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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가부장제 자본주의가 만든 “사이버지옥“을 무너뜨려라

2022-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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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기본적인 역할 중 하나는 시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나, 현재 사회구조 속에서 여성은 ‘시민‘에 포함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많은 ‘시민‘들이 “지옥“으로 밀어 넣어지고 있는 이유는, 국가가 여성살해, 성폭력, 성착취의 사안을 근본적으로 인지하고, 장기적인 해결을 위한 법적·제도적·문화적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 2016년. “강남역살인사건“은 명백히 여성이라는 이유로 죽임 당해야 했던 여성살해(femicide) 사건이다. 그러나 국가는 사건의 원인을 ‘성별이 구분되지 않은 공용화장실‘로 규정했다.

2. 2017년. 문재인 정권은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표방했다. 그러나 여성을 ‘몸뚱아리‘로만 여기며 여성차별적이고 폭력적인 서사를 담은 책을 출간한 사람은 청와대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서 대통령의 곁을 지켰다.

3. 2018년. 웹하드에서 피해자들의 불법촬영물을 거래하면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받고 불법촬영물을 ‘지워주는’ 디지털장의업체를 운영했던 양진호의 ‘웹하드 카르텔‘이 알려졌다. 당시에도 양진호의 ‘갑질‘만 부각되었을 뿐, 불법촬영물에 의한 성착취와 피해자들의 ‘죽음‘은 그 다음이었다. ‘웹하드 카르텔‘의 중심에 있던 양진호는 단 5년 형을 선고 받았다.

4. 2019년. 욕망에 의해 대상화되어, 개인의 주체성과 존엄성을 빼앗는 형태로 여성 연예인이 ‘죽임‘을 당한 사건도 있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충격적인 연예뉴스‘로 소비되었으며, 2021년 비로소 서지현 검사가 디지털성범죄 TF에서 문제해결을 위해 나섰으나 이 마저도 윤석열 정권 이후 폐지되었다.

5. 2020년. “N번방 사건“은 불법촬영물을 ‘국산 포르노’로 명명하며, 여성이 성적 대상, 도구로 인지되는 사회 문화 구조 가운데 드러났다. 그러나 역시 사회구조적 문제는 외면된 채 일부의 “악마“들에 의한 사건으로 규정되었다. 이 사건으로 조주빈, 문형욱이 검거되며 ‘N번방 방지법‘을 만들었지만, 처벌 중심적 해결방식에서는 조금도 나아가지 못했다.

그리고 《사이버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의 최진성 감독이 “N번방“을 “사이버지옥“으로 호명한 것과 같이 조주빈과 문형욱이 구속된 이후에도 그들의 자리는 새롭게 채워져 “사이버지옥“은 지속적으로 또 다른 피해자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디지털성범죄 피해자가 거듭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도, 보안을 이유로 삼으며 텔레그램과 같은 해외 기업은 범죄를 방기하고 ‘조장‘하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 범죄자들은 ‘안전‘하게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사이트, 어플리케이션, 서비스를 찾아내고 추적이 어려운 유령IP를 생성하여 범죄를 이어나간다. 이제는 자본에 주어지는 면죄부를 끊어내야 한다. 지속되는 범죄를 방조하며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기업이 그 선택을 멈출 수 있도록 국제적인 목소리를 모으며, 소비자로서도 함께 ‘거부‘의 의지를 보여야 한다.

자본주의 구조의 문제는 성교육의 상품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국가의 무지와 무관심으로, 공교육 내 성교육은 실패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양육자가 자녀가 성범죄자가 되거나, 혹은 성범죄의 피해자가 되지는 않을지 걱정하게 된 사이 성교육은 좋은 ‘상품‘이 되었다. 이 때문에 성교육은 양육자, 곧 ‘소비자‘의 가치관에 따라 ‘듣기 좋은 말‘을 할수록 선호되어 “인성교육“의 형태를 띠게 되었다. “순결“을 강조하며,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식의 “인성교육“은 신체적 접촉 없이 발생하는 디지털성범죄에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는다.
성교육은 남성중심 자본주의 논리에 따른 “인성교육“이 아닌, 모두를 위한 “인권교육“이 되어야 한다. “N번방 사건“과 같은 형태의 성범죄에서는 특히, ‘사회적 취약성‘이 높을수록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았다. 가해자들이 청소년인 피해자들에게 스스로 사진과 영상을 찍도록 한 심리적 압박은 ‘순결‘을 요구받는 여성인 동시에 타인(비청소년 성인)에 의존하도록 놓인 경제적 위치, 스스로 ‘사고할 능력‘을 제거당한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유효하게 작용할 수 있었다. 여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사업이 단순히 ‘보호’ 단계에 머물 때, 여성 청소년의 주체성은 삭제된다. 성교육이 “인권교육“이 되어야 함은 이 때문이다. 피해자를 비난하지 않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주변인을 만들고, 모두가 그렇게 되어야 한다. 여성의 몸을 대상화하고 성적 도구로 여기는 ‘강간문화‘를 무너뜨려야 한다.

이 이야기들은 모두 이 시점에 ‘처음’ 논의되는 것이 아니다. 한국다양성연구소에서는 “N번방 사건“이후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문화를 원인으로 한 이 사건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인지해야 할 문제를 제시한 바 있으나, 국가는 해결을 외면해 왔다. 더욱 악랄해진 형태로 지속되는 “N번방 사건“(”L사건“)이 다시금 이슈가 되고 있는 지금, 국가는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앞세워 당선된 대통령은 남성카르텔과 성착취를 끝내고 해결할 만한 생각과 능력이 있는가. 윤석열은 “여성가족부를 속히 없애라“고 할 때가 아니다. 여성가족부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던 이전 정권의 행태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여성부(혹은 성평등부)를 만들어야 한다.

기술의 발달 이전에 인권과 성평등의 문화 전제가 반드시 필요함을 모두가 알아야 한다. 우리가 현재 마주한 “지옥“은 ‘기술‘이 인간사회의 차별과 폭력을 확대하며 강화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억압과 폭력의 사회에서라면, 기술성장은 모든 소수자를 ‘죽임‘으로 내몰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희망을 이야기해야 하는가.

우리는 고통 받고 있을 피해자와 연대해야 한다. 문제해결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인지해야 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제안하고 싶다. 당신은 가족, 친구, 동료와 대화를 나누는 것부터 SNS에 글을 올리는 것, 기자회견이나 집회 현장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것, 직접 행동하지 못하는 일을 실천하는 단체들의 후원회원이 되는 것, 그렇게 교육과 제도를 바꾸어 나갈 수 있는 행동들을 당신의 자리에서 함께할 수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여, 우리는 함께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22.09.02

한국다양성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