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상담교육활동가들과 ‘소년의 시간’ 함께 읽기
지난 2025년 5월, 한국다양성연구소는 넷플릭스 시리즈〈소년의 시간〉을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누는 공부모임을 열었습니다. 이번 자리에는 법원에서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또는 수강명령을 부과받은 가해자들에게 오랫동안 교육과 상담을 해온 두 명의 교육상담활동가, 개리와 테다가 함께했습니다.
성폭력 가해자 교육과 상담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이지만, 그 현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직접 들을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가해자들은 자신의 행동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양육자들은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교육과 상담은 무엇을 목표로 하고,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을 품은 많은 분들이 공부모임을 신청해주셨습니다. 200명이 넘는 신청은 이 주제가 지금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절실한 질문인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소년의 시간〉은 한 소년이 또래 여성 청소년을 살해한 사건을 중심에 두고, 그 사건을 둘러싼 가족, 학교, 또래문화, 온라인 세계를 집요하게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드라마는 단순히 “왜 그 아이가 그랬을까”를 묻는 데서 멈추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에게 더 불편한 질문을 던집니다. 한 명의 소년을 그렇게 만든 세계는 무엇이었나? 그는 어떤 말과 이미지와 농담과 혐오 속에서 자랐나? 주변 어른들은 무엇을 놓치고 있었나? 학교와 가족과 온라인 공간은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었나? 이번 공부모임에서는 이 질문들을 따라가 보았습니다.
최근 가정, 학교, 사회 곳곳에서 주변 여성을 하대하거나 폭력적으로 대하는 남성 청소년·청년의 모습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 현상을 단지 “요즘 남자아이들이 문제다”라고 말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물론 폭력은 분명히 멈춰야 하고, 가해 행동에는 책임이 뒤따라야 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그 폭력을 가능하게 만든 사회구조와 문화, 또래집단의 언어, 디지털 환경, 남성성의 규범을 함께 보아야 합니다.
개리와 테다는 실제 상담과 교육 현장에서 만난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나누어주었습니다. 성범죄 가해 청소년들 중엔 자신의 행동을 명확히 폭력이나 범죄로 인식하는 경우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행동을 축소했고, 어떤 이들은 “다들 하는 줄 알았다”고 말했고, 어떤 이들은 피해자의 고통보다 자신 때문에 함께 처벌을 받고 있는 친구에게 미안해 하거나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마음을 먼저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클릭 몇 번으로 이루어진 행동이 누군가의 삶을 무너뜨리는 폭력이 된다는 사실을 잘 연결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피해자는 눈앞에 보이지 않고, 영상과 이미지 속 존재는 쉽게 비인간화됩니다.
이날 대화에서 반복해서 등장한 핵심어는 “온라인 남성 문화”였습니다. 남초 커뮤니티, 유튜브, SNS, DM, 오픈채팅방, 또래집단의 농담과 언어가 청소년들의 세계를 구성하고 있었습니다. 여성을 대하는 태도와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표현은 관심을 얻는 방식이 되기도 하고, 또래 안에서 위치를 만드는 도구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는 여성과 소수자를 동등한 인간이 아니라 평가하고 조롱하고 통제할 대상으로 보게 만드는 훈련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스마트폰을 빼앗거나 특정 사이트를 차단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물론 디지털 기기 사용 시기를 늦추거나 SNS 사용을 규제하는 논의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미 디지털 세계와 현실 세계가 분리되지 않는 세대에게 더 중요한 것은, 그 안에서 만나는 말과 이미지와 정보를 의심하고 질문하고 해석할 수 있는 힘입니다. “이 말은 어디에서 왔을까?”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 말일까?” “이 농담은 누구를 사라지게 만들까?”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세계가 정말 전부일까?”를 물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미디어 리터러시이자 성평등 교육이고, 다양성 교육이며, 민주주의 교육입니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중요하게 다루었습니다. 〈소년의 시간〉 속 아버지는 극단적으로 나쁜 사람으로만 그려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성실하고, 가족을 사랑한다고 믿고,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질문이 남습니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아버지조차 왜 이렇게 아들의 세계를 몰랐을까? 왜 남성들은 분노 외의 감정을 나누는 일이 어려울까? 왜 여전히 돌봄과 감정노동은 주로 여성 양육자에게 맡겨져 있을까? 왜 아들은 아버지의 남성성을 배웠지만, 평등한 관계 맺기는 배우지 못했을까?
가해자 상담과 교육 현장에서도 양육자의 태도는 중요한 주제였습니다. 양육자들은 “우리 아이가 그럴 리 없다”고 부정하거나, “그 정도는 장난 아니냐”고 축소하거나, 상담 확인서를 빨리 받아 재판에 제출하고 싶어 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양육자들은 자녀가 어떤 온라인 세계에 머물렀는지, 누구와 무엇을 주고받았는지, 어떤 언어와 문화 속에서 자랐는지 알지 못했다고 고백했습니다. 〈소년의 시간〉 속 모습과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교육과 상담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이날 개리와 테다는 가해자 상담·교육 시간은 “네가 한 일은 나쁜 짓이야”라고 말해주는 시간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잘못을 부정하거나 축소하는 태도는 분명히 다루어야 하지만, 동시에 상담자는 청소년이 다시 폭력을 저지르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과 강점을 찾아야 합니다. 재발방지, 성인지 감수성 향상, 피해자 관점 이해, 동의와 경계에 대한 학습, 관계 맺기의 연습이 필요합니다. 모든 이들이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 다르기 때문에, 어떤 청소년에게는 성적 대상화와 성평등의 언어를 함께 다룰 수 있지만, 어떤 청소년에게는 “내가 어떤 행동을 하면 그 다음엔 어떤 일이 생기는가”를 반복해서 상상하고 연결하는 일을 반복적으로 한다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폭력을 개인의 악함만으로 설명하지 않는 일입니다. 폭력의 책임을 흐리자는 뜻이 아니라, 오히려 책임을 제대로 묻기 위해서라도, 그 책임이 발생한 구조를 더 정확히 보아야 합니다. 여성혐오와 강간문화는 어느 날 갑자기 한 사람의 마음속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닙니다. 농담, 밈, 유튜브 알고리즘, 또래의 인정, 아버지의 침묵, 학교의 방관, 사회의 성차별적 규범 속에서 조금씩 학습되고 강화됩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질문도 더 커져야 합니다. “저 아이가 왜 그랬을까”에서 멈추지 않고, “우리가 어린이·청소년들에게 어떤 세계를 만들고 있었나”로 나아가야 합니다.
참여자들의 후기에서도 이런 변화가 드러났습니다. 어떤 참여자는 ‘소년의 시간을 보고도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세 활동가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남성 청소년들에게 주어진 사회구조와 문화적 환경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참여자는 ‘10대, 20대, 30대 남성의 극우화에 대한 논의를 보며 “젊은 남성들이 문제”라고만 생각했지만, 그들을 그렇게 만들고 있는 구조를 더 크고 넓게 보아야겠다’고 남겼습니다. ‘기성세대로서 나의 책임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다’는 후기, ‘성교육과 성평등 교육 시간에 무엇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다시 깊게 생각하게 되었다’는 후기도 있었습니다.
한국다양성연구소는 앞으로도 이런 자리를 더 자주 만들고 싶습니다. 정답을 빠르게 제시하는 자리보다, 함께 보고 묻고 흔들리고 다시 생각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교실에서, 가정에서, 상담실에서, 조직에서, 온라인 공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개입들을 함께 찾고 싶습니다. 혐오표현이 나왔을 때 그냥 넘어가지 않기, 웃어주지 않기, 질문하기, 피해자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피해가 없는 것이 아님을 말하기, 청소년의 세계를 가르치려 들기 전에 먼저 들으려 하기, 평등한 관계를 설명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살아 보이기, 그렇게 사부작사부작 변화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우리 그렇게 서로에게 작은 롤모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그리고 이 대화는 다음 공부모임으로 이어집니다!
6월 25일, 한국다양성연구소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루이 서루: 인사이드 더 매노스피어〉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공부모임을 엽니다.
〈소년의 시간〉이 한 사건을 통해 남성 청소년의 세계, 온라인 문화, 여성혐오, 가족과 학교의 책임을 보여주었다면, 〈인사이드 더 매노스피어〉는 그 세계를 더 직접적으로 들여다보게 해주는 작품입니다. 인셀, 반페미니즘, 남성성 위기론, 온라인 급진화, 여성혐오 산업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는지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이 다큐멘터리의 주요 장면들을 해설하며 이야기 나누는 시간입니다. 남성 청소년과 청년들이 어떤 문화 속에서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을 바라보게 되는지, 그 과정에서 여성과 소수자는 어떻게 지워지고 공격받는지, 그리고 우리는 교육과 돌봄과 대화로 어디에 개입할 수 있는지 함께 묻고 싶습니다. 〈소년의 시간〉을 지나온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다음 공부모임에서, 매노스피어라는 이름의 더 깊은 온라인 세계를 함께 읽어보겠습니다.
🔎 2026년 6월 공부모임
혐오는 어떻게 문화가 되는가: 〈루이 서루: 인사이드 더 매노스피어〉로 인셀, 반페미니즘, 온라인 급진화의 세계를 이해하기
🗓️ 일시 및 장소 : 2026년 6월 25일(목), 오후 7시 30분-9시, 온라인 줌(ZOOM)
👤 진행자/패널 : 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지하크)
6월 공부모임 자세한 내용 및 신청

가해자 상담교육활동가들과 ‘소년의 시간’ 함께 읽기
지난 2025년 5월, 한국다양성연구소는 넷플릭스 시리즈〈소년의 시간〉을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누는 공부모임을 열었습니다. 이번 자리에는 법원에서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또는 수강명령을 부과받은 가해자들에게 오랫동안 교육과 상담을 해온 두 명의 교육상담활동가, 개리와 테다가 함께했습니다.
성폭력 가해자 교육과 상담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이지만, 그 현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직접 들을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가해자들은 자신의 행동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양육자들은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교육과 상담은 무엇을 목표로 하고,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을 품은 많은 분들이 공부모임을 신청해주셨습니다. 200명이 넘는 신청은 이 주제가 지금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절실한 질문인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소년의 시간〉은 한 소년이 또래 여성 청소년을 살해한 사건을 중심에 두고, 그 사건을 둘러싼 가족, 학교, 또래문화, 온라인 세계를 집요하게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드라마는 단순히 “왜 그 아이가 그랬을까”를 묻는 데서 멈추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에게 더 불편한 질문을 던집니다. 한 명의 소년을 그렇게 만든 세계는 무엇이었나? 그는 어떤 말과 이미지와 농담과 혐오 속에서 자랐나? 주변 어른들은 무엇을 놓치고 있었나? 학교와 가족과 온라인 공간은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었나? 이번 공부모임에서는 이 질문들을 따라가 보았습니다.
최근 가정, 학교, 사회 곳곳에서 주변 여성을 하대하거나 폭력적으로 대하는 남성 청소년·청년의 모습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 현상을 단지 “요즘 남자아이들이 문제다”라고 말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물론 폭력은 분명히 멈춰야 하고, 가해 행동에는 책임이 뒤따라야 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그 폭력을 가능하게 만든 사회구조와 문화, 또래집단의 언어, 디지털 환경, 남성성의 규범을 함께 보아야 합니다.
개리와 테다는 실제 상담과 교육 현장에서 만난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나누어주었습니다. 성범죄 가해 청소년들 중엔 자신의 행동을 명확히 폭력이나 범죄로 인식하는 경우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행동을 축소했고, 어떤 이들은 “다들 하는 줄 알았다”고 말했고, 어떤 이들은 피해자의 고통보다 자신 때문에 함께 처벌을 받고 있는 친구에게 미안해 하거나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마음을 먼저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클릭 몇 번으로 이루어진 행동이 누군가의 삶을 무너뜨리는 폭력이 된다는 사실을 잘 연결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피해자는 눈앞에 보이지 않고, 영상과 이미지 속 존재는 쉽게 비인간화됩니다.
이날 대화에서 반복해서 등장한 핵심어는 “온라인 남성 문화”였습니다. 남초 커뮤니티, 유튜브, SNS, DM, 오픈채팅방, 또래집단의 농담과 언어가 청소년들의 세계를 구성하고 있었습니다. 여성을 대하는 태도와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표현은 관심을 얻는 방식이 되기도 하고, 또래 안에서 위치를 만드는 도구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는 여성과 소수자를 동등한 인간이 아니라 평가하고 조롱하고 통제할 대상으로 보게 만드는 훈련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스마트폰을 빼앗거나 특정 사이트를 차단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물론 디지털 기기 사용 시기를 늦추거나 SNS 사용을 규제하는 논의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미 디지털 세계와 현실 세계가 분리되지 않는 세대에게 더 중요한 것은, 그 안에서 만나는 말과 이미지와 정보를 의심하고 질문하고 해석할 수 있는 힘입니다. “이 말은 어디에서 왔을까?”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 말일까?” “이 농담은 누구를 사라지게 만들까?”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세계가 정말 전부일까?”를 물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미디어 리터러시이자 성평등 교육이고, 다양성 교육이며, 민주주의 교육입니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중요하게 다루었습니다. 〈소년의 시간〉 속 아버지는 극단적으로 나쁜 사람으로만 그려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성실하고, 가족을 사랑한다고 믿고,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질문이 남습니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아버지조차 왜 이렇게 아들의 세계를 몰랐을까? 왜 남성들은 분노 외의 감정을 나누는 일이 어려울까? 왜 여전히 돌봄과 감정노동은 주로 여성 양육자에게 맡겨져 있을까? 왜 아들은 아버지의 남성성을 배웠지만, 평등한 관계 맺기는 배우지 못했을까?
가해자 상담과 교육 현장에서도 양육자의 태도는 중요한 주제였습니다. 양육자들은 “우리 아이가 그럴 리 없다”고 부정하거나, “그 정도는 장난 아니냐”고 축소하거나, 상담 확인서를 빨리 받아 재판에 제출하고 싶어 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양육자들은 자녀가 어떤 온라인 세계에 머물렀는지, 누구와 무엇을 주고받았는지, 어떤 언어와 문화 속에서 자랐는지 알지 못했다고 고백했습니다. 〈소년의 시간〉 속 모습과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교육과 상담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이날 개리와 테다는 가해자 상담·교육 시간은 “네가 한 일은 나쁜 짓이야”라고 말해주는 시간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잘못을 부정하거나 축소하는 태도는 분명히 다루어야 하지만, 동시에 상담자는 청소년이 다시 폭력을 저지르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과 강점을 찾아야 합니다. 재발방지, 성인지 감수성 향상, 피해자 관점 이해, 동의와 경계에 대한 학습, 관계 맺기의 연습이 필요합니다. 모든 이들이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 다르기 때문에, 어떤 청소년에게는 성적 대상화와 성평등의 언어를 함께 다룰 수 있지만, 어떤 청소년에게는 “내가 어떤 행동을 하면 그 다음엔 어떤 일이 생기는가”를 반복해서 상상하고 연결하는 일을 반복적으로 한다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폭력을 개인의 악함만으로 설명하지 않는 일입니다. 폭력의 책임을 흐리자는 뜻이 아니라, 오히려 책임을 제대로 묻기 위해서라도, 그 책임이 발생한 구조를 더 정확히 보아야 합니다. 여성혐오와 강간문화는 어느 날 갑자기 한 사람의 마음속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닙니다. 농담, 밈, 유튜브 알고리즘, 또래의 인정, 아버지의 침묵, 학교의 방관, 사회의 성차별적 규범 속에서 조금씩 학습되고 강화됩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질문도 더 커져야 합니다. “저 아이가 왜 그랬을까”에서 멈추지 않고, “우리가 어린이·청소년들에게 어떤 세계를 만들고 있었나”로 나아가야 합니다.
참여자들의 후기에서도 이런 변화가 드러났습니다. 어떤 참여자는 ‘소년의 시간을 보고도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세 활동가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남성 청소년들에게 주어진 사회구조와 문화적 환경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참여자는 ‘10대, 20대, 30대 남성의 극우화에 대한 논의를 보며 “젊은 남성들이 문제”라고만 생각했지만, 그들을 그렇게 만들고 있는 구조를 더 크고 넓게 보아야겠다’고 남겼습니다. ‘기성세대로서 나의 책임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다’는 후기, ‘성교육과 성평등 교육 시간에 무엇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다시 깊게 생각하게 되었다’는 후기도 있었습니다.
한국다양성연구소는 앞으로도 이런 자리를 더 자주 만들고 싶습니다. 정답을 빠르게 제시하는 자리보다, 함께 보고 묻고 흔들리고 다시 생각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교실에서, 가정에서, 상담실에서, 조직에서, 온라인 공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개입들을 함께 찾고 싶습니다. 혐오표현이 나왔을 때 그냥 넘어가지 않기, 웃어주지 않기, 질문하기, 피해자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피해가 없는 것이 아님을 말하기, 청소년의 세계를 가르치려 들기 전에 먼저 들으려 하기, 평등한 관계를 설명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살아 보이기, 그렇게 사부작사부작 변화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우리 그렇게 서로에게 작은 롤모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그리고 이 대화는 다음 공부모임으로 이어집니다!
6월 25일, 한국다양성연구소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루이 서루: 인사이드 더 매노스피어〉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공부모임을 엽니다.
〈소년의 시간〉이 한 사건을 통해 남성 청소년의 세계, 온라인 문화, 여성혐오, 가족과 학교의 책임을 보여주었다면, 〈인사이드 더 매노스피어〉는 그 세계를 더 직접적으로 들여다보게 해주는 작품입니다. 인셀, 반페미니즘, 남성성 위기론, 온라인 급진화, 여성혐오 산업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는지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이 다큐멘터리의 주요 장면들을 해설하며 이야기 나누는 시간입니다. 남성 청소년과 청년들이 어떤 문화 속에서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을 바라보게 되는지, 그 과정에서 여성과 소수자는 어떻게 지워지고 공격받는지, 그리고 우리는 교육과 돌봄과 대화로 어디에 개입할 수 있는지 함께 묻고 싶습니다. 〈소년의 시간〉을 지나온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다음 공부모임에서, 매노스피어라는 이름의 더 깊은 온라인 세계를 함께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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