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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성소수자와 여성 차별을 즉각 중단하고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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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성소수자와 여성 차별을 즉각 중단하고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

-음경과 고환의 여부가 군인의 자격과 관계가 있다는 육군의 결정에 부쳐



있는 모습 그대로 살아갈 수 있는 성별 구분 없는 사회


얼마 전, 연구소에 상담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한 회사의 인사팀 담당자였다. 이 회사는 지원자들에 대한 어떠한 선입견이나 차별 없이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서 블라인드채용을 했다고 한다. 이름, 사진, 주민등록번호 등 성별이 드러날 수 있는 정보와 학력, 지역, 가족관계 등도 묻지 않았다. 업무 적합성과 전문성만을 보는 채용 절차를 진행 한 것이다. 이렇게 채용을 하게 되면 합격자 중에서 여성의 비율이 이전보다 올라간다. 성차별로 인해 배제되는 여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2017년 청와대에서도 대통령실 전문임기제 공무원을 블라이드 채용으로 뽑았다. 결과는 선발 인원 여섯 명 전원이 모두 여성으로 뽑혔다. 이러한 방식은 여성 뿐만 아니라 다른 사회적 소수자들의 고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회사가 연구소에 상담전화를 한 이유는 블라인드채용의 결과로 MTF 트랜스젠더 여성을 채용했는데 어떻게 하면 이 신입직원이 잘 포함되는 회사가 될 수 있는지를 문의하기 위해서 자문을 구한 것이다. 이렇듯 성별 구분이 없는 사회는 여성과 성소수자를 포함한 모두에게 기회의 평등에서부터 성별이분법과 성역할고정관념 없이 모두가 자신의 모습 그대로 살 수 있는 결과의 평등까지도 보장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게 한다.


BBC에 따르면 전 세계에는 약 9000여명의 트랜스젠더 군인이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트랜스젠더 군인들의 성별정체성은 그들이 군인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하는데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변희수 하사는 군인이 되고 싶었던 것이지 ‘남군’이나 ‘여군’이 되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그토록 원했던 군인이라는 직업을 가졌음에도 무언가 부족하고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었다. 변 하사는 자기 자신이 가장 편하게 느끼는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 중에 있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모두 지금보다 훨씬 더 자신이 원하는 자신의 모습과 자신의 삶에 대해서 깊이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아야 한다. 이러한 고민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사회 분위기를 강화하는 육군의 결정은 한 사람만이 아닌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 군 복무 자격을 남성 성기 중심적 기준으로 판단한 육군의 결정은 여러 층위에서 지탄받아 마땅한 결정이다.



여군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남성중심적 군대


군대가 갖는 속성인 군사주의는 시스젠더 이성애자 남성중심적이며 성차별적이다. 이러한 군사주의는 그 속성으로 하여금 소수자인 여군과 성소수자 군인들을 배제한다. 이번 사건이 단지 성소수자 인권문제만이 아니라 여성 인권문제이기도 한 이유이다. 심지어 군사주의는 군대라는 조직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곳곳에서 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이는 시민들의 인권적 사고를 저해하는 요소로 작동하고 있다. 남성으로 승인받은 ‘정상 남성’을 만들어 내는 군대는 ‘성욕과 폭력성이 자연스럽다’는 잘못된 ‘남성성’을 만들어내고, 이로 인하여 만들어진 성별고정관념은 남성의 여성에 대한 폭력을 자연스럽게 여기는 문화로 만들어낸다. 다시말해 사회적으로 남성으로 승인되는 남성이 그렇지 못한 존재들(여성과 성소수자)에게 그렇게 할 수 있는 이유인 ‘그렇게 할 수 있는, 그렇게 해도 되는’ 권력이 주어진다. 이러한 군대의 속성은 군대 내에서 남성으로 승인받은 남성 이외의 존재가 차별의 대상이 되도록 만든다. 한국의 문화는 군대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군대의 문화, 그리고 군대의 존재에 대한 의문까지도 제기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결코 과언이라고 할 수 없다.


지정성별 남성이었던 변 하사가 여군들에게 불편함을 주거나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군대 내에서 여군에게 성폭력을 포함한 각종 폭력을 가하는 가장 큰 위협은 군대 내에서 성차별적이고 폭력적인 문화를 습득하는 시스젠더 이성애자 남성중심적 군대이지 트랜스젠더 군인이 아니다. 더구나 성별 권력에 더해 직급에 의한 위계와 극도로 보수적인 조직문화는 여군의 안전을 위협하며 여군 성폭행 등의 각종 사건으로 이어진다. 근대 이후 성립된 국가 시스템 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초법적 지위를 갖는 군대는 자체적으로 군법을 적용하는 까닭에, 파괴적이고 차별적인 군사주의를 바탕으로 성소수자 정체성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유죄’가 되고 여군에 성폭행을 한 남군은 ‘무죄’가 된다. 시스젠더 이성애자 남성중심적인 현재의 군대는 성소수자에게도 안전하지 않을 뿐 아니라 여군에게도 안전하지 않다. 우리는 권력과 위계가 작동하여 폭력이 난무해도 아무도 말 할 수 없고 성범죄도 죄가 되지 않는 시스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이를 바꿔야 한다. 절대 여성과 트랜스젠더의 갈등이고 불화인 것처럼 여기게 만드는 프레임에 당해서는 안된다. 이는 소수자들끼리 싸우게끔 만드는 시도일뿐 결코 여성들이 경험하는 두려움, 불안, 폭력, 차별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시험만능주의는 정답이 아니다


여군의 경쟁률이 더 높기 때문에 여군이 되기 더 어렵다며 다시 여군으로 시험을 치라는 사람들도 있다. 이는 이미 조직 내에서 검증된 기술과 능력은 중요하지 않다는 주장으로 현재 실제로 어떤 일을 할 수 있느냐 보다 시험이 마치 모든 자격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가 된다는 시험만능주의이다. 시험이 결국 가장 공정하다는 환상이기도 하다. 여군의 경쟁률 문제는 성별이분법과 성역할고정관념, 남성중심적인 군대 문화 등으로 인한 여군의 TO가 따로 있고 매우 적은 것이 근본적인 문제이며 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해결해 나아가야 한다. 경쟁률이 매우 높으니 여성이라면 그에 맞춰서 준비하고 개인의 노력과 개인의 능력으로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사고로는 이 문제를 해결 할 수 없다.


지금당장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 


변 하사에게 성별정체성, 성기의 모양, 음경과 고환의 여부를 이유로 “심신장애 3급”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강제 전역시킨 육군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인 동시에 정당한 이유 없이 한 개인을 해고한 노동권 박탈이다. 이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인간의 기본권과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이다. 이 사건을 통해서 우리는 차별금지법제정이 시급한 이유를 다시 한 번 찾을 수 있다. 우리 중 그 어느 누구도 사회적 정체성 때문에 부당하게 소외, 배제, 차별을 경험해서는 안된다. 차별금지법은 개인들 사이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지만 국가와 지자체에 의한 차별에 대해서 엄중히 대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2008년도부터 수차례 시도돼 온 차별금지법은 결국 정부의 미온적 대처로 아직까지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적 합의”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나중에”만을 반복할 것이 아니라 국가가 직접 나서서 다양성과 인권의 중요성에 대해서 교육과 캠페인을 하고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시민사회는 십수년간 할 일을 충분히 해오고 있다. 변하사와 같은 개인들도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제 국가가 국민적 합의는 위해 나서야 한다. 모두를 설득한 후에 만들 수는 없다. 국가는 이제 차별금지법을 제정을 통해 “차별은 안 된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설득을 해야만 한다.