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성범죄를 견고하게 유지시키는 문화를 직시해야 한다.
한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N번방, 박사방 사건은 갑자기 등장한 사건이 아니다. 악마 같은 몇몇 범죄자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이 사건은 한국 사회에 뿌리깊이 자리하고 있는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문화”가 원인이 되는 사건이다. 이 문화를 견고하게 유지시켜온 토양을 완전히 갈아엎어야 한다.
‘여자는 ~해야 한다, 남자는 ~해야 한다’는 성역할 고정관념은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 모든 사람은 여성이나 남성 둘 중 하나여야 한다는 성별이분법적인 사고 안에서 여성은 여성성, 남성은 남성성을 가져야 한다는 성역할수행을 기대하는 사고방식을 통해 많은 사람들은 ‘여성의 박스’와 ‘남성의 박스’로 나뉜 ‘젠더박스’에 갇혀 살고 있다. 성역할고정관념이 만들어낸 젠더박스는 결국 성차별과 성폭력으로 이어진다.
유독 남성에게만 관대한 성문화는 성폭력으로 쉽게 이어진다. 여성은 남성과 동등한 인격체가 아닌 성적인 대상, 무언가에 대한 보상, 거래 될 수 있는 물건처럼 취급된다. 남성들은 이런 문화에 잘 적응하여 공조하거나 최소 방관해야 남성카르텔 안에서 “잘” 지낼 수 있다. 이런 사회에서 남성은 성관계를 해도 될 뿐 아니라 많이 해본 남성이 ‘진짜 남자, 멋진 남자, 잘나가는 남자’로 인정을 받는다. 반면 이런 문화에서 여성은 성적 주체가 되기 어렵고 성관계가 금기시된다. 이렇게 왜곡된 성인식은 여성에게 훨씬 더 강력한 성엄숙주의로 다가오며 성범죄를 당하더라도 오히려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숨겨야하도록 만든다. 성범죄는 가해자는 가해 사실을 자랑하고 피해자가 수치스러워 하는 범죄가 됐다. 이는 성범죄가 지속되게 만든다. 박사방의 조주빈도 피해자들이 “말을 할 수 없다”는 점, “알려지면 안된다”는 두려움을 이용해서 피해자들을 “성노예”로 만들고 점점 더 심한 행위를 당당하게 요구했다. 성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다(솜방망이 처벌만 받을 뿐 별 것 아니다)는 확신도 한 몫 한다. 또한 수많은 사람들이 불법촬영물을 소비하는 자신의 행위가 성범죄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강간문화(Rape Culture)”라는 용어는 괜히 생겨난 것이 아니다.
돈이 인간의 존엄과 생명보다 우선인, 돈이면 뭐든지 해도 되는 천박한 자본주의사회에서 성범죄/성착취로 사람들(직원들, 회원들, 피해자들)을 좌지우지하며 신이라도 된 듯한 권력을 느끼며 천문학적인 단위의 돈까지 벌 수 있는 사회가 한국이다. 양진호와 손정우에 이어서 조주빈까지 응당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성범죄자들이 한국 사회에서 이런 범죄를 저지르지 말아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 N번방, 박사방 사건은 여태까지 있어왔던 다른 성범죄 사건들과 마찬가지로 단일사건으로 끝날 수 있는 사건이 아니다. 최근 몇 년만 살펴보더라도 양진호, 손정우, 승리, 김학의, 최종범, 안태근 등 성범죄 가해자들이 처벌을 피하는 모습을 숱하게 목격해왔다. 폭력을 폭력이라 정의하고 합당한 처벌을 해야 하는데, 교육과 법과 제도가 미비할 뿐 아니라 법의 집행에 있어서도 폭력이 폭력으로 정의조차 되지 않는 상황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니 남성들이 성폭력과 성범죄에 익숙해지고 문제의식이 무뎌질 수 밖에 없다. 성범죄의 폭력성은 높아지며 가담하는 사람은 점점 많아진다. 폭력이 폭력인지 모르고 장난이 되고 놀이가 되며 범죄는 처벌받지 않는 사회다.
조주빈이 잡혔다고 이 사건이 끝난 게 아니다. 이제 시작이다. 고도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IT기술을 이용하여 성범죄 역시 점점 더 치밀하고 교묘해 질 것이다. 'N번방, 박사방 사건이 어떻게 처리되는지'는 이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될 것이다. 주동자 뿐만 아니라 구매자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더 나아가, 처벌뿐만 아니라 예방을 위해 어떤 교육, 캠페인, 정책을 펼칠 것인가? 이제는 높이 쌓인 남성카르텔의 공고한 벽과 강간사회를 무너뜨리고 더이상 성폭력과 성범죄가 쌓일 수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세 가지를 촉구한다. 첫째, 입법부는 범죄에 합당하는 처벌을 가능하게 하는 법을 신속히 마련하라. 한국사회에 만연한 강간문화를 고려하여 범죄에 따른 응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강력하게 개정되어야 한다. 둘째, 사법부는 판례에 기준을 두지 말고 성인지 관점을 가지고 법을 해석하고 국제 인권 기준에 맞는 판결을 하라. 셋째, 교육부는 남성의 뇌 여성의 뇌가 다르다고 가르쳐 젠더박스를 유지/강화하고 성범죄 발생시 피해자를 탓하게 만드는 현행 국가수준의성교육표준안을 폐기하고 국제 기준에 맞는 포괄적 성교육을 도입하여 초중고에서 제대로 된 성교육, 성평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라.
2020.03.26.
한국다양성연구소
[논평] 성범죄를 견고하게 유지시키는 문화를 직시해야 한다.
한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N번방, 박사방 사건은 갑자기 등장한 사건이 아니다. 악마 같은 몇몇 범죄자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이 사건은 한국 사회에 뿌리깊이 자리하고 있는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문화”가 원인이 되는 사건이다. 이 문화를 견고하게 유지시켜온 토양을 완전히 갈아엎어야 한다.
‘여자는 ~해야 한다, 남자는 ~해야 한다’는 성역할 고정관념은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 모든 사람은 여성이나 남성 둘 중 하나여야 한다는 성별이분법적인 사고 안에서 여성은 여성성, 남성은 남성성을 가져야 한다는 성역할수행을 기대하는 사고방식을 통해 많은 사람들은 ‘여성의 박스’와 ‘남성의 박스’로 나뉜 ‘젠더박스’에 갇혀 살고 있다. 성역할고정관념이 만들어낸 젠더박스는 결국 성차별과 성폭력으로 이어진다.
유독 남성에게만 관대한 성문화는 성폭력으로 쉽게 이어진다. 여성은 남성과 동등한 인격체가 아닌 성적인 대상, 무언가에 대한 보상, 거래 될 수 있는 물건처럼 취급된다. 남성들은 이런 문화에 잘 적응하여 공조하거나 최소 방관해야 남성카르텔 안에서 “잘” 지낼 수 있다. 이런 사회에서 남성은 성관계를 해도 될 뿐 아니라 많이 해본 남성이 ‘진짜 남자, 멋진 남자, 잘나가는 남자’로 인정을 받는다. 반면 이런 문화에서 여성은 성적 주체가 되기 어렵고 성관계가 금기시된다. 이렇게 왜곡된 성인식은 여성에게 훨씬 더 강력한 성엄숙주의로 다가오며 성범죄를 당하더라도 오히려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숨겨야하도록 만든다. 성범죄는 가해자는 가해 사실을 자랑하고 피해자가 수치스러워 하는 범죄가 됐다. 이는 성범죄가 지속되게 만든다. 박사방의 조주빈도 피해자들이 “말을 할 수 없다”는 점, “알려지면 안된다”는 두려움을 이용해서 피해자들을 “성노예”로 만들고 점점 더 심한 행위를 당당하게 요구했다. 성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다(솜방망이 처벌만 받을 뿐 별 것 아니다)는 확신도 한 몫 한다. 또한 수많은 사람들이 불법촬영물을 소비하는 자신의 행위가 성범죄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강간문화(Rape Culture)”라는 용어는 괜히 생겨난 것이 아니다.
돈이 인간의 존엄과 생명보다 우선인, 돈이면 뭐든지 해도 되는 천박한 자본주의사회에서 성범죄/성착취로 사람들(직원들, 회원들, 피해자들)을 좌지우지하며 신이라도 된 듯한 권력을 느끼며 천문학적인 단위의 돈까지 벌 수 있는 사회가 한국이다. 양진호와 손정우에 이어서 조주빈까지 응당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성범죄자들이 한국 사회에서 이런 범죄를 저지르지 말아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 N번방, 박사방 사건은 여태까지 있어왔던 다른 성범죄 사건들과 마찬가지로 단일사건으로 끝날 수 있는 사건이 아니다. 최근 몇 년만 살펴보더라도 양진호, 손정우, 승리, 김학의, 최종범, 안태근 등 성범죄 가해자들이 처벌을 피하는 모습을 숱하게 목격해왔다. 폭력을 폭력이라 정의하고 합당한 처벌을 해야 하는데, 교육과 법과 제도가 미비할 뿐 아니라 법의 집행에 있어서도 폭력이 폭력으로 정의조차 되지 않는 상황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니 남성들이 성폭력과 성범죄에 익숙해지고 문제의식이 무뎌질 수 밖에 없다. 성범죄의 폭력성은 높아지며 가담하는 사람은 점점 많아진다. 폭력이 폭력인지 모르고 장난이 되고 놀이가 되며 범죄는 처벌받지 않는 사회다.
조주빈이 잡혔다고 이 사건이 끝난 게 아니다. 이제 시작이다. 고도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IT기술을 이용하여 성범죄 역시 점점 더 치밀하고 교묘해 질 것이다. 'N번방, 박사방 사건이 어떻게 처리되는지'는 이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될 것이다. 주동자 뿐만 아니라 구매자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더 나아가, 처벌뿐만 아니라 예방을 위해 어떤 교육, 캠페인, 정책을 펼칠 것인가? 이제는 높이 쌓인 남성카르텔의 공고한 벽과 강간사회를 무너뜨리고 더이상 성폭력과 성범죄가 쌓일 수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세 가지를 촉구한다. 첫째, 입법부는 범죄에 합당하는 처벌을 가능하게 하는 법을 신속히 마련하라. 한국사회에 만연한 강간문화를 고려하여 범죄에 따른 응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강력하게 개정되어야 한다. 둘째, 사법부는 판례에 기준을 두지 말고 성인지 관점을 가지고 법을 해석하고 국제 인권 기준에 맞는 판결을 하라. 셋째, 교육부는 남성의 뇌 여성의 뇌가 다르다고 가르쳐 젠더박스를 유지/강화하고 성범죄 발생시 피해자를 탓하게 만드는 현행 국가수준의성교육표준안을 폐기하고 국제 기준에 맞는 포괄적 성교육을 도입하여 초중고에서 제대로 된 성교육, 성평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라.
2020.03.26.
한국다양성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