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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학의 세상다양] 기후우울증과 무력감을 넘기 위한 다양성훈련
민중의소리, 2023. 8. 29.
4일(현지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설치된 온도계가 42도를 가리키고 있다. 남반구는 겨울이지만 리우데자네이루 기온이 42도를 기록하는 등 브라질은 '겨울 폭염'에 직면해 있다. 브라질의 8월 평균 최고 기온은 24.5도다. ⓒ뉴시스
가난하고 차별받는 존재들에게 더욱 가혹하게 다가오는 기후위기의 시대를 우리는 이미 살고 있다. 반지하에 살다 침수된 집에서 탈출하지 못한 장애인과 그 가족들, 제대로 된 냉방장치 없는 곳에서 폭염으로 숨진 노동자들, 산불에 미처 대피하지 못한 어르신, 구명조끼조차 입지 못하고 폭우 실종자를 수색하다 숨진 군인을 우리는 목격해야만 했다. 불평등하게 다가오는 기후위기는 이미 일상이 되었고 외면하고 싶어도 직면하게 되었다. 저마다 마주하는 일상과, 뉴스에서 들리는 기상 및 기후 현상들은 그간 애써 외면해 오던 이들마저 초조하게 만든다. 지구는 온난화를 넘어 끓기 시작했고(안토니오 구테흐스 UN 사무총장, 2023.07.27) 나사의 과학자이자 기후학자인 피터 칼무스는 역사상 가장 더웠던 올 해 7월이, ‘앞으로 당신이 살게 될 날들 중 가장 시원했던 여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면 “이미 끝났어? 그럼 막 살까?”, “그런 말을 들으면 모든 게 무의미하게 느껴져서 너무 힘들어”와 같은 반응이 돌아온다. 개인이 작은 노력을 한다고 근본적으로 바뀔 리 없는 거대한 구조적인 문제 앞에, 개개인들은 속수무책으로 우울해진다. 무력하기 때문이다.
2017년 제시된 기후우울증은 환경에 대한 관심이 많고 실천을 하는 사람인 경우 많이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그레타 툰베리가 기후우울증으로 두 달 사이 10kg이 빠졌다고 고백한 바 있다. 다시 말하면 기후위기를 외면하는 사람에게는 전혀 드러나지 않던 증상이다. 하지만 기후위기가 일상이 되면서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우울감이나 무력감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지구 온도의 상승을 막을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은, 자본의 논리 가운데서 쉽게 흔들리며 계속해서 유예되고 있다.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별다른 반응이 없는 사회를 지켜보는 개인은 한없이 무력하다.
기후위기 소식을 접하며 앓게 되는
기후우울증과 무력감
‘함께 생존하는 방법’을 제안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살아있고, 살아가야하는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두를 위해 우리는 어떤 대안을 마련해야 할까? 우울증 치료 접근성을 높이거나, 안전 교육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근본적으로 ‘함께 생존하는 방법’을 제안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기후적응의 개념에 대해 조천호 박사는 ‘이미 배출한 온실가스로 인해 기후변화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 부정적인 결과를 줄이는 정책’이라고 말한다. 구조적인 전환을 논의해야 할 국가가 그 행위의 주체다. 이것을 넒은 의미에서 ‘기후적응’의 정의라면, 조금 더 구체화하여 ‘피할 수 없는 기후위기 상황에 부정적인 결과를 줄이면서 함께 생존하는 능력’으로 재정의 해보기를 제안한다. 기후적응은 당장 이 사회를 살아가야할 모든 사람에게도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기후위기의 현실만 교육하는 것을 넘어서, 기후위기시대를 살아야 하는 사람들을 위한 ‘기후적응교육’은 어떤 형태가 되어야 할까?
15일 미호천 범람으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진입도로에서 소방당국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2023.7.15. ⓒ뉴시스
불행하게도 국가는 기후위기 대응에 여전히 소극적이지만, 한 센터를 통해 기후적응교육은 10여년이라는 꽤나 오랜 시간동안 논의되고 개발되어 왔다. 반드시 필요한 교육인 ‘문제의 직면, 안전, 탄소저감’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이와 더불어 기후위기 시대에 강화되어야 할 교육은 근본적으로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평등한 사회를 만들며 모두가 함께 살아낼 수 있게 할 ‘근육’을 만드는 일이다. 불평등하게 다가오는 기후위기 가운데서, 가난하거나 차별받는 존재라는 이유로 제일 먼저 취약해지는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고 평등과 정의, 포함의 관점을 제시하는 일이다.
한국다양성연구소의 다양성훈련에 참여하는 참여자들은 인종차별, 성차별, 성소수자차별, 장애차별, 외모차별, 나이차별, 학력/학벌 차별, 소득 수준과 경제력에 의한 차별 등 모든 유형의 차별과 억압이 자신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한다. 또한 억압을 해체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기후위기는 자본이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을 착취한 결과다. 이를 명확히 인식하고 이제는 누구도 착취, 배제, 억압을 경험하지 않는 평등, 평화, 돌봄 중심의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사회를 만드는데 자신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강하게 실천하는 주체로 초대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국가는 기후적응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예산을 편성해야 하며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기후적응교육은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면서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시민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어야 한다. 다양성훈련의 방식을 접목한 기후적응교육은 서로를 연결되어 있는 존재들로 확인하며 기후위기 피해 역시 다른 억압과 마찬가지로 고스란히 드러나는 구조적인 차별과 배제라는 진짜 문제를 발견하며, 변화의 주체로 초대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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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학의 세상다양] 기후우울증과 무력감을 넘기 위한 다양성훈련
민중의소리, 2023. 8. 29.
4일(현지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설치된 온도계가 42도를 가리키고 있다. 남반구는 겨울이지만 리우데자네이루 기온이 42도를 기록하는 등 브라질은 '겨울 폭염'에 직면해 있다. 브라질의 8월 평균 최고 기온은 24.5도다. ⓒ뉴시스
가난하고 차별받는 존재들에게 더욱 가혹하게 다가오는 기후위기의 시대를 우리는 이미 살고 있다. 반지하에 살다 침수된 집에서 탈출하지 못한 장애인과 그 가족들, 제대로 된 냉방장치 없는 곳에서 폭염으로 숨진 노동자들, 산불에 미처 대피하지 못한 어르신, 구명조끼조차 입지 못하고 폭우 실종자를 수색하다 숨진 군인을 우리는 목격해야만 했다. 불평등하게 다가오는 기후위기는 이미 일상이 되었고 외면하고 싶어도 직면하게 되었다. 저마다 마주하는 일상과, 뉴스에서 들리는 기상 및 기후 현상들은 그간 애써 외면해 오던 이들마저 초조하게 만든다. 지구는 온난화를 넘어 끓기 시작했고(안토니오 구테흐스 UN 사무총장, 2023.07.27) 나사의 과학자이자 기후학자인 피터 칼무스는 역사상 가장 더웠던 올 해 7월이, ‘앞으로 당신이 살게 될 날들 중 가장 시원했던 여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면 “이미 끝났어? 그럼 막 살까?”, “그런 말을 들으면 모든 게 무의미하게 느껴져서 너무 힘들어”와 같은 반응이 돌아온다. 개인이 작은 노력을 한다고 근본적으로 바뀔 리 없는 거대한 구조적인 문제 앞에, 개개인들은 속수무책으로 우울해진다. 무력하기 때문이다.
2017년 제시된 기후우울증은 환경에 대한 관심이 많고 실천을 하는 사람인 경우 많이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그레타 툰베리가 기후우울증으로 두 달 사이 10kg이 빠졌다고 고백한 바 있다. 다시 말하면 기후위기를 외면하는 사람에게는 전혀 드러나지 않던 증상이다. 하지만 기후위기가 일상이 되면서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우울감이나 무력감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지구 온도의 상승을 막을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은, 자본의 논리 가운데서 쉽게 흔들리며 계속해서 유예되고 있다.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별다른 반응이 없는 사회를 지켜보는 개인은 한없이 무력하다.
기후위기 소식을 접하며 앓게 되는
기후우울증과 무력감
‘함께 생존하는 방법’을 제안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살아있고, 살아가야하는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두를 위해 우리는 어떤 대안을 마련해야 할까? 우울증 치료 접근성을 높이거나, 안전 교육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근본적으로 ‘함께 생존하는 방법’을 제안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기후적응의 개념에 대해 조천호 박사는 ‘이미 배출한 온실가스로 인해 기후변화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 부정적인 결과를 줄이는 정책’이라고 말한다. 구조적인 전환을 논의해야 할 국가가 그 행위의 주체다. 이것을 넒은 의미에서 ‘기후적응’의 정의라면, 조금 더 구체화하여 ‘피할 수 없는 기후위기 상황에 부정적인 결과를 줄이면서 함께 생존하는 능력’으로 재정의 해보기를 제안한다. 기후적응은 당장 이 사회를 살아가야할 모든 사람에게도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기후위기의 현실만 교육하는 것을 넘어서, 기후위기시대를 살아야 하는 사람들을 위한 ‘기후적응교육’은 어떤 형태가 되어야 할까?
15일 미호천 범람으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진입도로에서 소방당국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2023.7.15. ⓒ뉴시스
불행하게도 국가는 기후위기 대응에 여전히 소극적이지만, 한 센터를 통해 기후적응교육은 10여년이라는 꽤나 오랜 시간동안 논의되고 개발되어 왔다. 반드시 필요한 교육인 ‘문제의 직면, 안전, 탄소저감’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이와 더불어 기후위기 시대에 강화되어야 할 교육은 근본적으로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평등한 사회를 만들며 모두가 함께 살아낼 수 있게 할 ‘근육’을 만드는 일이다. 불평등하게 다가오는 기후위기 가운데서, 가난하거나 차별받는 존재라는 이유로 제일 먼저 취약해지는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고 평등과 정의, 포함의 관점을 제시하는 일이다.
한국다양성연구소의 다양성훈련에 참여하는 참여자들은 인종차별, 성차별, 성소수자차별, 장애차별, 외모차별, 나이차별, 학력/학벌 차별, 소득 수준과 경제력에 의한 차별 등 모든 유형의 차별과 억압이 자신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한다. 또한 억압을 해체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기후위기는 자본이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을 착취한 결과다. 이를 명확히 인식하고 이제는 누구도 착취, 배제, 억압을 경험하지 않는 평등, 평화, 돌봄 중심의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사회를 만드는데 자신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강하게 실천하는 주체로 초대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국가는 기후적응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예산을 편성해야 하며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기후적응교육은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면서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시민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어야 한다. 다양성훈련의 방식을 접목한 기후적응교육은 서로를 연결되어 있는 존재들로 확인하며 기후위기 피해 역시 다른 억압과 마찬가지로 고스란히 드러나는 구조적인 차별과 배제라는 진짜 문제를 발견하며, 변화의 주체로 초대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