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민(청소년)
모두를 위한 화장실에 대해 이야기하면 이야기할 거리가 정말 끝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세 가지로 축약해서 이야기할 것이다.
첫번째는 '정말 모두를 위한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우리가 만들어낸 결과물이 특정한 집단 또는 개인만을 위한 것이 아닌 이름 그대로 모두를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 지체장애가 아닌 다른 유형의 장애를 가지고 있는 장애인들이나 또 다른 사회적 소수자들이 겪고 있던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서 나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도 많았는데, 나의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비슷한 처지이지만 다소 다른 불편함을 겪는 분들을 만나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알아가는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트랜스젠더이신 분에게 화장실에 특정 젠더의 구분이 있다는 것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 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하신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다. 이것을 듣고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고, 그 분께서 성별의 구분이 없는 성평등 화장실이 많아져야 한다고 주장하시는 걸 들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도 휠체어를 타고 아빠와 같은 성인 남성과 함께 화장실을 이용해야 할 상황이 많은 여성 청소년으로써 성평등 화장실이 있으면 내가 외출을 할 때 남들의 이상한 시선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싶었다. 이렇게 정말 많은 사회적 문제들은 개인 또는 집단 각각만의 문제가 아닌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두번째는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써야 하는 것이다. 다 같은 약자라고 모두 같은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니다. 정말 한 명 한 명 모두가 유달리 더 크게 문제를 느끼는 부분이 다를 텐데, 그런 것들을 모두 고려해야만 비로소 모두를 위한, 유니버셜 디자인의 근본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 화장실 하나만 보아도 여러 가지 문제점이 존재하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화장실을 볼 때 휠체어가 편하게 회전하고 이동할 수 있는 충분히 넓은 공간과 짐 수납 가능 여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반면에 뇌성마비인 친구는 변기에 설치된 등받이 설치 여부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이렇게 장애인이라도 각각의 몸 상태, 환경, 가치관에 따라서 불편함을 더 느끼고 또 더 느끼는 부분이 다른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유니버셜 디자인은 더욱 다수결로 모든 것을 정할 수 없는, 소수 안에서의 소수자들의 의견이 묵살되면 안 되는 논제이다. 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적극적으로 수립하는 방법뿐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세번째는 이 모든 일들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내가 항상 강조하는 말이지만 이렇게 장애인 인권에 대해서 알리고 불편함을 공유할 때마다 가끔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 보시는 비장애인 분들이 있다. 정말 이 상황에 대해 장애인 당사자보다 더 잘 알고 전후상황을 제대로 파악한 후 문제점을 지적해 주시는 분의 의견은 새겨들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른 채, 알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비난하고 인신공격을 하시는 분들을 보면 화가 난다. '장애인인 게 벼슬이냐'는 말을 하시는 분들을 많이 봤는데,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본인이 벼슬이라는 생각은 절대 하지 않으신다. 세상은 바뀌고 있고 또 바뀌어야만 하는데, 아직도 과거에 머무르고 계셔서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하시는 분들은 꼭 현실직시를 하시길 바란다. 하지만 이런 분들은 정말 극소수이고 대부분은 많은 응원을 보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가장 기쁜 순간은 이 문제에 대해서 잘 몰랐는데 이제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 관심 가지고 해결에 힘쓰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일부의 힘만으로는 바꿀 수 없는 문제들이 있는데, 마치 눈덩이를 굴리듯 목소리를 불려 나가다 보면 안 될 것 같다고 생각 했던 일들도 되는 법이기 때문이다. 작은 변화들이 점점 모이면 결국엔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많은 분들이 함께 해 주셨으면 하는 게 나의 바람이다.
개인적으로 외출을 하고 밖에 다닐 때마다 정말 자그마한 계단 하나에 좌절해야 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큰 자괴감에 빠졌을 때도 있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고, 모두 포기해버리고 싶었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젠 그런 경험들을 오히려 변화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 또 나에게 이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준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앞으로 미래의 사회적 약자들은 누구나 당연히 해결해야 하는 화장실에 갈 때 조금도 망설이고 고민하지 않아도 될 세상을 만들고 싶다.
지민(청소년)
모두를 위한 화장실에 대해 이야기하면 이야기할 거리가 정말 끝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세 가지로 축약해서 이야기할 것이다.
첫번째는 '정말 모두를 위한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우리가 만들어낸 결과물이 특정한 집단 또는 개인만을 위한 것이 아닌 이름 그대로 모두를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 지체장애가 아닌 다른 유형의 장애를 가지고 있는 장애인들이나 또 다른 사회적 소수자들이 겪고 있던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서 나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도 많았는데, 나의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비슷한 처지이지만 다소 다른 불편함을 겪는 분들을 만나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알아가는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트랜스젠더이신 분에게 화장실에 특정 젠더의 구분이 있다는 것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 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하신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다. 이것을 듣고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고, 그 분께서 성별의 구분이 없는 성평등 화장실이 많아져야 한다고 주장하시는 걸 들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도 휠체어를 타고 아빠와 같은 성인 남성과 함께 화장실을 이용해야 할 상황이 많은 여성 청소년으로써 성평등 화장실이 있으면 내가 외출을 할 때 남들의 이상한 시선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싶었다. 이렇게 정말 많은 사회적 문제들은 개인 또는 집단 각각만의 문제가 아닌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두번째는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써야 하는 것이다. 다 같은 약자라고 모두 같은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니다. 정말 한 명 한 명 모두가 유달리 더 크게 문제를 느끼는 부분이 다를 텐데, 그런 것들을 모두 고려해야만 비로소 모두를 위한, 유니버셜 디자인의 근본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 화장실 하나만 보아도 여러 가지 문제점이 존재하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화장실을 볼 때 휠체어가 편하게 회전하고 이동할 수 있는 충분히 넓은 공간과 짐 수납 가능 여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반면에 뇌성마비인 친구는 변기에 설치된 등받이 설치 여부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이렇게 장애인이라도 각각의 몸 상태, 환경, 가치관에 따라서 불편함을 더 느끼고 또 더 느끼는 부분이 다른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유니버셜 디자인은 더욱 다수결로 모든 것을 정할 수 없는, 소수 안에서의 소수자들의 의견이 묵살되면 안 되는 논제이다. 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적극적으로 수립하는 방법뿐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세번째는 이 모든 일들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내가 항상 강조하는 말이지만 이렇게 장애인 인권에 대해서 알리고 불편함을 공유할 때마다 가끔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 보시는 비장애인 분들이 있다. 정말 이 상황에 대해 장애인 당사자보다 더 잘 알고 전후상황을 제대로 파악한 후 문제점을 지적해 주시는 분의 의견은 새겨들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른 채, 알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비난하고 인신공격을 하시는 분들을 보면 화가 난다. '장애인인 게 벼슬이냐'는 말을 하시는 분들을 많이 봤는데,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본인이 벼슬이라는 생각은 절대 하지 않으신다. 세상은 바뀌고 있고 또 바뀌어야만 하는데, 아직도 과거에 머무르고 계셔서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하시는 분들은 꼭 현실직시를 하시길 바란다. 하지만 이런 분들은 정말 극소수이고 대부분은 많은 응원을 보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가장 기쁜 순간은 이 문제에 대해서 잘 몰랐는데 이제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 관심 가지고 해결에 힘쓰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일부의 힘만으로는 바꿀 수 없는 문제들이 있는데, 마치 눈덩이를 굴리듯 목소리를 불려 나가다 보면 안 될 것 같다고 생각 했던 일들도 되는 법이기 때문이다. 작은 변화들이 점점 모이면 결국엔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많은 분들이 함께 해 주셨으면 하는 게 나의 바람이다.
개인적으로 외출을 하고 밖에 다닐 때마다 정말 자그마한 계단 하나에 좌절해야 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큰 자괴감에 빠졌을 때도 있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고, 모두 포기해버리고 싶었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젠 그런 경험들을 오히려 변화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 또 나에게 이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준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앞으로 미래의 사회적 약자들은 누구나 당연히 해결해야 하는 화장실에 갈 때 조금도 망설이고 고민하지 않아도 될 세상을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