계획이나 바람, 포부가 있을까요?
윤 단편 소설을 써 보고 싶어요.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그걸 알고 나서 각자의 스토리를 엮어서 책을 만들고 싶어요.
지 좋습니다! 꼭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 박수를 보내보도록 하겠습니다.
덴 저는 제가 좋아하는 한 활동가가, 활동가들이 책을 많이 쓰면 좋겠다는 얘기를 해요. 활동가들이 고민을 이어가고, 그것에 대해 답을 모색하고 현장에서 어떤 질문을 갖고 해결책, 희망을 찾아보고 계속 싸우고 있는지 이런 활동가들만 써낼 수 있는 어떤 글이 있잖아요. 학자들은 쓸 수 없는.
저도 동의해요. (그래서) ‘나는 어떤 글을 쓸 수 있을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교차성과 연결됨, 나를 생각하고 너를 생각하고 우리의 변화까지 만들어가는 다양성훈련과 다양성에 대한 개념부터, 일상에서 시작할 수 있는 고민까지 (훌륭한 다른 활동가들의 도움을 받는다면) 책으로 정리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나는 어떤 소원을 빌고 싶은가?”
지 두 분에게 조금 더 개인적인 질문도 드리고 싶은데요. 여기 주인공의 특색이 잘 살아 있어요. (《같이 또 놀자! 꼭이야!》의 인물인) 재희는 친구들과 노는 걸 좋아하고, 체육을 좋아하고. 놀이터 가서 즐기는 것도 좋아하고요. 레일라는 탐험을 좋아하고, 할랄 맛집을 많이 안다고 하고요. (《나답게 사는 게 어때서》의 인물인) 링구는 축구를 좋아하고, 주노는 페이퍼 아트를 좋아하고요. 이렇게 각자 좋아하는 것으로 주인공의 삶이 나타나는데, 두 분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취미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즐기면서 하는 활동,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활동을 말씀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덴 저는 낯선 곳에 홀로 놓이는 걸 좋아해요.
지 낯선 곳에 홀로 놓여지는 것?
덴 네, 그게 저에게 큰 편안함을 줘요. 저한테 집중할 수 있게 해줘서요. 또 익숙해서 자꾸 놓치게 되는 일상에서 배울 것들이 다르게 다가오니까… 그래서 저는 낯선 곳에 혼자 뚝 떨어지는 걸 진짜 좋아하고, 혼자 여행을 많이 다녔거든요. 그게 필요한 것 같은데 못한 지 몇 년 됐어요. 그래서 ‘그걸 꼭 다시 하고 싶다!’.
지 중요한 특성인 것 같아요. 그게 두렵거나 무서운 사람도 있을 수 있잖아요. 그게 즐겁고 새로운 자극을 준다는 건 중요한 발견이고, 중요한 개인적인 특성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윤슬은 뭐가 있을까요?
윤 저는 남들에게 뭔가를 주고 사람들이 기뻐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러나 보니까 베이킹 같은 걸 해서 나눠주고, (사람들이) 맛있다고 하면 보람을 느끼는.
지 이 《나답게 사는 게 어때서》를 보면 마법사가 나오거든요?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여기 오신 분들도 생각해 보시면 좋겠는데, ‘나는 어떤 소원을 빌고 싶은가?’를요. 여기 모인 분들은, 이 세상에서 단 하나의 소원을 이룰 수 있다고 하면 ‘평등한 사회를 바라요'라고 할 것 같은데, “사회적인 소원" 말고 나의 삶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개인적인 소원"을 떠올린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덴 그러니까요! 제가 투쟁, 이런 답변을 써 왔단 말이에요. 그런데 제가 얼마 전에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는데 그때 생각한 게, ‘내가 나로서 충만하게 살 수 있고, 내가 누군가를 더 많이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나에게 더 주자'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게 소원이 될 것 같아요. 제가 그걸 잘 못 하는 것 같아서.
지 나를 좀 더 챙기고 돌볼 수 있는?
덴 그리고 뭔가를 더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나한테 주자!
지 과로하지 않아야 하고…
윤 저는 학교에 다니다 보니, 옆에 있는 친구가 경쟁자가 아니게 되고 친구로서 원하는 걸 같이 하고,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게 되면 좋을 것 같아요.
지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아요! 옆 친구가 경쟁자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같이 학교 가서 놀고 먹고 즐기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관계면 얼마나 좋겠어요. 저도 그런 세상이 됐으면 좋겠어요. 제가 다닐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그런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입시 위주의) 학교라고 생각돼서. 그런 학교만 아니어도 살맛 나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그런 세상이라면 사실 시험이 없는 거잖아요. 입시가 없는 거고. 대학교 안 가도 되는 세상일 거 아니에요. 제가 바라는 세상이 그런 세상이어서, 같은 소원일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노래로 연결돼 있는 우리”
지 아까 옥희가 여기, 노옥희 교육감님 이야기를 하면서 울산에서 만난 아프간 난민 청소년들 얘기도 했는데, 특히 이번에 만난 청소년들과 함께 가수 하림의 《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합니다》라는 노동 관련 노래를 아프간어로 번역해서 노래하는 시간도 가졌거든요. 그 시간을 보내며 어떤 마음이 들었는지 궁금해요. 여러 번 이야기하게 되지만, 소진이 많이 돼 있었는데 옥희가 청소년들과 아프간어로 노래 부르는 게 근 1~2년 중 가장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었거든요. 글 쓰고 책 만드는 것도 좋았겠지만, 노래하는 옥희도 행복해 보였는데 노래에 대한 생각이나 그 프로젝트는 어떠셨는지도 궁금했습니다.
덴 저희 연구소가 굉장히 작은 규모지만, 이 규모로는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일들을 되게 많이 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할 거고요. 그런데 어쨌든 그 과정에서 많이 힘들었던 거죠! (웃음) 내가 마음을 주고 아이콘택트를 하면서 어떤 신뢰를 전제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거기에서 배신감을 경험하게 되었을 때… 예를 들면, 교실에서 마주한 백래시들. 그런 과정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그걸 통해서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분명히 확인하고, 그 사건들 때문에 더욱 더 우리의 활동을 지지하고, 연결하고, 함께해주는 분들이 많이 생겼거든요.
그러다 아프간 청소년들을 만나게 됐어요. 울산에서 다양성캠프를 참여한 청소년 중 한 명이 학교로 돌아가서 ‘다양성 동아리'를 만든 거예요. 그 학교가 아프간 청소년들이 다니는 학교여서, 그 안에서 음악 교류를 하는 동아리가 활동을 시작했고요. 이후에 (강의료를) 많이 드릴 수도 없는데, 세계 음악을 하는 가수 하림이 기꺼이 와주셔서 같이 노래 부르고 노래로 연결돼 있는 우리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는데 그 과정에서 하림의 《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합니다》라는 노래를 청소년들이 아프간어로 번역해주고, 음절에 맞춰서 템포를 조정하고, 만나서 연습하고. 그랬어요. 힘듦 속에서 소진된 상태에서, 악보를 작업하고 녹음해서 보내고, 노래를 알려주고. 제가 하던 일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또 더 재밌었던 것 같아요.
특히, 노래는 감정을 자극하니까 처음에 제가 눈물이 쏟아지는 거예요. 구석에 숨어서 막 울었거든요. (웃음) 그런데 그게 완전히 지쳐 있어서 울지 못했던 상황에서, 저에게 도움이 됐던 거죠.
우리 연구소 활동가들이 굉장히 능력있고, (한국 사회에서) 저희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지치지 않고 잘하기 위해선 후원금도 매우 필요하겠고. 그 다음에 우리가 우리를 잘 챙기면서 활동을 지속하는 것이 필요하겠고, 그것을 허락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후원금을 받고서 내가 쉬는 게 불편하거든요. 그런데 그런 것도 허락되면 좋겠다…
마치며, 이 책을 만나게 될 모든 독자들에게
지 책 관련 질문으로, 윤슬에게 마지막 질문이에요. 오늘 두 분이 같이 쓴 책 얘기를 쭉 했는데, 다른 사람이 쓴 책을 한 권 추천하고 싶다면요?
윤 솔직히 말하면, 최근에 책 읽을 시간을 갖지 못해서…
지 교과서에 나오는 책만 읽었나요? 국어 문제 풀기 위해 읽는 책이 아닌 재미로 읽는 책이 많은 사회에 살아야 되는데… 서로가 좋아하는 책도 나누고, 추천하는 시간도 가지면 좋겠습니다.
지 작가님들에게 궁금한 것이나 오늘 어떻게 이야기 들었는지, 소감 나누셔도 되고요. 어떤 말이든 환영입니다.
참여자1 시작하자마자… 같이 사는 청소년과 서점을 갔거든요. 필요한 문제집, 교재를 샀는데 그것만 사고 나왔거든요. (최근에) 읽은 책이 없다고 하니까 너무 반성이 됩니다. 제가 그랬어요.
지 그러셨군요. 서점에서 바로 문제집 코너로 달려가서 ‘골라'했던. 재미를 위해서 읽는 책이 없을 수밖에 없었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우리가 들었네요. 저도 사실 그렇게 살았던 것 같고, 많은 청소년들이나 청소년기를 보낸 사람들도 그렇게 살아왔을 것 같습니다.
참여자2 읽고 싶은 페이지 찾으시면서, 잠깐 질문이 있는데요. 책 그림 중에 밥 먹는 장면에서, 가운데 어린이가 숟가락을 다르게 잡거든요. 의도해서 그렇게 한 건가요?
한나 (《같이 또 놀자! 꼭이야!》) 책에 밥 먹는 장면이 나와요. 레일라가 학교에서 먹을 수 없는 음식이 너무 많이 나온다… 여기 보면 먹는 방식도 다 다르게 그려져 있고. 이 책을 피드백하면서 어떤 색 옷을 입힐 것인가, 그리고 어떤 형태의 머리 모양을 할 것인가. 치마를 입힐 건지, 바지를 입힐 건지. 이런 것까지 신경 써서 일러스트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열심히 했습니다.
지 저는 숟가락을 드는 방향은 사실 발견하지 못했는데, 되게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고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근육을 자유자재로 못 움직이거나 잘 안 움직이는 사람이 써도 뒤집히지 않는 숟가락이 있어요. 어떻게 들든, 입으로 갈 때까지 근육이 어떻게 움직여도 숟가락에 있는 것이 떨어지지 않게끔 하는. 다양하게 왼손잡이, 오른손잡이도 생각하고 숟가락 잡는 방법도 생각했다고 하니 재미있네요.
지 두 분에게 마지막 인사랄까요? 이 책을 더 많이 만나길 바라는 모든 독자들, 이 이야기를 들으실 수 있는 분들에게 한 마디 인사 남겨주세요.
윤 앞으로 내가 살아가면서 어떤 좌절을 마주할지 모르고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모르지만, 그 선택에 후회하게 된다고 해도 우선 하고 나면 후련해지고 그게 하나의 경험이 돼서 나중에 또 다른 선택을 할 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선택을 해야 할 때, 한 번쯤 들여다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덴 이 책은요. 책을 읽어줄 때, ‘~하지 않니? 나는 이래. 너는 그렇지 않니?’ 이런 식으로 진행이 되거든요? 그래서 듣는 사람에게 대답을 하게 만들어요. 그래서 “누군가에게 읽어주기 좋은 책”이다! 확보를 못하시더라도 (《나답게 사는 게 어때서》는) 다운이라도 받아서 한번 주변의 어린이, 청소년 혹은 사랑하는 사람과 읽어보시면 좋은 책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돼 있어서 좋더라고요. 저도 같이 사는 어린이랑 읽어보면 대답을 하더라고요! ’너도 그렇지 않니?’ 하면, ‘나도 그래!’ 이렇게 대답을 하게끔. 의도하셨군요. 어린이와 함께 읽기도 좋으니까 관심 가지고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두 분 모시고 함께 대화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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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또 놀자! 꼭이야!》X《나답게 사는게 어때서》 북토크
2024. 2. 19., @계절의목소리. 지하크(이하 지), 덴마(이하 덴), 윤슬(이하 윤)
모두를 위한 북토크를 시작하며!
지 오늘 북토크를 하고 정기 총회를 하는 좋은 날인데요. 먼저 북토크로 시작하겠습니다. 소개해드릴 책이 두 권인데요. 《같이 또 놀자! 꼭이야!》라고 하는 책이랑 그 다음에, 《나답게 사는게 어때서》라는 책입니다. 두 권은 장애 그리고 인종, 민족, 언어, 종교에 대한 이야기도 할 수 있고, 성평등, 성역할 고정관념에 대해서도 이야기 할 수 있는 책입니다. 한국다양성연구소가 작년과 재작년에 활동하면서 출간한 책이고요. 청소년들과 활동가가 함께 만든 책이어서, 직접 만드신 분들의 소감과 과정을 결과물과 함께 소개해드리는 시간을 가지고자 이런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지 한국다양성연구소 활동가인 황혜정 활동가, 과거에 덴마라는 활동명을 쓰다가 최근에 ‘옥희’로 활동명을 바꿨습니다. 더 자세히 소개해주실 거고요. 윤슬은 작년에 청소년 다양성캠프에 참여하고 후속 작업으로 책을 만드는 작업을 했습니다. 글을 쓰며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또 그것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세상을 바꾸는 것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인데요. 그 과정이 어땠는지, 두 분에게 질문을 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셨습니다. 제가 소개해드린 것 외에 지금 이 자리에, 이곳에 왜 있게 되었는지, 또 이곳이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와 함께 소개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윤 작가로서 함께 있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지하크 : 더 길게 해주세요.) (웃음) 사실 이 책을 만들 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학업 중간 수업 쉬는 시간이나 여가 시간에, 덴마와 집필을 하면서 결국 동화책으로 나오게 됐어요. 이 작품이 너무 마음에 들고, 잘 나온 것 같아서 감사드립니다.
덴 저는 한국다양성연구소 활동가이고요. 그동안 덴마로 열심히 활동해오다가, 고인이 되신 교육감님의 (삶의 태도를) 아주 조금이라도 닮고 싶은 의지를 담아 ‘옥희'라고 정했는데요. 이 책을 보면 휠체어 이용인 청소년이란 히잡을 쓰는 청소년이 등장해요. 저희가 구체적으로 히잡을 쓰는 여성 청소년에 대해 다룬 것 처음이거든요. 울산, 울산 동구에 정착한 아프간 난민분들이 계시고 거기서 굉장히 많은 청소년들이 거주를 하고 계셔서, 그분들과 만나는 과정을 통해 윤슬과 함께 하는 작업에 담아볼 수 있었어요.
“내가 나로서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권리”
지 우리가 하는 활동들이나 캠페인들이 늘 연결되고 더해지고, 덧붙여지는 것 같은데요. 작년 같은 경우, 특히 울산에서 아프간 난민으로 와 있는 청소년들을 많이 만났거든요. 두 분에게 다음으로 드리고 싶은 질문은, 이 책을 함께 기획하고 다듬어가는 전 과정을 함께 하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어떤 것일까요?
윤 저의 고정관념이 많이 깨지고 새로이 배워가는 과정이 되었던 것 같아요. 자료 수집을 하고 인터뷰를 하면서, 나도 모르고 있었던 (내 안의) 고정관념들을 하나둘 씩 깨닫게 되었어요. 이번에 (이주 배경 청소년)를 하면서 이야기해주시는 사건이나 사고를 통해 다양한 차별에 대해 들으며, 내가 갖고 있었던 고정관념에 대해 알 수 있었고요. 휠체어 이용인 분도 인터뷰를 했는데, 당연시 여기고 (화재 상황) 대피 활동을 했던 것에서 다양한 문제나 상황이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과정이었어요.
지 이 책을 상상력에 기반해서만 쓴 게 아니라, 휠체어 이용인 여성 청소년과 인터뷰를 하고, 또 이주 배경 청소년과도 인터뷰를 하면서 실제 삶과 여러 차별 경험을 듣고 써주신 거거든요. 그래서 체육 시간에 체육을 안 시켜준다든지, 그걸 체육 선생님들이 배려라는 이유를 들며 이야기했다든지. 또, 이주 배경 청소년 같은 경우에는 중국 배경이었는데, 눈으로 보기에 ‘외모로는 차이가 없구나, 그런데 나와 정말 다른 경험을 하는구나', 또는 ‘휠체어 이용인 같은 경우에는 보기에 나와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여성 청소년으로서 같은 경험을 공유하는구나', 이런 경험을 하셔서 (실제로 동화를) 쓰기 전까지도 많은 배움이 프로젝트로 연결되었던 것 같아요. 덴마(옥희)도 나누고 싶은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덴 저희가 인터뷰를 몇 번 진행했는데, 인터뷰를 하면서 윤슬도, 저도 심지어 인터뷰이도 다 같이 엄청 분노를 해서. 줌으로 인터뷰를 했는데, 줌이 막 폭발할 것 같은…(웃음) 그래서 이 사건이 해결이 됐는지 모르겠어요. 학교에서 일어난 구체적인 사건들이 있었거든요. 자신의 권리를 이야기하는데도, 선생님은 그걸 권리로 인지하기보다는 어떤 권리의 충돌처럼 인지하셨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저희가 애초에 휠체어 이용인과 히잡 쓰는 청소년으로 (인물을 설정하고 인터뷰)한 게, 연결된 차별을 발견하려고 였어요. 내가 청소년이지만, 내가 나로서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학교에도 많이 이야기해왔는데, 그렇죠? 권력 분석을 같이 하면서,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발견하면 서로 원하는 답을 찾을 수 있을 텐데 권력 분석이나 진짜 문제를 외면하고 계속해서 자신의 권리를 빼앗는 것으로 이해하며 갈등으로만 단순하게 표현하는 일들이 계속 있었던 것 같아요.
지 네, 그렇죠. ‘교권 침해’로는 표현할 수 없겠죠. 모든 학생이 모든 수업에 참여하고 싶다, ‘체육을 하고 싶다', ‘미술과 음악을 하고 싶다'고 하면 모든 학생이 모든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 수 있도록 학생도, 교사도 학교도 모두 생각해야 하는 거죠. 교육청이나 교육부도 그 방법을 생각해서 방안을 마련해야 하고요. 어떤 정체성을 가졌든 ‘그 학교의 학생'이니까.
“표정이나 상황만으로도”
지 윤슬에게. 글쓰기에 관심이 있고 좋아하신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요. 여러 가지 자기표현이 방법이 있을 텐데, 왜 글 쓰는 걸 제일 좋아하시는지. 그리고 그 중에서도 이번에 그림책, 동화, 어린이책을 만들게 된 이유도 궁금합니다.
윤 글 쓰는 걸 좋아하는 이유는 (글이) ‘기록 수단'이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말하는 것이 영상물로써 기록될 수도 있고, 녹음이 될 수도 있는데 글을 쓰는 것은 제 손에서 탄생하는 기록물이다 보니 이런 형태의 창작물을 즐겨 만들게 된 것 같아요.
지 내 손으로 쓰는 형태의 기록 활동이 좋은 거군요.
윤 네, 왜냐하면 눈을 딱 보이고 나중에도 다시 읽을 수 있으니까요.
지 이번에 이 작품을 동화로, 특히 그림책으로 만든 건 어떤 논의 과정 중에 나왔을까요?
윤 제가 글을 쓸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기도 했고. 이런 (다양성에 관한) 책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동화책에는 그림과 글이 함께 들어가는데, 글을 읽지 못해도 그림으로써 어느 정도 해석을 할 수 있는 것도 좋고요.
지 표정이나 상황만으로도 이해할 수 있는 것 같아서 좋더라고요. 아기 한 명과 함께 살고 있는데, 함께 읽어봤거든요? 표정을 보면서, 어떤 기분일 것 같은지. 이름을 불러가면서, ‘친구들이 놀고 있는데 안 끼워주고 나만 혼자 앉아 있어야 하면 어떨 것 같아?’ 물어 보며 읽었더니, ‘속상할 것 같아’라고 하면서, ‘너도 같이 놀 수 있는 놀이터를 발견하면 어떨 것 같아?’ 했더니, 엄청 좋아하더라고요. 같이 놀 수 있는 친구를 만나는 걸 되게 좋아하거든요. 그런 식으로, 글을 읽지 못해도 그림을 통해 이해하게 되는 부분도 있어서 표정을 보며 대화하는 것도 좋았어요. 두 분의 의도가 잘 살아난 것 같습니다.
“좋은 글은 읽고 나서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글”
지 그럼 두 분이 인상깊게 읽었거나 좋아하는 그림책, 동화는 어떤 게 있나요?
덴 저는 질문지를 받고, 많은 동화책, 그림책이 생각났어요. 예전에 한동안 전공서적만 읽고, 그 관련된 것만 읽던 시기에 그게 너무 지겨워서 서점 그림책 코너에 가서 그림책만 읽었는데요. 그 중에서도 권정생 선생님 책이 많았거든요. 그때부터 그림책 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그런데 권정생 선생님 작품이 아주 밝고 따뜻하고 그러지는 않잖아요. 읽으면 불편하거나 울거나, 이렇게 되는 것이 있고. 그런데 그게 좋은 것 같아요. 권정생 선생님도 직접 말씀하셨던 게, 우리 삶이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은데, (아름답기만 한 것) 그게 진실이 아닌데 ‘그것'만 보여주는 게 어떻게 좋기만 하겠냐는 맥락의 이야기였어요. 그래서 오히려 좋은 글은 읽고 나서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글이라고 하셨거든요. 그런 면에서 저는 권정생 선생님의 그림책들이 제일 먼저 생각이 났어요. 교과서에 실린 《강아지똥》 같은 것.
지 저는 옥희가 권정생 선생님 생각을 하거나 떠올리며 작업한 줄 몰랐는데, 사실 옥희의 가장 큰 꿈 중 하나가 그림책, 동화책 작가예요. 그래서 이 두 권의 책은 그 꿈을 실현할 수 있게 해준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윤슬은) 혹시 소개하고 싶은 책이나 작가가 있을까요?
윤 이 책을 만들면서, 《여우와 두루미》가 떠오르더라고요. 접시에 상을 차린다든가, 호리병에 식사를 준비한다든가 하는데 나중에는 서로 다른 점을 이해하게 돼서 서로 각자에게 맞는 (편한) 그릇에 밥을 먹는 걸로 마무리하는데요. 그것처럼 사람들도 서로서로 다름을 알게 되고, 틀림이 아니라 다름으로 인정하고 그로 인해 바뀌어가는 모습을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지 맞아요. 각자 다른 그릇에 밥을 먹어도 같이 밥을 먹을 수 있다는 너무 좋은 이야기죠.
덴 저 최근에 《여우와 두루미》 각색 버전을 봤거든요? (두루미가) 의도치 않게 호리병으로 여우를 대접하게 됐어요. 그런데, 여우가 문제 없이 ‘잘 먹을게!’하고 드링킹! (웃음) ‘애초에 문제가 아니다’였죠.
“좀 더 놀아야 할 것 같습니다!”
지 이 책(《같이 또 놀자! 꼭이야!》)을 보면, 중간에서 만나는, 그래서 “마지막 페이지”가 없는 작품입니다. 어느 표지 면에서 시작해도 중간에서 만나게 돼요. 그리고 두 권(《같이 또 놀자! 꼭이야!》와 《나답게 사는 게 어때서》)의 공통점이, ‘네가 가진 정체성, 내가 가진 정체성이 무슨 상관이야? 사람이고, 같이 즐기고 싶고, 같이 재밌게 놀 수 있으면 된 거 아니야?!’라는 공동의 가치가 발견돼요. 그래서 이 두 작품을 쓰는 동안, ‘그게 무슨 상관이야?!’ 같은 주제나 문제 의식이 옥희에게 어떻게 나오게 된 건지 궁금합니다.
덴 네, 동일하게 등장하는 표현이더라고요. ‘뭔 상관이야!’ (웃음) 이런 자세가 제 삶 내내 지속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질문지를 보면서 알게 됐어요. 내가 나로 살겠다는 것에 대해 ‘감히!’ 참견하고, 저지하고, 저주하는… 그런 사람들에 대해서 ‘무슨 상관이냐'라는 말을 끊임없이 하고 싶었던 것 같고요. 《나답게 사는 게 어때서》가 첫 번째 책이고, 《같이 또 놀자! 꼭이야!》가 두 번째 책인데, 《나답게 사는 게 어때서》는 투쟁하는 걸로 끝났거든요? 그런데 《같이 또 놀자! 꼭이야!》는 같이 노는 걸로 끝나요. 그래서 똑같이 ‘뭔 상관이야!’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사실 이 책 사이에는 변화가 있었어요. 이 싸움으로 충만한… (웃음) 싸움꾼으로 타고난 것 같은 저의 모습에서, ‘우리 함께 놀자, 우리 함께 연결되자, 연결돼 있다는 걸 감각해 보자’, ‘놀자!’ 이렇게 바뀐 것도 알 수 있었어요.
지 놀고 싶은 마음이 생겼군요!
덴 놀고 싶어요.
지 좀 더 놀아야 할 것 같습니다!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지 윤슬은 (《같이 또 놀자! 꼭이야!》) 주인공 재희 캐릭터 꼼꼼히 구상하셨다고 들었는데요. 혹시 재희의 성격이나 성향, 가치관에서 윤슬을 닮았거나 나를 투영했던 부분이 있을까요?
윤 (저보다는) 제 주위에 휠체어 이용인 친구도 있고요. 인터뷰를 하면서 ‘이런 이미지나 느낌을 담아보고 싶다'고 생각해서, 밝으면서 깔끔한 느낌으로 이야기를 했어요.
지 원하는 이미지를 그림 작가님에게 잘 말씀하시고 전달한 걸로 알고 있는데, 잘 반영이 됐나요?
윤 네, 완전! 그래서 책을 받고 일러스트 보면서 완전 마음에 쏙 들었어요.
지 ‘어떻게 이렇게 내가 말한 대로 그려줄 수 있지?’ 하면서.
윤 네.
지 (윤슬의) 본명과 주인공 이름이 비슷하잖아요. (웃음)
지 우리 활동가 중에 ‘그린' 활동가가 있는데, (《나답게 사는 게 어때서》 그린의 이름을 뒤집어서 쓴 ‘링구’라는) 그런 캐릭터가 등장해요.
덴 이 주인공의 콘셉트가 애초에 그린이었거든요!
지 공통 질문인데요. 앞으로 다루고 싶은 주제나 작품이 있는지 궁금해요. 계획이나 바람, 포부가 있을까요?
윤 단편 소설을 써 보고 싶어요.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그걸 알고 나서 각자의 스토리를 엮어서 책을 만들고 싶어요.
지 좋습니다! 꼭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 박수를 보내보도록 하겠습니다.
덴 저는 제가 좋아하는 한 활동가가, 활동가들이 책을 많이 쓰면 좋겠다는 얘기를 해요. 활동가들이 고민을 이어가고, 그것에 대해 답을 모색하고 현장에서 어떤 질문을 갖고 해결책, 희망을 찾아보고 계속 싸우고 있는지 이런 활동가들만 써낼 수 있는 어떤 글이 있잖아요. 학자들은 쓸 수 없는.
저도 동의해요. (그래서) ‘나는 어떤 글을 쓸 수 있을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교차성과 연결됨, 나를 생각하고 너를 생각하고 우리의 변화까지 만들어가는 다양성훈련과 다양성에 대한 개념부터, 일상에서 시작할 수 있는 고민까지 (훌륭한 다른 활동가들의 도움을 받는다면) 책으로 정리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나는 어떤 소원을 빌고 싶은가?”
지 두 분에게 조금 더 개인적인 질문도 드리고 싶은데요. 여기 주인공의 특색이 잘 살아 있어요. (《같이 또 놀자! 꼭이야!》의 인물인) 재희는 친구들과 노는 걸 좋아하고, 체육을 좋아하고. 놀이터 가서 즐기는 것도 좋아하고요. 레일라는 탐험을 좋아하고, 할랄 맛집을 많이 안다고 하고요. (《나답게 사는 게 어때서》의 인물인) 링구는 축구를 좋아하고, 주노는 페이퍼 아트를 좋아하고요. 이렇게 각자 좋아하는 것으로 주인공의 삶이 나타나는데, 두 분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취미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즐기면서 하는 활동,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활동을 말씀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덴 저는 낯선 곳에 홀로 놓이는 걸 좋아해요.
지 낯선 곳에 홀로 놓여지는 것?
덴 네, 그게 저에게 큰 편안함을 줘요. 저한테 집중할 수 있게 해줘서요. 또 익숙해서 자꾸 놓치게 되는 일상에서 배울 것들이 다르게 다가오니까… 그래서 저는 낯선 곳에 혼자 뚝 떨어지는 걸 진짜 좋아하고, 혼자 여행을 많이 다녔거든요. 그게 필요한 것 같은데 못한 지 몇 년 됐어요. 그래서 ‘그걸 꼭 다시 하고 싶다!’.
지 중요한 특성인 것 같아요. 그게 두렵거나 무서운 사람도 있을 수 있잖아요. 그게 즐겁고 새로운 자극을 준다는 건 중요한 발견이고, 중요한 개인적인 특성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윤슬은 뭐가 있을까요?
윤 저는 남들에게 뭔가를 주고 사람들이 기뻐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러나 보니까 베이킹 같은 걸 해서 나눠주고, (사람들이) 맛있다고 하면 보람을 느끼는.
지 이 《나답게 사는 게 어때서》를 보면 마법사가 나오거든요?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여기 오신 분들도 생각해 보시면 좋겠는데, ‘나는 어떤 소원을 빌고 싶은가?’를요. 여기 모인 분들은, 이 세상에서 단 하나의 소원을 이룰 수 있다고 하면 ‘평등한 사회를 바라요'라고 할 것 같은데, “사회적인 소원" 말고 나의 삶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개인적인 소원"을 떠올린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덴 그러니까요! 제가 투쟁, 이런 답변을 써 왔단 말이에요. 그런데 제가 얼마 전에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는데 그때 생각한 게, ‘내가 나로서 충만하게 살 수 있고, 내가 누군가를 더 많이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나에게 더 주자'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게 소원이 될 것 같아요. 제가 그걸 잘 못 하는 것 같아서.
지 나를 좀 더 챙기고 돌볼 수 있는?
덴 그리고 뭔가를 더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나한테 주자!
지 과로하지 않아야 하고…
윤 저는 학교에 다니다 보니, 옆에 있는 친구가 경쟁자가 아니게 되고 친구로서 원하는 걸 같이 하고,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게 되면 좋을 것 같아요.
지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아요! 옆 친구가 경쟁자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같이 학교 가서 놀고 먹고 즐기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관계면 얼마나 좋겠어요. 저도 그런 세상이 됐으면 좋겠어요. 제가 다닐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그런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입시 위주의) 학교라고 생각돼서. 그런 학교만 아니어도 살맛 나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그런 세상이라면 사실 시험이 없는 거잖아요. 입시가 없는 거고. 대학교 안 가도 되는 세상일 거 아니에요. 제가 바라는 세상이 그런 세상이어서, 같은 소원일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노래로 연결돼 있는 우리”
지 아까 옥희가 여기, 노옥희 교육감님 이야기를 하면서 울산에서 만난 아프간 난민 청소년들 얘기도 했는데, 특히 이번에 만난 청소년들과 함께 가수 하림의 《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합니다》라는 노동 관련 노래를 아프간어로 번역해서 노래하는 시간도 가졌거든요. 그 시간을 보내며 어떤 마음이 들었는지 궁금해요. 여러 번 이야기하게 되지만, 소진이 많이 돼 있었는데 옥희가 청소년들과 아프간어로 노래 부르는 게 근 1~2년 중 가장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었거든요. 글 쓰고 책 만드는 것도 좋았겠지만, 노래하는 옥희도 행복해 보였는데 노래에 대한 생각이나 그 프로젝트는 어떠셨는지도 궁금했습니다.
덴 저희 연구소가 굉장히 작은 규모지만, 이 규모로는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일들을 되게 많이 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할 거고요. 그런데 어쨌든 그 과정에서 많이 힘들었던 거죠! (웃음) 내가 마음을 주고 아이콘택트를 하면서 어떤 신뢰를 전제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거기에서 배신감을 경험하게 되었을 때… 예를 들면, 교실에서 마주한 백래시들. 그런 과정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그걸 통해서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분명히 확인하고, 그 사건들 때문에 더욱 더 우리의 활동을 지지하고, 연결하고, 함께해주는 분들이 많이 생겼거든요.
그러다 아프간 청소년들을 만나게 됐어요. 울산에서 다양성캠프를 참여한 청소년 중 한 명이 학교로 돌아가서 ‘다양성 동아리'를 만든 거예요. 그 학교가 아프간 청소년들이 다니는 학교여서, 그 안에서 음악 교류를 하는 동아리가 활동을 시작했고요. 이후에 (강의료를) 많이 드릴 수도 없는데, 세계 음악을 하는 가수 하림이 기꺼이 와주셔서 같이 노래 부르고 노래로 연결돼 있는 우리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는데 그 과정에서 하림의 《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합니다》라는 노래를 청소년들이 아프간어로 번역해주고, 음절에 맞춰서 템포를 조정하고, 만나서 연습하고. 그랬어요. 힘듦 속에서 소진된 상태에서, 악보를 작업하고 녹음해서 보내고, 노래를 알려주고. 제가 하던 일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또 더 재밌었던 것 같아요.
특히, 노래는 감정을 자극하니까 처음에 제가 눈물이 쏟아지는 거예요. 구석에 숨어서 막 울었거든요. (웃음) 그런데 그게 완전히 지쳐 있어서 울지 못했던 상황에서, 저에게 도움이 됐던 거죠.
우리 연구소 활동가들이 굉장히 능력있고, (한국 사회에서) 저희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지치지 않고 잘하기 위해선 후원금도 매우 필요하겠고. 그 다음에 우리가 우리를 잘 챙기면서 활동을 지속하는 것이 필요하겠고, 그것을 허락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후원금을 받고서 내가 쉬는 게 불편하거든요. 그런데 그런 것도 허락되면 좋겠다…
마치며, 이 책을 만나게 될 모든 독자들에게
지 책 관련 질문으로, 윤슬에게 마지막 질문이에요. 오늘 두 분이 같이 쓴 책 얘기를 쭉 했는데, 다른 사람이 쓴 책을 한 권 추천하고 싶다면요?
윤 솔직히 말하면, 최근에 책 읽을 시간을 갖지 못해서…
지 교과서에 나오는 책만 읽었나요? 국어 문제 풀기 위해 읽는 책이 아닌 재미로 읽는 책이 많은 사회에 살아야 되는데… 서로가 좋아하는 책도 나누고, 추천하는 시간도 가지면 좋겠습니다.
지 작가님들에게 궁금한 것이나 오늘 어떻게 이야기 들었는지, 소감 나누셔도 되고요. 어떤 말이든 환영입니다.
참여자1 시작하자마자… 같이 사는 청소년과 서점을 갔거든요. 필요한 문제집, 교재를 샀는데 그것만 사고 나왔거든요. (최근에) 읽은 책이 없다고 하니까 너무 반성이 됩니다. 제가 그랬어요.
지 그러셨군요. 서점에서 바로 문제집 코너로 달려가서 ‘골라'했던. 재미를 위해서 읽는 책이 없을 수밖에 없었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우리가 들었네요. 저도 사실 그렇게 살았던 것 같고, 많은 청소년들이나 청소년기를 보낸 사람들도 그렇게 살아왔을 것 같습니다.
참여자2 읽고 싶은 페이지 찾으시면서, 잠깐 질문이 있는데요. 책 그림 중에 밥 먹는 장면에서, 가운데 어린이가 숟가락을 다르게 잡거든요. 의도해서 그렇게 한 건가요?
한나 (《같이 또 놀자! 꼭이야!》) 책에 밥 먹는 장면이 나와요. 레일라가 학교에서 먹을 수 없는 음식이 너무 많이 나온다… 여기 보면 먹는 방식도 다 다르게 그려져 있고. 이 책을 피드백하면서 어떤 색 옷을 입힐 것인가, 그리고 어떤 형태의 머리 모양을 할 것인가. 치마를 입힐 건지, 바지를 입힐 건지. 이런 것까지 신경 써서 일러스트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열심히 했습니다.
지 저는 숟가락을 드는 방향은 사실 발견하지 못했는데, 되게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고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근육을 자유자재로 못 움직이거나 잘 안 움직이는 사람이 써도 뒤집히지 않는 숟가락이 있어요. 어떻게 들든, 입으로 갈 때까지 근육이 어떻게 움직여도 숟가락에 있는 것이 떨어지지 않게끔 하는. 다양하게 왼손잡이, 오른손잡이도 생각하고 숟가락 잡는 방법도 생각했다고 하니 재미있네요.
지 두 분에게 마지막 인사랄까요? 이 책을 더 많이 만나길 바라는 모든 독자들, 이 이야기를 들으실 수 있는 분들에게 한 마디 인사 남겨주세요.
윤 앞으로 내가 살아가면서 어떤 좌절을 마주할지 모르고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모르지만, 그 선택에 후회하게 된다고 해도 우선 하고 나면 후련해지고 그게 하나의 경험이 돼서 나중에 또 다른 선택을 할 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선택을 해야 할 때, 한 번쯤 들여다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덴 이 책은요. 책을 읽어줄 때, ‘~하지 않니? 나는 이래. 너는 그렇지 않니?’ 이런 식으로 진행이 되거든요? 그래서 듣는 사람에게 대답을 하게 만들어요. 그래서 “누군가에게 읽어주기 좋은 책”이다! 확보를 못하시더라도 (《나답게 사는 게 어때서》는) 다운이라도 받아서 한번 주변의 어린이, 청소년 혹은 사랑하는 사람과 읽어보시면 좋은 책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돼 있어서 좋더라고요. 저도 같이 사는 어린이랑 읽어보면 대답을 하더라고요! ’너도 그렇지 않니?’ 하면, ‘나도 그래!’ 이렇게 대답을 하게끔. 의도하셨군요. 어린이와 함께 읽기도 좋으니까 관심 가지고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두 분 모시고 함께 대화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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