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모두를위한화장실

사람들 이야기 : 글“차별 경험”은 개인의 것인가? - 이드

이드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트랜스인권팀 팀장)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와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 관련 간담회를 진행하다가, 주무관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생각보다 차별 진정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케이스를 (활동가들이) 발굴해 보셔야 할 것 같아요” 사실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사회에서 어느 위치에 놓여있고, 계급은 어떠하고, 그래서 나로서 살기 위해 무엇을 요구할 수 있는지, 헌법에 명시된 행복추구권은 무엇인지, 스스로 인식하고 학습하고 방법을 찾아보지 않는 이상 일상을 살아가며 맞닥뜨리는 하나하나의 사건이 차별이라는 감지를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 소수자 집단에게선  “불편하다”, “화가 난다”는 감정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모여 이야기하고 나의 경험이 곧 우리의 경험이기도 하다는 통찰을 얻어야만 저항 액션이나 대중 캠페인을 마련하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 성소수자 중에 트랜스젠더다. 성별 이분법이 견고한 이 사회에서 여/남으로 나누어진 임의의 조건에 얼마나 ‘걸맞은지에 따라’ 인해 시설 이용이나 신원 증명의 과정에서 차별이나 어려움을 겪을 경우가 많은 집단에 속한다.

나는 성별에 따른 구분에 저항하고, 개인의 다양함을 억누르는 차별이 철폐되길 바라는 논 바이너리-페미니스트 활동가이기 때문에, 성중립 관련 이야기가 나올 때면 할 이야기가 많아진다.

가령, 수년 전과 달리 여성의 외양에 따른 억압이 줄어들었다 체감하는 이들도 있지만, 여전히 의류 카탈로그나 지하철 광고, 더 정확히는 LH 주택공사 홍보 등을 보면 사회적으로 여성과 남성의 겉보기 성별이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음을 알 수 있다.  앞서 언급했지만, 트랜스젠더 정체성으로 인해 성별이분법이 견고해지는 것이 아니라, 한 사회에서 성별이분법에 따라 법 정책, 공간, 교육 등의 여러 분야를 구축해두었고 이에 속하지 못하는 트랜스젠더 및 젠더 비 순응자들은 사소한 불편에서부터 구직 불안정까지 크고 작은 차별에 놓여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2월 발표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의 결과에 따르면, “지난 12개월간 성별 분리된 공중화장실에서의 트랜스젠더 정체성과 관련된 경험>의 항목에서 전체 응답자 598명 중 40.9%인 241명이 “부당한 대우나 불쾌한 시선을 받을까 봐 내 성별 정체성과 다른 성별의 시설을 이용했음”이라고 답하였으며, “화장실에 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음료를 마시거나 음식을 먹지 않았음”이 39.2%(231명), 심지어 “화장실 이용을 제지당했음” 12.2%(72명), “성희롱 또는 성폭력을 당했음”이 1.2%(7명)로 나와 트랜스젠더의 화장실 이용이 차별적, 폭력적이란 사실을 시사했다.

다시 나의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현재 남성호르몬 치료를 하고 있고. 얼굴에 수염을 기를 생각이므로 차후 나에게 성별에 상관없이 출입할, 트랜스젠더에 대한 이해가 있는 공간이 존재해야만 경범죄로 신고되거나, 일상적인 이용에 불편함을 겪을 일이 줄어들 것이다. 실제로, 10대 때부터 머리를 짧게 하고 다닌 데다 키가 크고 체격이 좋다 보니 공중화장실에서 눈총을 받거나 불편해하거나 항의를 받은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는 추측이 아니라 예언(?)에 가깝다는 생각도 든다.

대다수의 (화장실을 비롯한) 시설들은 여성/남성 둘 중 하나의 선택지를 결정하게끔 하므로, 나의 성별 정체성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사회적 메시지를 주고 있다. 공간에서의 누적된 부적절한 경험은, 스스로 자아상을 구축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서 공간 이용 자체를 불안하고 긴장하게 만드는 측면 또한 있다. 그러다 보니 밖에서 화장실 갈 일이 없게끔 물을 마시지 않고 심지어는 용무를 참는 이들도 있는 것이다.

더불어서 화장실에서 일어나는 범죄인 “불법 촬영”에 대한 부분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한국에서 여성으로 태어나, 정서적인 부분부터 시작해서 고용/노동 등의 분야에서 존재하는 차별은 물론이고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와 물화가 존재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성중립적인 시설을 고민함과 동시에 안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한 책임감도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 특히나 바디 디스포리아를 줄여주는 바인더(가슴 압박 보정 속옷)를 착용하다가, 너무 옥죄어서 잠시라도 풀고 있으려고 화장실을 이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가장 사적이고 내밀한 공간에서마저 내 안전을 보장받지 못한다면? 여성/성소수자로서 화장실은 불편하다 못해 폭력적인 공간으로 기능할 것이다.

한국다양성연구소에서 진행하는 <모두를 위한 화장실> 캠페인은 바로 그 편견을 반박할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가령, 내가 노인이 되거나 누군가의 활동 보조인으로 일하게 되었을 때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드나들 공간으로 이용하거나, 보육자이거나, 나이가 적거나 한·중·일·영 언어권이 아니거나, 장애가 있는지에 따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이용할 수 있으려면 현재의 공간보다는 대안적인 설계와 공간에 대한 약속(인식), 필요성에 대한 공감이 있어야 한다.

또한, 다들 성중립화장실을 떠올리자면 여성/남성/성중립 공간을 떠올리지만, 이는 올바른 해법이 아니다. 자칫하면 “트랜스젠더 화장실”로 이해되기 쉽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를 위한 화장실>로서 운영되는 효과로서 여성의 안전에 대한 강조는 물론이고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의 불편과 차별을 환기할 수 있는 담론을 조성하리라 기대해본다.

이에 대해 내가 제안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서울시의 경우, <서울특별시 유니버설디자인 도시조성 기본조례>에 따라 신축건물에는 “유니버설디자인”이 적용되어야 하는데 현재 성중립에 관련한 내용만 고의로 빠져있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하여서 캠페인 단체를 참고하여 “모두를 위한” 공간에 대해 구체적인 인식과 설치를 고민해야 한다.

두 번째로는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모두를 위한 화장실>을 시범 설치하여 취지를 설명하고, 일정 기간 이후에 이용자를 대상으로 익명 사례를 수집, 만족도 조사를 시행하여 공간에 대한 필요성과 안정성을 공감받아 점차 확대 설치하는 사업을 추천한다. 공간의 주인이 “모두”라고 공표하는 일은, 누구도 정체성으로 인해 차별받게 하지 않겠다는 공공의 실천이기도 하다.

세 번째, 물론 그를 위한 근거로써, 행안부 권고 및 지자체 조례 등이 수정되거나 신설되어야 한다. 사회적으로 합의가 되기 위해서는 보수적인 방법이지만 구체적인 지침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서는 시민사회 운동진영의 관심과 자발성이 요구된다.

이상 <모두를 위한 화장실>에 대해 이야기해보았다. 사회에서 가시화된 이야기가 많지만, 차별받아 왔음을 답해온 동료 시민에게 우리가 어떻게 답해야 할지 그 책임은 무엇으로 역할 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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