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잠시라도 함께 살아보는 곳
제7회 다양성훈련 리더십캠프 Anytown Korea — 모두의 마을
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
마지막 날, 우리는 한 사람씩 지난 3박 4일을 돌아보았습니다. 무엇이 가장 좋았는지, 무엇이 재미있었는지, 어떤 배움이 가장 오래 남을 것 같은지, 처음 이곳에 왔을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무엇이 달라졌는지 이야기했습니다.
처음에는 녹음기 앞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던 청소년들도 하나둘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는 “생각하는 방법”이 달라졌다고 했습니다. 누군가는 자기 안에 오래 자리 잡고 있던 고정관념을 처음 제대로 마주했다고 했습니다. 누군가는 이제 차별적인 상황을 만났을 때 그냥 지나치지 않고 대화하고 개입해볼 수 있는 “용기와 도구”가 생겼다고 했습니다. 또 누군가는 이곳에서 “타인의 기쁨과 고통에 공감할 수 있는 도구를 얻은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청소년들이 “너무 짧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3박 4일이었는데, 3박 4일 같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길 것 같았는데 어느 순간 마지막 밤이 되어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저는 아마도 우리가 이번 애니타운에서 만들고 싶었던 것이 조금은 만들어졌던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시작은 “정상성”, 그 권력의 격차를 느끼는 것
한국다양성연구소의 청소년 다양성훈련 리더십캠프 Anytown Korea — 모두의 마을은 한 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캠프입니다. 이 캠프는 다양성에 관한 지식만을 알려주는 캠프가 아닙니다.
다양성이 존중되고 모두가 포함되는 사회를 만드는 일은 개인의 선한 마음에 의한 실천(배려나 포용 등)만으로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이미 공고하게 자리잡고 있는 구조적인 배제와 억압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의 모습과 삶은 왜 ‘정상’으로 여겨지고, 다른 사람의 삶은 ‘비정상’, ‘이상함’, ‘부족함’으로 설명되는가, 인종·민족·출신국가, 성별·성별정체성·성저지향, 가족의 형태, 장애·질병, 나이, 외모, 학력·학벌, 고용의 형태, 소득·경제력·사회적 계급 등 우리가 가진 수많은 사회적 정체성은 한 사람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일상적인 말과 농담 그리고 미디어는 어떻게 고정관념을 만들고 유지하는가, 그 고정관념은 어떻게 편견이 되고 차별과 혐오가 되고, 때로는 제도와 사회구조가 되는가 그리고 그 사회 안에서 살아온 나는 무엇을 배워왔는가.
애니타운에서는 이런 질문들을 몸으로 느끼기 위해 몸 활동을 하고 대화를 통해 서로에게 배웁니다.
정답을 배우기보다 질문하는 연습
애니타운에서는 긴 강의를 거의 하지 않습니다. 몸을 움직이고, 게임을 하고, 선택하고, 글을 쓰고, 짝꿍과 대화하고, 포스트잇을 붙이고, 소그룹으로 이야기하고, 다시 전체가 모여 이야기를 나눕니다. 퍼실리테이터는 정답을 알려주기보다 참여자들의 경험을 묻습니다.
“활동 중에 무엇을 보았나요?, 어떤 감정이 들었나요?, 왜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하나요?, 우리 사회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한 참여자는 처음에는 자신이 이미 다양성과 인권에 대해 꽤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그동안 비슷한 교육도 여러 번 받아봤고, 이번 캠프에서도 아는 이야기를 다시 듣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왔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캠프가 진행되면서 자신에게 아직 “미완의 대화”가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했습니다. 더 많은 질문과 대화를 통해 자신이 놓쳤던 것들을 알아가고 싶어졌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참여자는 “강의형 수업은 거의 없었고 짝꿍이나 자신의 조와 모여서 대화를 나누거나 활동지를 작성하거나 포스트잇을 붙이는 등 자신의 생각을 적거나 이야기하는 게 많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지속적으로 한 가지 주제에 대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펼쳐보게 됐어요.”라고 말하며 캠프를 통해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이 “생각하는 방법”이라고 했습니다.
마지막 날 퇴소 전 설문지에 참여자들 애니타운을 설명하는 말로 “꼬리 무는 생각들, 안전하게 말할 수 있는 공간, 내가 더 나다울 수 있는 곳”을 적었습니다.
어쩌면 좋은 교육은 답을 많이 가지고 돌아가는 교육만은 아닐 것입니다. 이전에는 하지 않았던 질문을 하기 시작하고, 너무 당연해서 질문하지 않았던 것들을 다시 바라보고, 캠프가 끝난 뒤에도 생각이 계속 이어질 수 있는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 이런 것들이 우리가 애니타운을 통해서 만들고 싶었던 배움이었습니다.
내 안의 고정관념을 마주하는 일
이번 캠프의 후기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이야기 가운데 하나는 ‘내 안의 고정관념’이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차별이나 혐오를 아주 나쁜 몇몇 사람들의 문제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다양성훈련에서는 이에 대해 조금 다른 질문을 합니다. 차별적인 사회에서 성장한 나는 과연 그 사회의 고정관념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가?
한 참여자는 “소수자를 존중해야 한다는 인식은 갖고 있었고 그 주제에 대해서 관심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제 안에 있는 뿌리 깊은 고정관념을 꺼내서 해체해보지 않으면 차별과 혐오를 낳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라고 말했고, 또 다른 참여자는 자기 안에 편견이 있다는 것을 알고도 오랫동안 제대로 바라보지 않았다고 말하며 ‘조금 더 알게 되면 언젠가는 저절로 없어지겠지’ 생각하며 피해왔지만, 캠프에서 그러한 편견이 왜 내 안에 생겨났는지 함께 이야기하면서 고정관념을 마주하는 데 조금 익숙해졌다고 했습니다.
참여자 빈은 활동 중에 느꼈던 불편함을 대해 “나 자신도 외면하고 싶었던 내 안의 혐오와 편견을 마주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것을 마주하고 인정한 후, 다시 학습하는 과정을 통해 불편함을 배움의 기회로 바꿀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참여자는 신경다양성을 배우며 장애를 ‘다른 종류의 사람’으로 나누어 생각했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고, 장애·질병 ISIO 활동을 통해 능력주의 사회가 제시하는 기준이 절대적인 기준일 수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사회로부터 무언가를 배웁니다. 잘못된 것을 배우기도 합니다. 잘못 배운 것은 다시 배울 수도 있습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과 편견은 숨기는 것보다 발견하고 직면하는 것이 변화의 시작 점이 됩니다. 다양성훈련에서는 이러한 불편함이 중요한 배움의 신호가 됩니다. 또한 참여자들이 불편함을 느낄 때 죄책감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습니다.
불편함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함께 통과하는 법
애니타운에서는 익숙했던 생각과 다른 관점을 만나고, 자기 안에 있는 편견을 발견하고,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여겼던 사회의 기준을 다시 바라보며 불편함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인디는 사회에서 반복해서 들어온 이야기와 캠프에서 새롭게 만난 관점이 충돌하면서 불편함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었던 사회적인 통념과 고정관념들이 이곳에서 배우는 내용이 충돌하며 불편함을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직면할 수 있는 용기를 낼 수만 있다면 성장의 기회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빈 역시 캠프 초반에 우리가 함께 나눈 약속문 중 불편함에 대한 내용 “불편함이 좋은 배움의 신호가 될 수도 있다.”을 기억하며 자신이 느낀 불편함을 회피하기보다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고정관념을 인정하고 다시 배우는 과정으로 가져갈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안전한 공간은 불편함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 아니라, 불편함을 말할 수 있고, 멈출 수 있고, 질문할 수 있고, 서로 조정하며 다시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애니타운은 그러한 공동체를 경험해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저는 우리 사회에 이러한 공동체가 점점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지나치지 않을 수 있는 용기와 도구가 생겼다.
문제를 발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 캠프에서는 계속해서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고 질문하며 다음 단계로 이동할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사용할 수 있는 CLARA 대화법을 배우고, 차별과 혐오표현을 마주하게 됐을 때 침묵으로 방관자가 되지 않고 ‘직접 말하기, 질문하기, 화제를 전환하기,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기’와 같이 상대방과의 관계와 상황 등을 고려하여 가장 효과적인 전략을 수입하여 개입하는 ‘주변인 개입 훈련’, ‘공동체 방어 훈련’을 연습했습니다.

한 참여자는 이전에는 자신과 가치관이 다른 사람을 만나면 “이상한 사람이네”,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네”라고 생각하며 대화를 피해왔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캠프를 지나며 “지금은 무언가 개입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용기와 또 도구가 생긴 것 같습니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한 참여자는 “우리는 대답하거나 반박하기 위해 듣지 않는다.”라는 말을 애니타운의 명대사로 뽑았습니다. 애니타운이 이야기하는 ‘리더십’은 다른 사람보다 앞에 서고, 사람을 지휘하고, 더 큰 목소리로 말하는 능력이 아닙니다. 차별을 알아차리는 힘, 그냥 지나치지 않는 힘, 경청하는 힘, 필요할 때 질문하고 개입하는 힘 그리고 혼자 해결하려 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변화시키는 힘입니다. 저는 이러한 힘을 가진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 우리가 필요로 하는 사회의 리더십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인의 세계를 상상하는 연습
빈은 자신이 캠프에서 얻은 것을 설명하며 “사람에게는 자신의 세계뿐 아니라 타인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그 능력에서 공감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무빙닷츠(내 안의 고정관념 찾기)라는 활동에서는 어떤 사람의 삶을 상상하고, 신경다양성 활동에서 그 사람의 하루가 어땠을지 생각했고, 젠더박스(젠더체제의 이해와 저항)이라는 활동에서는 나와 우리 모두의 삶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참여자들은 프로그램에서 서로의 경험을 들으면서, “타인의 기쁨과 고통에 공감할 수 있는 도구를 얻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한 참여자는 후기 설문에 “세상엔 다양한 사람이 있고 한 모습만 보고 판단하기엔 부족하다.”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캠프에서 자신이 가장 선명하게 기억하는 장면으로 ‘모든 사람들이 스태프와 참여자 모두에게 존중받는 느낌’, 그리고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나눌 수 있었던 시간’을 꼽았습니다.
다양성교육에서 우리가 말하는 공감은 다른 사람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일 수 있습니다. ‘내가 모르는 것이 있을 수 있다, 내 경험만으로 이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저 사람의 삶에는 내가 보지 못하는 맥락이 있을 수 있다.’와 같은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다양성훈련에서 연습하고 싶은 중요한 공감의 태도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사람’이었습니다
프로그램에 대한 후기를 물었을 때, 청소년들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많이 했습니다. 처음 만난 친구들, 함께 밥과 간식을 먹었던 시간, 밤마다 모여 마피아게임, 이중모션, 보드게임을 했던 시간, 쉬는 시간마다 시작된 놀이, 소그룹에서 나눈 이야기, 누군가가 용기를 내어 털어놓은 자신의 경험, 그 이야기를 조용히 들어주었던 사람들처럼 “사람들”이 이 캠프에서 자신에게 가장 크게 남았다고 말했습니다.
예홍은 스타파워를 가장 좋았던 프로그램으로 꼽았습니다. 교과서로만 배울 때는 잘 와닿지 않았던 자본주의, 노동, 공정담론, 사회적 계급, 불평등한 조건, 어떤 사람들에게 놓인 ‘뚫기 어려운 벽’을 게임을 통해 생생하게 경험했다고 했습니다. 동시에, 프로그램 밖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사람들”이었다고 했습니다. 자기 이야기를 솔직하게 나누어도 다른 사람들이 자기 일처럼 들어주어서 “마음이 따뜻해진 것 같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올카는 이번 캠프를 “이 안에서 무언가를 배우는 자리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하나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습니다. 첫날에는 모두 처음 만난 사람들이라 어색했지만, 어느 순간 누가 시키지 않아도 게임을 만들고 함께 놀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을 통해 ‘자신이 어떤 환경에서 행복한 사람인지’도 조금 더 잘 알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또 한 참여자는 마지막 설문에 “모두가 한마음으로 짧은 시간이지만 한 공동체에 소속되었다는 마음을 가지고 임했다. 그 소속감은 대단했다.”고 적었습니다.
예홍은 애니타운을 한 문장으로 설명해달라는 요청에 “모두가 나를 이해하고 존중해주는 환경 속에서 이러한 교육을 받을 기회가 또 있을까 싶다.”라고 썼습니다. 그리고 다음 사람에게 남길 말에는 “그냥 나 믿고 한번 가봐라.”라고 했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들이 이번 캠프의 중요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평등과 포함에 대해 배우기만 한 것이 아니라, 3박 4일 동안 아주 작은 규모로나마 평등과 포함을 연습하는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보았습니다.
애니타운은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잠시라도 함께 만들어 살아보는 곳
참여 청소년들의 후기를 듣고 설문지를 읽고나서, 저는 이번 캠프를 마치며 애니타운을 이렇게 설명하고 싶어졌습니다.
애니타운은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배우는 곳만이 아니라, 그 세상을 잠시라도 함께 만들어 살아보는 곳입니다.
차이를 존중하자고 말하면서, 실제로 서로 다른 사람과 함께 지내봅니다.
경청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실제로 끝까지 들어봅니다.
자기 돌봄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누구나 피곤하면 일어나서 스트레칭 할 수 있고 잠시 쉴 수 있고, 화장실에 다녀올 수 있고, 필요한만큼 몸을 움직이고, 자신을 돌보는 연습을 합니다.
차별에 개입해야 한다고 배우면서,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말할지 연습합니다.
완벽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요구하는 대신, 자기 안의 편견과 모순을 발견해도 다시 배울 수 있다고 서로에게 말해줍니다.
그리고 프로그램이 끝난 밤에는 같이 웃고 떠들고 놉니다.

어쩌면 우리가 만들고 싶은 사회도 그런 사회일 것입니다. 모두가 똑같아지는 사회가 아니라,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각자의 모습으로 존재하면서도 누구도 인간다운 삶에서 탈락하지 않는 사회말입니다.
빈은 후기 설문지에 한 프로그램에서 제가 던졌던 “누군가를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누는, 두려움을 기반으로 하는 탈락 사회가 아닌 모두를 포함하는 사회, 모두가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는 될 수 없을까?”라는 질문을 언급하며 “‘인간다운 삶’이라는 것은 인간으로 태어났기에 무조건적으로, 또 필수적으로 지켜져야 할 것인데 지금의 사회는 인간이 인간다운 삶에 닿기 힘들다는 것이 마음이 아팠다.”라고 적었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청소년들과 이 질문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3박 4일도 짧았습니다
한국에서 애니타운을 진행하면서 지금까지는 대부분 2박 3일 캠프로 운영해왔습니다. 청소년들의 방학 중 바쁜 일정과 예산 문제 때문에 더 길게 하기 어려웠습니다. 올해 처음으로 3박 4일을 함께했습니다. 스태프 트레이닝 1박까지 포함하면 운영진은 4박 5일을 함께 보냈습니다. 하루가 늘어나니 분명 달랐습니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한 활동에서 시작한 질문을 다음 날 다시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조금 더 천천히 서로를 알아갈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말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시간이 생겼습니다. 무엇보다 공동체가 만들어질 시간이 조금 더 생겼습니다.
마지막 밤, 청소년들은 입을 모아 “3박 4일이 3박 4일 같지 않았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올카는 처음 도착했을 때 3박 4일이면 꽤 긴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눈 감았다 떠보니까 마지막 밤”이 된 것 같다고 했습니다. 저도 똑같았습니다. 3박 4일도 짧았습니다.
언젠가는 7박 8일 애니타운을 해볼 수 있을까
Anytown은 미국에서 1957년부터 이어져온 청소년 다양성훈련 리더십캠프입니다. 한국다양성연구소는 2019년부터 그것을 한국의 현실과 청소년들의 삶에 맞게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언젠가 한국에서도 7박 8일의 애니타운을 해보고 싶습니다. 스태프 트레이닝 2박까지 포함하면 9박 10일입니다. 그저 더 많은 프로그램을 집어넣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덜 서두르기 위해서입니다. 관계를 만드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처음 들은 이야기가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알아차리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불편했던 질문을 다시 생각해보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미완의 대화로 돌아가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같이 밥을 먹고, 쉬고, 놀고, 웃고, 갈등하고, 다시 대화하면서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작은 사회를 조금 더 오래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내가 속한 곳을 ‘모두의 마을’로 만들기
이번 캠프가 끝났지만 애니타운에서 시작된 대화까지 끝난 것은 아닙니다. 청소년 한 명은 캠프가 자신에게 남은 것을 “아직 끝나지 않은 질문”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어떻게 하면 누구도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뉘어 탈락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차이가 불평등의 근거가 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우리는 자신의 편견을 인정하면서도 서로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갈등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도 서로의 존엄을 지키며 대화할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청소년들이 단지 미래의 시민으로 준비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지금 이 사회를 함께 만드는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한국다양성연구소는 앞으로도 청소년들과 이런 질문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차별과 억압, 폭력의 구조를 함께 발견하고, 그것에 질문하고, 대화하고, 개입하고, 저항하고, 다시 배우면서, 평등과 포함이 가능한 공동체를 직접 만들어보는 경험을 계속 만들고 싶습니다.
어떤 사람을 애니타운에 초대하고 싶냐는 후기 설문지의 질문에 청소년들은 “세상을 사랑하는 법을 알고 싶으면 신청하세요!”, “다양성에 대해 궁금하거나 평소 하지 못했던 말이 있다면 애니타운으로 오세요!”, “한번쯤 해봐야 할 캠프.”라고 남겼습니다.
2026년 여름, 우리는 그렇게 또 하나의 모두의 마을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만날 다음 마을을 기다립니다.
애니타운은 누구든 자신의 모습 그대로 존재할 수 있고, 누구도 탈락하지 않으며, 서로 다른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연습하는 곳입니다. 우리는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모두의 마을을 계속 만들어가겠습니다.

📢 [2026 청소년 다양성훈련 리더십 여름 캠프 애니타운] 사업은 재단법인 바보의나눔☓카카오임팩트☓카카오같이가치 매달기부를 통해 조성된 후원금과 참가자분들의 참가비로 운영되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잠시라도 함께 살아보는 곳
제7회 다양성훈련 리더십캠프 Anytown Korea — 모두의 마을
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
마지막 날, 우리는 한 사람씩 지난 3박 4일을 돌아보았습니다. 무엇이 가장 좋았는지, 무엇이 재미있었는지, 어떤 배움이 가장 오래 남을 것 같은지, 처음 이곳에 왔을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무엇이 달라졌는지 이야기했습니다.
처음에는 녹음기 앞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던 청소년들도 하나둘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는 “생각하는 방법”이 달라졌다고 했습니다. 누군가는 자기 안에 오래 자리 잡고 있던 고정관념을 처음 제대로 마주했다고 했습니다. 누군가는 이제 차별적인 상황을 만났을 때 그냥 지나치지 않고 대화하고 개입해볼 수 있는 “용기와 도구”가 생겼다고 했습니다. 또 누군가는 이곳에서 “타인의 기쁨과 고통에 공감할 수 있는 도구를 얻은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청소년들이 “너무 짧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3박 4일이었는데, 3박 4일 같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길 것 같았는데 어느 순간 마지막 밤이 되어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저는 아마도 우리가 이번 애니타운에서 만들고 싶었던 것이 조금은 만들어졌던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시작은 “정상성”, 그 권력의 격차를 느끼는 것
한국다양성연구소의 청소년 다양성훈련 리더십캠프 Anytown Korea — 모두의 마을은 한 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캠프입니다. 이 캠프는 다양성에 관한 지식만을 알려주는 캠프가 아닙니다.
다양성이 존중되고 모두가 포함되는 사회를 만드는 일은 개인의 선한 마음에 의한 실천(배려나 포용 등)만으로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이미 공고하게 자리잡고 있는 구조적인 배제와 억압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의 모습과 삶은 왜 ‘정상’으로 여겨지고, 다른 사람의 삶은 ‘비정상’, ‘이상함’, ‘부족함’으로 설명되는가, 인종·민족·출신국가, 성별·성별정체성·성저지향, 가족의 형태, 장애·질병, 나이, 외모, 학력·학벌, 고용의 형태, 소득·경제력·사회적 계급 등 우리가 가진 수많은 사회적 정체성은 한 사람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일상적인 말과 농담 그리고 미디어는 어떻게 고정관념을 만들고 유지하는가, 그 고정관념은 어떻게 편견이 되고 차별과 혐오가 되고, 때로는 제도와 사회구조가 되는가 그리고 그 사회 안에서 살아온 나는 무엇을 배워왔는가.
애니타운에서는 이런 질문들을 몸으로 느끼기 위해 몸 활동을 하고 대화를 통해 서로에게 배웁니다.
정답을 배우기보다 질문하는 연습
애니타운에서는 긴 강의를 거의 하지 않습니다. 몸을 움직이고, 게임을 하고, 선택하고, 글을 쓰고, 짝꿍과 대화하고, 포스트잇을 붙이고, 소그룹으로 이야기하고, 다시 전체가 모여 이야기를 나눕니다. 퍼실리테이터는 정답을 알려주기보다 참여자들의 경험을 묻습니다.
“활동 중에 무엇을 보았나요?, 어떤 감정이 들었나요?, 왜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하나요?, 우리 사회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한 참여자는 처음에는 자신이 이미 다양성과 인권에 대해 꽤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그동안 비슷한 교육도 여러 번 받아봤고, 이번 캠프에서도 아는 이야기를 다시 듣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왔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캠프가 진행되면서 자신에게 아직 “미완의 대화”가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했습니다. 더 많은 질문과 대화를 통해 자신이 놓쳤던 것들을 알아가고 싶어졌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참여자는 “강의형 수업은 거의 없었고 짝꿍이나 자신의 조와 모여서 대화를 나누거나 활동지를 작성하거나 포스트잇을 붙이는 등 자신의 생각을 적거나 이야기하는 게 많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지속적으로 한 가지 주제에 대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펼쳐보게 됐어요.”라고 말하며 캠프를 통해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이 “생각하는 방법”이라고 했습니다.
마지막 날 퇴소 전 설문지에 참여자들 애니타운을 설명하는 말로 “꼬리 무는 생각들, 안전하게 말할 수 있는 공간, 내가 더 나다울 수 있는 곳”을 적었습니다.
어쩌면 좋은 교육은 답을 많이 가지고 돌아가는 교육만은 아닐 것입니다. 이전에는 하지 않았던 질문을 하기 시작하고, 너무 당연해서 질문하지 않았던 것들을 다시 바라보고, 캠프가 끝난 뒤에도 생각이 계속 이어질 수 있는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 이런 것들이 우리가 애니타운을 통해서 만들고 싶었던 배움이었습니다.
내 안의 고정관념을 마주하는 일
이번 캠프의 후기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이야기 가운데 하나는 ‘내 안의 고정관념’이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차별이나 혐오를 아주 나쁜 몇몇 사람들의 문제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다양성훈련에서는 이에 대해 조금 다른 질문을 합니다. 차별적인 사회에서 성장한 나는 과연 그 사회의 고정관념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가?
한 참여자는 “소수자를 존중해야 한다는 인식은 갖고 있었고 그 주제에 대해서 관심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제 안에 있는 뿌리 깊은 고정관념을 꺼내서 해체해보지 않으면 차별과 혐오를 낳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라고 말했고, 또 다른 참여자는 자기 안에 편견이 있다는 것을 알고도 오랫동안 제대로 바라보지 않았다고 말하며 ‘조금 더 알게 되면 언젠가는 저절로 없어지겠지’ 생각하며 피해왔지만, 캠프에서 그러한 편견이 왜 내 안에 생겨났는지 함께 이야기하면서 고정관념을 마주하는 데 조금 익숙해졌다고 했습니다.
참여자 빈은 활동 중에 느꼈던 불편함을 대해 “나 자신도 외면하고 싶었던 내 안의 혐오와 편견을 마주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것을 마주하고 인정한 후, 다시 학습하는 과정을 통해 불편함을 배움의 기회로 바꿀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참여자는 신경다양성을 배우며 장애를 ‘다른 종류의 사람’으로 나누어 생각했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고, 장애·질병 ISIO 활동을 통해 능력주의 사회가 제시하는 기준이 절대적인 기준일 수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사회로부터 무언가를 배웁니다. 잘못된 것을 배우기도 합니다. 잘못 배운 것은 다시 배울 수도 있습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과 편견은 숨기는 것보다 발견하고 직면하는 것이 변화의 시작 점이 됩니다. 다양성훈련에서는 이러한 불편함이 중요한 배움의 신호가 됩니다. 또한 참여자들이 불편함을 느낄 때 죄책감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습니다.
불편함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함께 통과하는 법
애니타운에서는 익숙했던 생각과 다른 관점을 만나고, 자기 안에 있는 편견을 발견하고,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여겼던 사회의 기준을 다시 바라보며 불편함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인디는 사회에서 반복해서 들어온 이야기와 캠프에서 새롭게 만난 관점이 충돌하면서 불편함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었던 사회적인 통념과 고정관념들이 이곳에서 배우는 내용이 충돌하며 불편함을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직면할 수 있는 용기를 낼 수만 있다면 성장의 기회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빈 역시 캠프 초반에 우리가 함께 나눈 약속문 중 불편함에 대한 내용 “불편함이 좋은 배움의 신호가 될 수도 있다.”을 기억하며 자신이 느낀 불편함을 회피하기보다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고정관념을 인정하고 다시 배우는 과정으로 가져갈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안전한 공간은 불편함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 아니라, 불편함을 말할 수 있고, 멈출 수 있고, 질문할 수 있고, 서로 조정하며 다시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애니타운은 그러한 공동체를 경험해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저는 우리 사회에 이러한 공동체가 점점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지나치지 않을 수 있는 용기와 도구가 생겼다.
문제를 발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 캠프에서는 계속해서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고 질문하며 다음 단계로 이동할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사용할 수 있는 CLARA 대화법을 배우고, 차별과 혐오표현을 마주하게 됐을 때 침묵으로 방관자가 되지 않고 ‘직접 말하기, 질문하기, 화제를 전환하기,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기’와 같이 상대방과의 관계와 상황 등을 고려하여 가장 효과적인 전략을 수입하여 개입하는 ‘주변인 개입 훈련’, ‘공동체 방어 훈련’을 연습했습니다.
한 참여자는 이전에는 자신과 가치관이 다른 사람을 만나면 “이상한 사람이네”,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네”라고 생각하며 대화를 피해왔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캠프를 지나며 “지금은 무언가 개입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용기와 또 도구가 생긴 것 같습니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한 참여자는 “우리는 대답하거나 반박하기 위해 듣지 않는다.”라는 말을 애니타운의 명대사로 뽑았습니다. 애니타운이 이야기하는 ‘리더십’은 다른 사람보다 앞에 서고, 사람을 지휘하고, 더 큰 목소리로 말하는 능력이 아닙니다. 차별을 알아차리는 힘, 그냥 지나치지 않는 힘, 경청하는 힘, 필요할 때 질문하고 개입하는 힘 그리고 혼자 해결하려 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변화시키는 힘입니다. 저는 이러한 힘을 가진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 우리가 필요로 하는 사회의 리더십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인의 세계를 상상하는 연습
빈은 자신이 캠프에서 얻은 것을 설명하며 “사람에게는 자신의 세계뿐 아니라 타인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그 능력에서 공감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무빙닷츠(내 안의 고정관념 찾기)라는 활동에서는 어떤 사람의 삶을 상상하고, 신경다양성 활동에서 그 사람의 하루가 어땠을지 생각했고, 젠더박스(젠더체제의 이해와 저항)이라는 활동에서는 나와 우리 모두의 삶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참여자들은 프로그램에서 서로의 경험을 들으면서, “타인의 기쁨과 고통에 공감할 수 있는 도구를 얻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한 참여자는 후기 설문에 “세상엔 다양한 사람이 있고 한 모습만 보고 판단하기엔 부족하다.”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캠프에서 자신이 가장 선명하게 기억하는 장면으로 ‘모든 사람들이 스태프와 참여자 모두에게 존중받는 느낌’, 그리고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나눌 수 있었던 시간’을 꼽았습니다.
다양성교육에서 우리가 말하는 공감은 다른 사람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일 수 있습니다. ‘내가 모르는 것이 있을 수 있다, 내 경험만으로 이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저 사람의 삶에는 내가 보지 못하는 맥락이 있을 수 있다.’와 같은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다양성훈련에서 연습하고 싶은 중요한 공감의 태도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사람’이었습니다
프로그램에 대한 후기를 물었을 때, 청소년들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많이 했습니다. 처음 만난 친구들, 함께 밥과 간식을 먹었던 시간, 밤마다 모여 마피아게임, 이중모션, 보드게임을 했던 시간, 쉬는 시간마다 시작된 놀이, 소그룹에서 나눈 이야기, 누군가가 용기를 내어 털어놓은 자신의 경험, 그 이야기를 조용히 들어주었던 사람들처럼 “사람들”이 이 캠프에서 자신에게 가장 크게 남았다고 말했습니다.
예홍은 스타파워를 가장 좋았던 프로그램으로 꼽았습니다. 교과서로만 배울 때는 잘 와닿지 않았던 자본주의, 노동, 공정담론, 사회적 계급, 불평등한 조건, 어떤 사람들에게 놓인 ‘뚫기 어려운 벽’을 게임을 통해 생생하게 경험했다고 했습니다. 동시에, 프로그램 밖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사람들”이었다고 했습니다. 자기 이야기를 솔직하게 나누어도 다른 사람들이 자기 일처럼 들어주어서 “마음이 따뜻해진 것 같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올카는 이번 캠프를 “이 안에서 무언가를 배우는 자리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하나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습니다. 첫날에는 모두 처음 만난 사람들이라 어색했지만, 어느 순간 누가 시키지 않아도 게임을 만들고 함께 놀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을 통해 ‘자신이 어떤 환경에서 행복한 사람인지’도 조금 더 잘 알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또 한 참여자는 마지막 설문에 “모두가 한마음으로 짧은 시간이지만 한 공동체에 소속되었다는 마음을 가지고 임했다. 그 소속감은 대단했다.”고 적었습니다.
예홍은 애니타운을 한 문장으로 설명해달라는 요청에 “모두가 나를 이해하고 존중해주는 환경 속에서 이러한 교육을 받을 기회가 또 있을까 싶다.”라고 썼습니다. 그리고 다음 사람에게 남길 말에는 “그냥 나 믿고 한번 가봐라.”라고 했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들이 이번 캠프의 중요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평등과 포함에 대해 배우기만 한 것이 아니라, 3박 4일 동안 아주 작은 규모로나마 평등과 포함을 연습하는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보았습니다.
애니타운은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잠시라도 함께 만들어 살아보는 곳
참여 청소년들의 후기를 듣고 설문지를 읽고나서, 저는 이번 캠프를 마치며 애니타운을 이렇게 설명하고 싶어졌습니다.
애니타운은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배우는 곳만이 아니라, 그 세상을 잠시라도 함께 만들어 살아보는 곳입니다.
차이를 존중하자고 말하면서, 실제로 서로 다른 사람과 함께 지내봅니다.
경청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실제로 끝까지 들어봅니다.
자기 돌봄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누구나 피곤하면 일어나서 스트레칭 할 수 있고 잠시 쉴 수 있고, 화장실에 다녀올 수 있고, 필요한만큼 몸을 움직이고, 자신을 돌보는 연습을 합니다.
차별에 개입해야 한다고 배우면서,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말할지 연습합니다.
완벽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요구하는 대신, 자기 안의 편견과 모순을 발견해도 다시 배울 수 있다고 서로에게 말해줍니다.
그리고 프로그램이 끝난 밤에는 같이 웃고 떠들고 놉니다.
어쩌면 우리가 만들고 싶은 사회도 그런 사회일 것입니다. 모두가 똑같아지는 사회가 아니라,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각자의 모습으로 존재하면서도 누구도 인간다운 삶에서 탈락하지 않는 사회말입니다.
빈은 후기 설문지에 한 프로그램에서 제가 던졌던 “누군가를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누는, 두려움을 기반으로 하는 탈락 사회가 아닌 모두를 포함하는 사회, 모두가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는 될 수 없을까?”라는 질문을 언급하며 “‘인간다운 삶’이라는 것은 인간으로 태어났기에 무조건적으로, 또 필수적으로 지켜져야 할 것인데 지금의 사회는 인간이 인간다운 삶에 닿기 힘들다는 것이 마음이 아팠다.”라고 적었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청소년들과 이 질문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3박 4일도 짧았습니다
한국에서 애니타운을 진행하면서 지금까지는 대부분 2박 3일 캠프로 운영해왔습니다. 청소년들의 방학 중 바쁜 일정과 예산 문제 때문에 더 길게 하기 어려웠습니다. 올해 처음으로 3박 4일을 함께했습니다. 스태프 트레이닝 1박까지 포함하면 운영진은 4박 5일을 함께 보냈습니다. 하루가 늘어나니 분명 달랐습니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한 활동에서 시작한 질문을 다음 날 다시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조금 더 천천히 서로를 알아갈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말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시간이 생겼습니다. 무엇보다 공동체가 만들어질 시간이 조금 더 생겼습니다.
마지막 밤, 청소년들은 입을 모아 “3박 4일이 3박 4일 같지 않았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올카는 처음 도착했을 때 3박 4일이면 꽤 긴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눈 감았다 떠보니까 마지막 밤”이 된 것 같다고 했습니다. 저도 똑같았습니다. 3박 4일도 짧았습니다.
언젠가는 7박 8일 애니타운을 해볼 수 있을까
Anytown은 미국에서 1957년부터 이어져온 청소년 다양성훈련 리더십캠프입니다. 한국다양성연구소는 2019년부터 그것을 한국의 현실과 청소년들의 삶에 맞게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언젠가 한국에서도 7박 8일의 애니타운을 해보고 싶습니다. 스태프 트레이닝 2박까지 포함하면 9박 10일입니다. 그저 더 많은 프로그램을 집어넣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덜 서두르기 위해서입니다. 관계를 만드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처음 들은 이야기가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알아차리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불편했던 질문을 다시 생각해보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미완의 대화로 돌아가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같이 밥을 먹고, 쉬고, 놀고, 웃고, 갈등하고, 다시 대화하면서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작은 사회를 조금 더 오래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내가 속한 곳을 ‘모두의 마을’로 만들기
이번 캠프가 끝났지만 애니타운에서 시작된 대화까지 끝난 것은 아닙니다. 청소년 한 명은 캠프가 자신에게 남은 것을 “아직 끝나지 않은 질문”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어떻게 하면 누구도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뉘어 탈락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차이가 불평등의 근거가 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우리는 자신의 편견을 인정하면서도 서로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갈등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도 서로의 존엄을 지키며 대화할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청소년들이 단지 미래의 시민으로 준비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지금 이 사회를 함께 만드는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한국다양성연구소는 앞으로도 청소년들과 이런 질문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차별과 억압, 폭력의 구조를 함께 발견하고, 그것에 질문하고, 대화하고, 개입하고, 저항하고, 다시 배우면서, 평등과 포함이 가능한 공동체를 직접 만들어보는 경험을 계속 만들고 싶습니다.
어떤 사람을 애니타운에 초대하고 싶냐는 후기 설문지의 질문에 청소년들은 “세상을 사랑하는 법을 알고 싶으면 신청하세요!”, “다양성에 대해 궁금하거나 평소 하지 못했던 말이 있다면 애니타운으로 오세요!”, “한번쯤 해봐야 할 캠프.”라고 남겼습니다.
2026년 여름, 우리는 그렇게 또 하나의 모두의 마을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만날 다음 마을을 기다립니다.
애니타운은 누구든 자신의 모습 그대로 존재할 수 있고, 누구도 탈락하지 않으며, 서로 다른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연습하는 곳입니다. 우리는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모두의 마을을 계속 만들어가겠습니다.
📢 [2026 청소년 다양성훈련 리더십 여름 캠프 애니타운] 사업은 재단법인 바보의나눔☓카카오임팩트☓카카오같이가치 매달기부를 통해 조성된 후원금과 참가자분들의 참가비로 운영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