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시론] 시위가 아닌 구조적 차별의 폭력성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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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시위가 아닌 구조적 차별의 폭력성을 보라.


"조지 플로이드에 대한 폭력은 잘못됐다. 하지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시위는 폭력시위다. 나는 비폭력적인 평화시위는 인정한다. 약탈을 하는 범죄자들과 극좌파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폭력시위를 이용하고 있다." -트럼프


<트럼프가 허락한 시위>를 해야 비폭력시위이고 평화집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이 보인다. 언론들은 약탈과 폭동이라는 단어를 타이틀로 뽑고 있으며 시민들 중에도 '흑인들의 특성'이라느니, '집회문화가 미개하다'느니..


촛불집회 때도 "비폭력집회"의 "비폭력"을 글자 그대로 "폭력이라고 비춰질 수 있는 그 어떤 요소가 전혀 없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단편적으로 이해하고 강박적으로 '촛불들고 공연을 구경하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기'를 강요하는 언론들과 사회분위기는 답답했다. 시위대를 가로막은 경찰버스에 붙인 스티커까지 전부 다 떼고 귀가했으니.. 정말 대단했다.


그 때의 그 답답함 감정은 불 타오르는 미니애폴리스 경찰서를 보며 시원한 감정을 느끼게 하기 충분했다. 우리도 지금 당장 불을 지르고 때려 부숴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너무나도 폭력적인 그러나 공기처럼 자연스러운 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억압에 저항하는 언어와 몸부림에 대해 그저 '욕설이나 폭력이 없는 평화집회를 합시다'라는 분위기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고 싶다.


지금 미국의 상황은 매우 위험하다. 트럼프는 이 상황을 점점 더 나쁘게 만드는 발언들을 쏟아내고 군대를 동원하며 겁박하고 있으며 이미 실제로 총과 최루탄을 쏘고 있다. 시민들 역시 총기로 무장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정말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멈출 수 있고 변화를 시작해야 하는 쪽은 정치다. 시민들에게 '폭력적으로 집회하지 말라'고 말하는 태도는 누구의 입장에 서있는 것이며 어떤 의미인지 잘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시위대에게 '폭력은 안 된다'고 말하기 전에 "경찰(공권력, 국가)의 폭력은 안된다", "구조적인 폭력을 용납하지 않는다", "차별하지 말라"고 말해야 한다.


1987년의 6월과 2020년의 6월의 다른 점은 한국이 민주화가 된 것도 선진국이 된 것도 아니다. 이제 사람이 죽는 것으로(한 명이 아니라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노동현장에서, 가정에서, 시설에서 죽어 나가도) 바뀌지 않는 세상이 됐다는 것과 그에 대한 무력감, 자본과 국가에 의한 폭력에 대한 익숙함이다.


개인의 무능을 탓하는 문화와 '아무리 싸워도 이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마음이 온 사회를 뒤덮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시민들(블랙 커뮤니티와 백인특권을 인지하고 저항하는 모든 지지자들)의 싸움을 응원하게 된다. 미국의 시민들이 모두가 평등한 사회에 조금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큰 변화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한국다양성연구소

2020.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